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을 때 어금니에서 어쩌다 번쩍 엄청난 전기가 와요!" 치아 균열(치아 크랙)에 관한 이야기이다.
치아는 쉬지 않고 기능하는, 심지어 잠을 잘 때도 활동하는 에너지 넘치는 기관이다. 보기엔 딱딱하고 무섭게 생겼지만 손이나 혀만큼 섬세해서 어지간한 물질들은 살짝 깨물어보고도 그 품성(?)을 알아내 대응할 수 있다.

치아는 소모품이다. 서서히든 빨리든, 계속 망가져만 간다는 뜻이다. 인체의 다른 장기들은 손상되면 어느정도 재생되고 회복되는데 비해 치아는 무조건 악화되기만 한다. 아마도 이렇게 계속 나빠져 이가 다 빠지면 죽으라는 신호일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오랫동안 아무렇게나 막 쓰는 것과, 잘 관리하고 아끼면서 쓰는 것의 결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똑같이 환갑을 맞은 친구인데도 어떤 이는 자기 치아를 잘 간직한 분이 있는 반면, 어떤 이는 하나도 남김없이 버리고 틀니를 쓰면서 제대로 씹지도 못하고 고생하는 분도 있다.

필자는 치아를 사과와 자주 비교한다. 치아의 맨 바깥이고 인체에서 가장 딱딱한 조직인 법랑질은 치아 속을 감싸고 보호한다는 점에서 사과의 껍질과 참 비슷하다. 사과 껍질을 과도로 한번 깎아내면 사과 속은 채 몇 분도 되지 않아 무르고 변질되듯이, 법랑질은 아주 단단하지만 한번 파괴되면-가장 흔한 원인은 충치, 다음은 닳아 없어지거나 사고, 과도한 씹는 힘 등-그 속의 사과 속살 같은 상아질이 노출되고, 이 상아질은 속절없이 나가떨어진다.

치아는 나이가 들면 수분이 적어지면서 딱딱해진다. 잘 부스러진다는 의미이다. 같은 충격에도 젊을 때는 안 그랬는데 나이가 들면 부서진다. 법랑질도 닳아서 없어지는데 딱딱해지기까지 하니 균열이나 파절이 쉽게 일어난다. 대개는 힘이 센 맨 뒷 치아부터 앞 치아 쪽으로, 절구공이 같은 아랫니보다는 절구통 같은 윗니에서 치아 균열이 더 자주 생긴다.

격한 운동(스키, 축구, 복싱, 헬스 등)을 할 때는 스포츠 마우스가드를 끼면 치아 균열, 파절을  예방할 수도 있고, 이를 품고 있는 치조골이 녹아내리는 것도 막아준다. 헬스하는 분들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인상 쓰는 모습은 치과의사가 보기에 너무 가혹한 상황이다. 아마도 장미란 선수가 마우스가드를 하지 않고 그 무거운 역기를 그토록 반복해 들어 올렸다면 어금니, 특히 윗어금니가 다 빠졌을 것이다. 치아로 오징어 쥐포 오돌뼈 생쌀 게장 같은 음식을 지그시 물고 흔드는 것은 마우스가드 없이 역기 드는 장미란 선수이다.

균열이 생긴 상태로 계속 두면 그 틈으로 세균이 침범해서 이 뿌리가 감염된다. 극심한 통증과 함께 이를 마주칠 수가 없어 다물지도 못한다. 심한 경우엔 빼게 된다.

그런데 스스로의 눈으로 이가 금이 갔는지 갈라졌는 지는 안보이니 모른다. 여러 군데 치과에 가도 의사는 애매한 말만 한다. 육안으로는 확인 불능, 엑스레이로도 확인 불능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검사장비(단단한 거 씹어보기, 뜨겁고 찬 거 테스트, 광선이나 현미경)를 동원하고, 증상을 종합하여 경험적으로 진단하게 된다. 치료도 상황에 따라 다르고, 열심히 치료해도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최후에는 임플란트가 있으니 이전에 비하면 정말 좋은 세상이다. 김해뉴스 /이창 BG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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