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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꽃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사랑방 '공주풀꽃문학관'문학의 향기 - 공주풀꽃문학관
  • 수정 2019.02.19 16:36
  • 게재 2019.02.12 16:16
  • 호수 409
  • 11면
  • 정순형 선임기자(junsh@gimhaenews.co.kr)
▲ 옛 충청감영을 내려다보는 언덕에 자리잡은 공주풀꽃문학관.

 

일제강점기 법원 관사 개조한 문학공간
들판에서 달빛 별빛 품고 피어난 사연

열두 폭 병풍엔 이슬처럼 맑은 노랫말
지친 가슴 달래주는 손수건 되고파

 

▲ 이웃 할아버지처럼 정겨운 시인 나태주.

달빛 아래 품피어난 작은 꽃잎들이 모여서 도란도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맑은 물이 비단처럼 흐른다는 금강을 바라보는 작은 언덕에 자리 잡은 '공주풀꽃문학관'은 동시 작가 나태주가 지키고 있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조선시대 도청 격인 충청도 감영이 있었다는 마을 뒤편에 마련된 문학관 마당에는 시인 나태주가 쓴 동시 풀꽃, 1의 전문을 새긴 시비가 세워져 있다. 일제강점기 법원 관사로 사용되었다는 목조건물에 차려진 문학관 안쪽으로 들어가면 시인 나태주의 사진과 함께 문학세계를 알려주는 어록이 눈에 들어온다.
 
"나의 시가 삶에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조그만 손수건이 되고 꽃다발이 되고 그들의 어깨에 조용히 얹히는 손길이 되기를 바란다."
 
아파트 거실 전등불 아래 빛나는 꽃이 아니라 바람 불고 비 내리는 들판에서 달빛과 별빛을 품고 피어난 풀꽃.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커다란 무리를 지어서 살아가는 풀꽃처럼 독자들 짧고 단순한 말로 독자들의 가슴에 다가가는 시를 쓰겠다는 시인의 다짐으로 들린다.
 
좁은 마루가 이어지는 복도길. '강의실'이라는 문패가 걸려 있는 방 안쪽에서 정겨운 풍금 소리와 함께 익숙한 노랫말이 들려온다.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자리…"
 

▲ 강의실 병풍에 수 놓은 작품, 외할머니의 일부.
▲ 시인 나태주가 살아온 발자취를 보여주는 사진들.

 
인근 공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생들이 계절학기 수업을 마치면서 부르는 노래라고 했다. 다소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열리는 강의실. 삼사십대 교사들이 주축을 이룬 대학원생들 틈 사이로 마주한 된 풀꽃 시인 나태주.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편안한 얼굴이 해맑다. 아기 곰을 연상케 하는 표정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칠십 대 중반에 달한 나이에도 어린이처럼 가슴이 순박할 것만 같은 시인.
 
1945년, 해방둥이로 태어나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초등학교 교사로 살아온 교장선생님의 풍모가 한눈에 드러난다. 조금 전에 들려왔던 동요 '겨울나무'를 연주했던 풍금 반주도 시인 나태주의 솜씨라고 했다. 문학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면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현장을 목격한 셈이다. 강의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시인의 작품을 새겨 놓은 열두 폭 병풍이 펼쳐져 있다. 한 폭 한 폭을 넘길 때마다 구슬처럼 아름다운 말들이 펼쳐지는 열두 병풍.
 

▲ 문학관 마당에 새워진 풀꽃 시비.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모습 보이는 곳까지만/ 목소리 들리는 곳까지만 가거라// 돌아오는 길 잃을까 걱정이다/ 사랑아" (이천십사년, 부탁을 적다.)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힘들 때 마음 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힘들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이천십사년. 행복을 적다)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이천십사년, 선물을 적다.)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이천십사년 풀꽃,Ⅲ을 적습니다)

부드럽고 느긋한 분위기로 덕담을 들려주는 목소리. 그 끝자락에서 시인이 던져 준 마지막 한마디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시는 찾는 사람이 많고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은 실용품이 되어야 합니다."
 
공주=김해뉴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gimhaenews.co.kr


*찾아가는 길
△ 충남 공주시 봉황로 85-12.
△ 남해고속도로(41㎞)를 타고가다 중부내륙고속
도로(100㎞)를 갈아탄 다음 경부고속도로
(86㎞)를 이용하면 된다. 약 3시간 20분 소요.

*관람 안내
① 하절기 (3월~11월): 오전 9시~오후 5시.
② 동절기 (12월~2월): 오전 9시~오후 4시.
매주 월요일 휴관. 041-881-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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