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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에 사실주의 완성한 극작가 차범석문학의 향기 - 목포 문학관 ② 차범석관
  • 수정 2019.01.29 15:52
  • 게재 2019.01.22 16:37
  • 호수 407
  • 11면
  • 정순형 선임기자(junsh@gimhaenews.co.kr)
▲ 차범석 작가(1924~2006)

 

'연극 대중화' 운동에 앞장 선 거인
최장수드라마 '전원일기' 첫 번째 집필

역사적 현실, 각색한 참여 의식  
만년엔 고향 바다에 가슴 묻어

 

한국 연극에 사실주의를 완성한 극작가. 사람이 살아가는 현장을 중심으로 밑바닥 서민 심리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극작가 차범석을 소개하는 문학관 입구에는 작가의 어록이 걸려 있다.
 
"산하란 우리의 고향이자 조국이다."

▲ 목포문학관 1층에 자리잡은 차범석관 입구.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2차 세계대전 때 학병으로 끌려간 제주도에서 8·15해방을 맞이한 이력 때문일까. 첫마디부터 민족과 뿌리를 찾는 어록이 인상적이다. 전시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작가가 살다 간 발자취를 소개하는 연보가 걸려 있다. 1924년 목포에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광주사범학교를 거쳐서 연희전문학교에 다니던 스물두 살 때 극예술연구회를 조직한 것이 극작가 인생의 출발점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작가가 연극무대에 맨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열두 살 되던 1936년,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 무용가 최승희가 목포 평화극장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부터였다는 언급이 눈길을 끈다.
 
"나무는 벌거벗은 나무가 좋다/ 내년 봄에는 다시 싹이 트고…/ 무한한 미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절, 극장 무대 아래서 바라보았던 당대 최고 무용수의 모습이 작가의 앞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뜻일까.
 
이후 작가는 서른한 살 때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나리오 '밀주'가 가작으로 뽑히고 서른두 살 때 '귀향'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얼굴을 드러낸다. 그런 작가가 서른여섯 살 되던 1961년에 문을 연 문화방송 편성국에 입사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방송 드라마의 대본을 집필하면서 본격적인 대중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는 소개글이 적혀 있다.
 

▲ 유품관에 전시된 친필 원고지.
▲ 작가가 극본을 쓴 연극 포스터.


 
작가의 유품을 보여주는 유리 전시관에는 문화방송 편성부장으로 재직하던 1980년 10월 21일에 첫 번째 전파를 탄 드라마 '전원일기'의 대본을 쓴 친필 원고가 놓여 있다. 2002년 12월 29일 마지막 전파를 타기까지 무려 22년간에 걸쳐 1088부작으로 방영되는 '최장수 국민 드라마'로 기록된 전원일기에 얽힌 사연과 함께. '박수 칠 때 떠나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방송 대본을 썼던 작가는 1년간 48회분을 집필한 후 후배 작가에게 바통을 넘겨 주는 모습으로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대목이 이채롭다.
 
전시실 한쪽에는 작가가 대본을 쓴 연극 포스터들이 걸려 있다.
 
비록 방송사에 몸을 담은 드라마 작가로 살았던 차범석이지만 연극에 대한 사랑은 떨쳐 버릴 수가 없었던 것일까. 
 

▲ 문학관 안쪽에 재현된 집필실. 동양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퇴근과 동시에 극단으로 달려갈 만큼 연극에 대한 애정을 보였던 작가는 1961년에 발표한 '산불'이 크게 히트를 친 데 이어 극단 신협에서 공연한 '갈매기 떼'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등 연극 대중화에도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드라마와 연극 사이를 오가며 살았던 작가 차범석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일관된 주제는 '사회 개혁'이었다.

"작가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겪는 역사적인 현실/ 그리고 일상 주변에서/ 물거품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져가는 수많은 일들을…"

그런 작가의 의식이 1980년대 우리사회의 밑바닥에서 꿈틀거리던 민주화 운동의 바람을 타고 발표한 '새야 새야 파랑새야'와 '손탁 호텔'의 포스터가 가깝게 다가온다. 각각 동학 혁명을 주도했던 전봉준과 독립운동가 서재필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했다.
 
포스터 옆에는 "연극을 통하여 사회를 개혁하고 연극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서 예술로 승화하는 날이 하루빨리 와야 한다."는 작가의 염원을 담은 글이 적혀 있다. "연극인은 관객의 정신에 불을 지르는 방화범이 되어야 한다."는 작가의 어록이 인상적이다. 
 
그렇게 가슴이 뜨거웠던 극작가 차범석이었지만 "만년의 가슴은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해설이 끝머리에 적혀 있다. "나의 고향이 목포이고/ 어려서부터 그 바다와 더불어 자랐다는 사실은/ 이미 나의 육체와 영혼 속에 바다를 잉태시켰는지 모를 일이다"는 작가의 말과 함께.
 
목포=정순형 선임기자 junsh@gimhaenews.co.kr


*찾아가는 길
전남 목포시 남농로 95.
△ 남해고속도로(252㎞)를 타고 가다 무영로(8㎞)로 갈아타면 된다. 약 3시간 30분 소요.

*관람 안내
① 오전 9시~오후 6시.
    1월 1일과 매주 월요일 휴관.
②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061-270-8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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