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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벗 삼아 민족 노래했던 순수 시인 박두진문학의 향기 - 박두진문학관
  • 수정 2019.03.19 16:43
  • 게재 2019.03.12 16:12
  • 호수 413
  • 11면
  • 정순형 선임기자(junsh@gimhaenews.co.kr)
▲ 멀리서 바라본 박두진문학관. 대표작 '해'와 '도봉', '꽃구름 속에'를 상징하는 문양이 이채롭다.


"시는 가장 높은 단계 인간성 실현"
기독교적 윤리의식으로 생명 사랑

정치색 거부한 우파문단 지킴이
조지훈·박목월 등과 청록집 발간



자연을 소재로 생명을 노래한 시인. 8·15 광복 직후 강렬한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자연친화적인 작품을 발표했던 시인 박두진의 문학세계를 알려주는 문학관은 경기도 안성시의 넓은 들판에 자리잡고 있었다.
 
사계절 눈썰매장과 수변공원, 야외 캠핑장 등이 마련된 안성시민공원 인근에 콘크리트 건물로 우뚝 선 문학관 마당에는 시인의 대표작 '해'의 전문이 새겨진 시비가 세워져 있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고운 얼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 박두진 문학관 내부 전시실 입구.
▲ 시인이 남기고 간 유품을 보여주는 전시관.

긴 터널처럼 어둡고 힘들었던 일제강점기를 벗어나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희망에 부풀었던 1949년 무렵에 발표한 작품이라는 설명을 새기면서 들어간 문학관. 문학 관련 서적 2000여 권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꾸며진 1층 북카페 벽면에는 '시인의 어록'이 걸려 있다.
 
"시는 모든 것의 위에서/ 최고의 비판이자/ 최고의 미학이며/ 가장 높은 단계의 인간성을 실현하여야 한다."
 
일제강점기를 끝내는 8·15해방과 더불어 찾아온 좌우 이념대립 에다 6·25 전쟁이 가져다 준 폐허, 이승만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4·19혁명과 5·16 쿠데타가 빚어낸 군사정권 등 쉴 새 없이 불어닥치는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샘물처럼 맑고 깨끗한 자세로 살다간 시인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 젊은 시절 박두진과 스승 정지용 시집(위사진). '청록집'을 발간할 무렵 찍은 사진. 앞줄 오른쪽부터 박두진, 조지훈, 박목월.

2층 전시실로 올라가면 시인 박두진이 살다간 발자취를 소개하는 연보가 걸려 있다. 1916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난 시인이 스물세 살 때 선배 시인 정지용의 추천으로 데뷔작 '향현'이 문장에 실리면서 문단에 첫발을 디딘 사연이 벽면에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 이듬해인 1940년에 발표한 작품 도봉.
 
"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가 곤/ 오지 않는다// 인적이 끊인 곳/ 홀로 앉은 가을 산의 어스름…"
 
중·일 전쟁이 한창이던 일제강점기의 암울했던 시대적 분위기가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런 아픔을 딛고 벅찬 가슴으로 맞이했던 8·15 광복. 그 시절 좌파 문인들이 주도하던 문단 풍토 속에서 정치적인 이념을 거부했던 시인은 동료 시인 박목월·조지훈과 함께 자연을 노래한 작품을 모은 '청록집'을 펴낸다. 이후 6·25 전쟁에 이은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군사정권 시대를 살았던 시인은 잘못된 현실에 대한 쓴소리를 잊지 않으면서 올곧은 선비의 자세를 끝까지 지켰다는 소개글이 가슴에 와닿는다.
 
부조리한 세파에 울분이 치솟을 때는 남한강을 찾아서 굽이치는 물살에 둥글어진 돌을 만나고 도자기 겉자락에 붓글씨를 새기면서 마음을 다잡았을 만큼 처신이 깨끗하고 강직했던 청록파 시인. 그런 박두진이 1977년, 연세대에 재직하던 시절 제자였던 마광수를 문단에 데뷔시켰다는 이력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문단에 데뷔할 당시 젊은 시인 마광수는 에로티시즘에 빠져들었던 만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는 해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 수석을 즐겼던 시인을 소개하는 공간.

전시실 끄트머리에는 시인 박두진의 작품에 곡을 붙여 부르는 노래를 들려주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미리 준비된 헤드셋을 끼고 들어 본 시인의 노랫말.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오는 가곡. 천상의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는 목소리를 통해서 들려주는 노랫말이 아스팔트 문화에 메말랐던 가슴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들바람처럼 싱그럽게 다가왔다. 
 
"꽃바람 꽃바람/ 마을마다 훈훈히 불어오라/ 복사꽃 살구꽃 하얀 속에…/꽃가루 흩뿌리어 마을마다 진한/ 꽃향기 풍기어라"
 
김해뉴스 안성=정순형 선임기자 junsh@gimhaenews.co.kr


*찾아가는 길
△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남사당로 198~11.
△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중부 내륙고속도로로 갈아탄 후 당진·영덕고속도로로 옮겨 탄 다음 중부 고속도로로 옮겨 타면 된다. 약 3시간 50분 소요.

*관람 안내
① 오전 9시~오후 6시.
②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추석·설날 당일은 휴관.
    031-678-24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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