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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허무를 아름다운 언어로 극복한 시인 조병화문학의 향기 - 조병화 문학관
  • 수정 2019.04.09 17:53
  • 게재 2019.04.02 15:44
  • 호수 416
  • 11면
  • 정순형 선임기자(junsh@gimhaenews.co.kr)
▲ 개구리 소리 들리는 '청라헌'. 은퇴 후 시인의 보금자리가 되었던 곳이다.


고달픈 도시 서민에 정서적 위로
마지막 주제는 언제나 '어머니'

월북시인 김기림 권유로 첫 시집
"이념 대립 시대엔 '시'가 탈출구"



쉽고 아름다운 언어로 허무와 고독을 극복한 순수시인. 평범한 일상 속에서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도시 서민에게 정서적 위로를 안겨 주었던 시인 조병화의 삶과 문학세계를 소개하는 문학관은 경기도 안성시의 조그만 농촌 마을에 자리 잡고 있었다.

봄볕에 풀린 개울물이 흐르는 시인의 마을. 어린 시절 시인이 뛰어놀았다는 골목길 담벼락에는 시인의 노랫말이 적혀 있다.
    

▲ 시인의 마을 담벼락에 새겨진 조병화의 사진과 ‘고향시’.

"우리 고향 난실리 사람들은, 잘살자는 꿈을 먹고 삽니다(중략)/ 서로 사랑하고 도우며 서로 아끼며/ 우리 고향 난실리 고향 사람들은, 아름다운 그 꿈을 먹고 삽니다"

경희대학교 교수를 거쳐서 인하대학교 대학원장으로 정년 퇴임한 시인이 태어나서 자란 고향을 노래한 작품이라고 했다.

시인의 생가 있었던 마당 오른쪽에는 지붕이 뾰족한 서양식 2층 건물이 서 있다. '개구리 소리가 들리는 집'이라는 뜻을 가진 '청라헌'. 만년에 고향으로 돌아온 시인이 집필실로 사용했던 곳이라고 했다.

청라헌 왼쪽 잔디밭을 지나면 2층 콘크리트 건물이 우뚝 서 있다. 시인 조병화가 살다간 흔적과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들어선 문학관.

"버릴 것 버리고 왔습니다/ 버려선 안 될 것까지 버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전시실 입구에 세워진 시인의 동상에 옆에 '나의 자화상'이라는 제목으로 새겨진 시인의 글이 인상적이다. 자신이 살아온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자체가 쑥스러웠을까.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어머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 없는 작업…"

전시실 벽면에는 중학교 2학년 국정교과서에 실린 시인의 작품이 걸려 있다. 
 

▲ 시인 조병화의 손때가 묻은 유품들이 보존된 서재.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던 시인이 대표작 '해마다 봄이 오면'의 바탕에 그려진 서양화. 푸른 하늘 아래 황톳빛 들판이 새겨진 땅을 묘사한 이 그림은 시인 조병화가 직접 그린 유화라고 했다. 아마추어 수준을 뛰어넘는 그림 솜씨. 하지만 시인 조병화의 관심은 시와 그림에만 머물지 않았다고 했다.

'럭비는 나의 청춘', '시는 나의 철학', '그림은 나의 위안', '어머니는 나의 고향, 나의 종교'.

다방면에 걸쳐 재능을 보였던 시인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시인의 어록이 남긴 결론은 역시 어머니. 전시실 정중앙에 실물 크기로 세워둔 사진의 오른쪽 끝 방점을 찍는 공간에도 경희대 교수 시절 시인이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 세워져 있다.  

전시실 안쪽에는 시인이 살다간 발자취를 알려주는 연보가 걸려 있다. 

일제강점기인 1921년 경기도 안성군에서 태어난 시인은 스물두 살 때 경성사범(현 서울대 사범대학)을 졸업한다. 이후 스물네 살 때 8·15광복을 맞은 시인은 서울고등학교 물리 교사로 일하던 도중, 월북시인 김기림의 권유로 개인 시집을 발간하면서 문단에 첫발을 디뎠다. 당시 나라 전체가 좌우 이념 대립에 휩싸였던 현실을 지켜보았던 가슴을 시인은 첫 작품 '소라'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바다엔/ 소라/ 저만이 외롭답니다// 허무한/ 희망에/ 몹시도 쓸쓸해지면/ 소라는 슬며시/ 물속이 그립답니다…"
 

▲ 다재다능했던 시인 조병화의 모습을 보여 주는 사진.


사회적 갈등과 혼돈이 끝없이 펼쳐지는 시대를 살았던 청년 조병화에게 시는 정신의 구원처였고 영혼의 탈출구였다고 했다. 방과 후 수업에선 럭비 동아리 코치로서 활동하면서 젊은 학생들과 피 끓는 청춘을 운동장에서 불태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창작 시집 53권을 펴내고 그중 25권이 영어, 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으로 번역되어 성과를 낳은 문단의 거목 조병화. 그토록 열정이 넘쳤던 시인 조병화가 그립고 아쉬웠던 젊음의 뒤안길로 돌아온 고향 마을에 세운 시비에 새겨 놓은 어록은 소박하기만 했다.

“어머님의 심부름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가/ 이제 어머님의 심부름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 " 

김해뉴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gimhaenews.co.kr


*찾아가는 길
△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난실리 337.
△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당진 영덕고속도로로 갈아탄 후 경부고속도로를 옮겨 타면 도착
    한다. 약 3시간 50분 소요.

*관람 안내
① 오전 10시 30분~오후 5시.
② 매주 월요일은 휴관. 031-67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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