▲ 골프장에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박아름 프로.



장유중 거쳐 골프명문 예문여고로
고교 3학년 때 KLPGA 우승 프로 데뷔

열정적인 연습 부작용에 ‘눈물’
공백 딛고 재기, 우승 직전에 부상 재발
국내 최고 명문 골프클럽서 ‘티칭 프로’

그림, 야구단 활동 등 다양한 취미 가져
“작품·강연 통해 소중한 경험 공유할 것”




2005년 8월 2일 경기도 가평의 썬힐 골프장.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2부 투어인 제니아-엔조이 골프투어 4차전 최종 라운드가 펼쳐지고 있었다.
 
마지막날 경기인만큼 골프장에는 한여름 뙤약볕을 무색케할 정도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이날 최종라운드 상위권에는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골프스타로 자리매김한 서희경 등 당시 최정상급 차세대 골퍼들이 우승 티켓을 놓고 양보 없는 경기를 펼쳤다.
 
치열한 사투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선수는 당시 부산 예문여고 3학년이었던 박아름(30) 프로였다.
 
첫날 1오버파에 그쳤던 박 프로는 최종 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극적으로 공동선두에 올라선 데 이어 3명이 출전한 연장전 두번째 홀에서 버디를 기록,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 우승에 힘입어 박 프로는 2006년도 KLPGA 정규투어 풀시드권을 획득하면서 본격적인 프로 데뷔 기회를 잡았다. 특히 170㎝의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호쾌한 드라이버와 안정적인 쇼트 게임 능력은 골프계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 박아름 프로가 부모님이 운영하는 김해시 장유전통시장 내 들물회수산에서 어머니 김정희 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그때, 박 프로가 우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부모님이 살고 있던 김해 장유에서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중고연맹 회장컵에서 우승한 데 이어 고교 2학년 때 이미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발되는 등 KLPGA를 이끌 재목으로 일찌감치 지목받은 박 프로의 극적인 우승은 당시 김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후 12년의 시간이 흘러 2017년, 김해 출신 '고교생 골퍼' 최혜진이 US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2018 시즌 개막전인 효성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김해가 여자 골퍼의 산실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입증하기도 했다.
 
최혜진이 최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과 관련, 상당수 김해 사람들은 '원조 최혜진'인 박아름을 다시 떠올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박 프로를 지난 3일 그의 부모님이 직접 운영하는 김해시 장유 장유전통시장에 자리한 들물회수산에서 만났다. 주로 서울에서 생활하는 박 프로는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김해에 잠시 들린 길이었다.
 
박 프로는 장유중학교를 거쳐 대청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03년 골프 명문인 예문여고로 전학했다. 
 
처음 골프채를 잡은 때는 진주 배영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박세리 선수의 세계 제패를 보고 꿈을 키운 이른바 '박세리 키즈'인 셈이다. 젊은 날, 프로씨름단에서 활약하며 이름을 떨쳤던 아버지 박태근(60) 씨는 '운동선수의 고달픔'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딸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인 후원자로 나섰다.
 
하지만 박 프로의 프로생활은 화려하지 못했다. '골프계 유망주'로 주목받으며 데뷔했지만 끝내 정규 시즌 우승컵을 한번도 들어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를 괴롭힌 것은 끊임없는 부상이었다. 하루에 2000타와 근력 운동 등을 소화하는 등 이를 악물고 반복한 치열한 연습이 되레 몸 컨디션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박 프로의 설명이다. 
 

▲ 박 프로가 자신이 그린 작품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말 꼭 우승하고 싶었습니다. 제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 독하게 연습했습니다. 어떤 날은 새벽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꼬박 12시간 동안 골프장에서 퍼팅만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몸에 무리가 오면서 신체 리듬이 깨졌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연습을 더 많이 하는 식이었습니다."
 
박 프로는 데뷔 4년째인 2009년 시즌을 끝으로 투어 생활을 그만두게 된다. 이후 그는 아마추어들에게 골프를 가르치는 레슨 프로로 전향해 '제2의 골프 인생'을 시작했다. 
 
"제가 워낙 잦은 부상 때문에 시달리다보니 부상을 예방·극복하는 방법, 허리와 어깨 등에 무리를 주지 않고 골프를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 등에 대해 많이 공부했습니다. 그런 노하우를 많이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레슨 프로의 길을 선택했는데 의외로 너무 즐겁습니다. 지금은 이 길이 저의 천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승컵에 대한 열망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응원해준 가족과 후원사, 팬들에게 반드시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박 프로는 프로 데뷔 뒤 김해 향토그룹인 태광실업의 정산CC 소속 선수로 활동했다. 결국 그는 인기 레슨 프로로서의 안정적인 길에서 벗어나 2014년 KLPGA 투어로 복귀한다. 2015년 8월 마지막 경기에서 공동 2위라는 성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투어 프로의 길에서 다시 내려온다.
 
"투어를 다시 시작한 것은 제 개인적인 영광을 위한 것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몸 상태가 많이 좋아지면서 그동안 진심으로 응원해준 고마운 분들에게 꼭 우승컵을 보여주고 싶다는 어쩌면 '의리'와 비슷한 감정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하지만 부상이 재발하면서 우승 직전에 다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복귀해서 골프를 치는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런 기회를 다시 한번 부여받은 것도 너무 감사했고요. 이제 미련은 전혀 없습니다."
 
박 프로는 현재 서울 강남 최고의 연습장으로 꼽히는 서초구 잠원동 소재 파스텔 골프클럽에서 레슨 프로로 활동하고 있다. 
 

▲ 박 프로가 틈틈이 골프공에 그린 작품들. 지인 선물용으로 그리기 시작했다가 지금은 단골 고객까지 생길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틈나는대로 매직펜으로 골프공에 그림을 그리고 야구단에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취미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지인 선물용으로 그리기 시작한 '골프공 작품'은 현재는 고정 고객들이 생기기도 할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골프 레슨뿐만 아니라 강의 요청도 많이 받는다. 
 
"골프는 인생과 닮은 것 같아요.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듯이 골프도 마찬가지 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성격이 급한 것을 잘 안다면 골프를 칠 때 생각을 많이 하면서 천천히 스윙하면 실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됩니다. 레슨도 이렇게 맞춤형으로 진행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골프에서 배울 수 있는 인생 철학을 많이 전해주고 싶습니다."
 
박 프로는 "비록 정규 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지금의 삶에 무척 만족한다"며 "도전과 좌절 등을 통해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지혜를 조금이라도 배운 것이 너무나 고맙다. 그림과 글쓰기 등의 작품활동과 강연을 통해 이런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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