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김발연 세미나 개최
아이디어 수준, 학문적 위상 도약
후발 지역학 약점 딛고 발전 위해
시 재정지원과 인력 확보 등 시급


▲ 지난달 30일 인제대 약학관 101호 대강당에서 '김해학의 제창을 위하여-김해학 정립의 기초적 연구'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박현주 기자 phj@

#사례 1=충남 천안의 천안발전연구원은 천안시의 위탁을 받아 2009년 3월부터 백석대학교 등 지역 7개 대학을 통해 천안학 강좌를 열고 있다. 교양과목이다. 이 강좌는 개설 4년만에 연 수강 인원 1만여 명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매주 1회 2시간씩 15주 동안 운영되는 천안학 강좌에서는 향토 역사학자와 지역 경제인 등이 강사로 나서 천안의 역사·교육·정치·경제 등 천안 관련 지식을 전수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수강생의 90% 이상이 수도권 출신 재학생들이라는 사실. 따라서 천안학 강좌는 천안을 홍보하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천안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지역 중소상인, 동호회, 관변단체 등의 모임에 '천안학 특강'을 마련, 천안의 자부심과 애향심을 높이고 있다.
 
#사례 2=지난 3월 27일 대구·경북학회가 발족했다. 대구·경북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주민의 삶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에서다. 학회는 2005년 발족한 '대구·경북학' 연구가 지지부진하다는 데 공감하고, 이를 다시 활성화함으로써 지식과 문화 주체로서 대구·경북지역의 위상을 회복하려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구·경북학회는 "우리 지역이 문화·경제적 낙후지역으로 전락해 지역 인재들이 서울로 올라가고, 지역 주민들의 자긍심도 떨어졌다"고 진단하고 "지역의 인문·자연·사회과학·예술 분야 등을 통합 연구해 대구·경북학의 토대를 구축하고, 이로써 대구·경북의 재도약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사례 3=지난해 12월 광주시의회는 호남학 연구사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광주시호남학진흥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조례안은 상대적으로 영남지역에 비해 뒤처진 호남 관련 지역학의 진흥을 위해 발의됐다. 이 조례 제정으로 인해 전남대 호남학연구원은 호남학 관련 자료수집·연구와 문화콘텐츠화·연구기관의 협력사업 등과 관련해 시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 광주시의회는 "호남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상, 예술, 민속 등 삶의 양식이 녹아든 호남학을 지역 문화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조례를 제정했다"며 "시의 예산·인원·기구 지원 덕에 호남학의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연구를 위한 밑바탕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인제대학교 김해발전전략연구원(원장 김영구)이 지난달 30일 인제대 약학관 101호 대강당에서 '김해학의 제창을 위하여-김해학 정립의 기초적 연구'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는 그동안 아이디어 수준에 머물러 있던 '김해학'이 비로소 학문적 위상 정립을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란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사실 지역의 정체성 확립을 통한 발전 방안을 모색한다는 차원에서 '지역학을 연구해야 한다'는 논의와 주장은 일찍부터 있어 왔다. 이 논의는 1993년 '서울학' 출범으로 가시화했다. 이후 광역시 차원에서 부산학(2002년), 인천학(2002년), 울산학(2006년)이 뿌리를 내렸고, 김해시와 마찬가지로 대도시 반열에 오른 일부 지자체들이 전주학(2006년), 천안학(2008년), 아산학(2010년)을 선보였다. 이들은 해당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시민들의 협력에 힘입어 점점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김해학'의 출범은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
 
지역학 전문가들은 '후발 지역학'에 속하는 '김해학'이 조기에 안착을 하기 위해서는 김해시의 적극적인 재정적 지원과 전문 연구 인력·기구의 확보, 지역 주민들간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이미 출범한 부산학·경남학과의 차별화와 시민 대상 교육 프로그램 운영 여부도 성공을 위한 관건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학연구소 관계자는 "지자체의 재정·정책적 지원과 지역 정치·경제·문화인들의 관심, 주민들간의 공감대 형성 등이 지역학을 발전시키는 밑거름"이라며 "김해는 풍부한 가야 유적과 유물, 관련 스토리 그리고 부산과 창원 사이에 자리한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 등을 잘 활용하면 어느 지역학보다도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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