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중부경찰서가 길고양이 사체가 발견된 김해시 외동의 한 공원에 동물 학대 금지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길고양이 학대 신고 이어져
동물보호단체 사체 2구 발견
경찰, CCTV 분석 등 조사 예정


 
"동물(개·고양이) 학대는 엄격히 금지되는 불법 행위입니다."
 
김해 외동의 한 주택가 공원에 이같은 현수막이 내걸렸다. 상습 동물 살해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평온하던 주택가는 발칵 뒤집혔다.
 
언제부터 시작됐을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사건이 처음 신고된 것은 지난 1월이었다. "학대 당해서 죽어가고 있는 길고양이들을 살려주세요." 동물학대 관련 민원을 접수 받고 있는 김해시농업기술센터 농축산과에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민원인에 따르면 한 주민이 고양이들을 지속적으로 가두고 굶겨 죽이거나 새총을 쏘는 등 학대해 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 현장에서 발견된 덫(위쪽).비닐 봉지 안에 담겨 있는 고양이 사체. 사진 출처=네이버 카페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이에 김해시는 민원인과 현장을 찾아 사실관계를 파악하려 했지만 그는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람에게 보복당할 것이 두렵다"며 자신의 신원을 알리지 않았다. 해당 전화는 '발신자표시제한'으로 걸려와 다시 연락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같은 내용의 전화가 김해시에 지속적으로 걸려왔다. 그 사이 민원인이 인터넷 카페 등에 고양이 학대 관련 글을 올렸고 동물보호, 길고양이 관련 SNS에 이 글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사건 현장 인근에는 초등학교의 학생들이 고양이의 사체를 발견하는 일도 이어졌다.
 
결국 김해동물보호연대가 고양이 학대·살해가 벌어졌다고 알려진 외동 주택가 일대를 찾았다. 동물보호단체는 그 곳에서 부패한 고양이 사체 2구를 발견했다. 고양이 학대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덫도 1개 발견됐다. 동물보호단체는 김해중부경찰서를 찾아 고양이 학대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동물보호연대는 "현장에서 발견한 고양이 사체는 2구였지만 오랜 시간 동안 고양이 학대가 이어져 왔기 때문에 피해 고양이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중부경찰서는 고양이 사체를 발견한 주택가 공원에 동물 학대 금지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설치했다. 길고양이 개체수 증가를 막기 위해 김해시가 올해부터 추진하기로 한 고양이 중성화 사업에 대한 안내 포스터와 고양이 학대 금지 문구를 담은 포스터, 현수막 등도 외동에 우선적으로 설치됐다.
 
고양이 학대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주변 CCTV를 분석하는 한편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길고양이 학대 사실을 목격한 적 있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한 동물보호단체에서 지목한 고양이 학대 의심 주민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시에 따르면 지난해 김해에서 발생한 유기 동물은 1200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도시 곳곳에 방치된 유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인식 개선과 동물 유기 예방 및 학대 금지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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