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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꿈꾸며 바위처럼 살다간 시인 유치환문학의 향기 - 청마기념관
  • 수정 2019.03.05 15:42
  • 게재 2019.02.26 14:49
  • 호수 411
  • 11면
  • 정순형 선임기자(junsh@gimhaenews.co.kr)
▲ 시인의 대표작들이 새겨진 시벽 옆에서 사색에 담긴 청마 동상.

 

밤바람에도 흔들리던 가슴
삶의 한계를 생명 사랑으로   

돌담길 정겨운 시인의 마을
청마의 발자취 간직한 기념관  

 

▲ 기념관 현관에 놓인 청마 흉상.

푸른바다를 향해 희망의 손수건을 흔들었던 시인. 꿈꾸면서도 말 없는 바위처럼 살다간 시인 유치환의 문학세계를 보여주는 청마기념관은 한려수도를 바라보는 거제도 방하마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삼백오십 년 묵은 팽나무를 마주 보는 청마기념관 마당에는 시인의 동상이 있다. 굵은 뿔테 안경을 쓴 얼굴로 깊은 생각에 잠긴 중년 남성. "삶의 허무를 인간 사랑으로 극복하려던 노력했던 시인"이라는 학창시절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평론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시인의 동상 옆에는 검은빛 대리석으로 만든 시벽이 세워져 있다.      
 
"밤바람 소리 하나에도 나는 흔들리어/ 세상 둘 바를 모르거니/ 밤 뒤의 날이 옴이 오직 하나 미쁨이여/ 사랑하는 이여/ 너도 그같이 내게로 오라"
 
그 무엇이 그리워 시인은 밤바람에도 가슴이 흔들렸을까. 아니면 맑고 순수한 이념에 발목이 잡혀버린 한계를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극복하려던 몸부림이었을까.
 
마당 왼편에는 시인 유치환이 태어난 생가가 복원되어 있다. 한때는 시인의 고향을 놓고 거제시와 통영시가 감정 대립을 거듭하다 "태어난 곳은 거제시이지만 유년기를 거쳐서 성장기를 보낸 후 작품 활동을 시작한 곳은 통영시라는 쪽으로 물밑 조정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가 떠도는 바로 그 현장이다. 햇살이 따사로운 돌담길을 따라 싸리문이 정겨운 시인의 옛집 입구에는 시인이 살다간 발자취를 책 모양으로 새겨 놓은 조각품이 있다.
 

▲ 청마 유치환이 태어난 옛집을 복원한 생가 입구.

 
일제강점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1908년에 한의원의 아들로 태어난 시인. 통영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일본 도요야마중학교에 다니다가 가세가 기우는 바람에 동래고보로 옮겼던 사연이 이어진다. 스물세 살 때 문예월간 제2호에 시 '정적'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얼굴을 내밀던 시절, '향수'로 유명한 시인 정지용에 매료돼 서른한 살 때 형인 극작가 유치진과 동인지 '생리'를 발간하면서 본격적인 창작활동에 뛰어든다. 이후 서른일곱 살 때 맞이한 8.15광복과 더불어 교육계에 투신, 경남여고 교장을 거쳐 부산남여상 교장시절 1967년 쉰아홉 살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마당 한켠에 자리잡은 우물과 장독대가 복원된 초가의 섬돌 아래 하얀 고무신이 인상적인 시인의 생가,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청마 기념관이 우뚝 서 있다. 콘크리트로 지은 기념관 안쪽으로 들어가면 시인의 작품을 낭송하는 영상 화면이 펼쳐진다.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노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 시인이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와 작품이 실린 문예지.
▲ 청마가 남긴 사진과 유품들.

  
나라를 잃은 일제강점기에 식민지 청년의 아픔을 안고 작품 활동을 하다가 갑자기 찾아온 8·15광복과 더불어 시작된 좌우이념대립에 이은 6·25전쟁까지 겪어야 했던 혼돈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신을 찾으려고 몸부림쳤던 시인의 면모가 드러난다.
 
기념관 안쪽 전시실로 들어가면 김춘수, 김상옥, 조지훈…. 시인과 가까웠던 문인들과 주고받는 편지들이 놓여 있다. 그 가운데 시인이 통영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연애편지를 주고받았다는 시조시인 이영도와의 사연을 담은 편지도 포함되어 있을까. 시인이 남긴 대표작 '행복'에서 드러난 감성을 보여주는….      
 

▲ 시인 유치환을 소개하는 청마기념관 전경.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그토록 애틋한 가슴을 안고 살아가던 시인이 환갑을 눈앞에 둔 나이에 퇴근길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날 줄 과연 누가 알았을까. 청마기념관 앞에 세워진 깃발에 적힌 시인의 노랫말이 아쉬움을 더해준다.
 
"가슴 저미는 쓰라림에/ 너도 말 없고 나도 말 없고/ 마지막 이별을 견디던 그날 밤/ 겨울 하늘에 무심히 빛나던 별 하나"  
 
거제=김해뉴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gimhaenews.co.kr


*찾아가는 길
△ 경남 거제시 둔덕면 방하리 505-1.
△ 가락대로(13㎞)를 가고가다 거가대로(45㎞)로 옮겨타면 도착한다. 약 1시간 30분 소요..

*관람 안내
① 오전 9시~오후 6시.
② 매주 월요일(공휴일이면 그 다음날)과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은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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