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제대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재단 이사회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인제대 전경. 사진제공=인제대

'총장 면직 사태'를 겪은 인제대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재단 이사회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반년간의 총장 공백과 두 달 간의 김성수 총장 체제, 논문 표절 등으로 인한 총장 면직 등 최근 인제대학교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 운영의 키를 쥐고 있는 재단 이사회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총장 면직 이후 이사회 입장 無
평의회 "총추위 일방성 성찰해야"
"이사회 연로하고 학교 잘 몰라"
백낙청 교수 이사 선임 변수 주목



교수평의회 고영남 의장은 지난 18일 서울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을 찾아 이순형 이사장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고 의장은 "재단 이사회가 대학평의원회에서 마련한 총장후보선출제도를 이유 없이 거부하고 재단의 총추위(안)을 일방적으로 하달해 강행한 것을 성찰하지 않는다면 불행의 역사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재단 측에 전달했다.
 
김성수 전 총장의 사퇴 이후 학교 안팎에서는 재단 이사회에서 총장 선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이사회는 지난 2주간 총장 사태에 대한 사과나 반성, 차기 총장 선출 계획 등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재단 이사회가 좀 더 개방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의 사무국은 서울 중구 을지로의 서울백병원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재단 사무국이 교내에 소재하지 않는 것 역시 이례적이다. 재단과 학교 사이의 위치적 거리뿐 아니라 실제 업무 추진이나 소통도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이사회 구성원에 대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이사회는 서울대 의과대 학장을 역임한 이순형 이사장을 중심으로 권이혁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이현재 전 국무총리, 이세중 현대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백선우 세아홀딩스 법무통상팀 전무, 고행일 전 인제대 서울백병원 내과 주임교수, 차인준 전 총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권이혁·이현재 이사의 임기 만료와 박흥대 이사의 사퇴로 이일재 ㈜부산면세점 대표이사,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기혁 현 이사회 감사가 차기 이사로 선임됐으며 관할청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인제대 A 교수는 "현재 이사진은 백낙환 전 이사장이 객관적인 재단 운영을 위해 학교와 관계 없는 저명인사들로 주로 구성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사진 절반이 80세 이상으로 연로한 데다 학교 사정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되도록 교육 관련 인사들이 이사로 구성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낙환 전 이사장의 이사직 퇴임과 별세 이후 학교가 '주인 없는 이사회'로 운영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이사회에는 백 전 이사장의 조카인 백선우 씨가 있지만 이사회 내 영향력이 약하다는 평이다. 백 전 이사장의 장녀인 백수경 교수 역시 2014년 이사 임기 만료 이후 연임에 실패하며 이사회 2인자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와 관련 한 사학 관계자는 "사립대학의 경우 이사장 친족들로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아 이사회 중 친족 구성을 4분의 1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인제대는 오히려 이사장 친족들이 터부시된 것 같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김 전 총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곪아왔던 인제대 재단 이사회의 문제가 표출된 것이다. 이사장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지역 기관 관계자는 "백 전 이사장 은 직원을 한 명 뽑을 때도 직접 면접을 보고 서울에 거주하지만 매주 학교에 내려와 학교를 살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때문에 '독재'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반대로 지금은 이사회가 학교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고영남 평의회 의장은 25일 의장 서신에서 박흥대 이사의 중도 사임 사유, 후임 이사인 이일재 개방이사 후보에 대한 객관성 문제, 김기혁 이사회 감사의 이사 선임 문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선임에 대한 배경 등이 설명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사로 선임된 것에 대한 일부 구성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백낙환 전 이사장의 이복동생인 백 교수는 '창작과비평'의 편집인으로, 한국 민주주의에 큰 역할을 한 '진보 어른'으로 불린다. 한 교수는 "백 교수가 이사로 온다는 것이 의외이긴 하지만 강건한 사람으로 알려진 만큼 학교 안정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 학교 관계자는 "차기 총장을 빨리 뽑는 것보다는 잘 뽑는 게 중요하다. 지난 1년간 총장 공모, 재공모, 취임, 면직 등으로 겪은 혼란보다 지금의 대행체제가 오히려 안정적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검토해 적임자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