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고 있다. 겨울철, 가장 주의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빙판길'이다. 낮은 기온 탓에 우리 몸은 잔뜩 웅크리게 되고 얇게 얼어붙은 빙판길은 보행자의 신체를 위협한다. 특히 노년층에서 빙판길에서의 낙상은 단순한 부상을 넘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고관절 골절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관절은 골반골과 대퇴골을 잇는 관절로 우리 몸의 체중을 지탱하고, 걷고 달리는 모든 하반신 움직임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고관절 주위 뼈가 부러지게 되면 극심한 통증과 함께 스스로 일어서거나 걷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결국 부상 초기에는 침상에 누워 지낼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이 누워있는 시간이다. 움직이지 못하고 꼼짝없이 누워 지내면 지속적으로 눌려지는 피부의 혈액 순환이 나빠지게 되어 엉덩이 또는 등에 욕창이 생기기 쉽고, 추후 폐 기능이 저하되어 가래가 쌓여 폐렴이 발생 할 우려도 있다. 또한 하지정맥에 혈전이 생길 수 있으며 요로감염을 포함한 다양한 합병증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합병증으로 인해 수술을 시행하지 않은 고관절 골절 환자의 약 70%가 2년 이내에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노년층에게는 매우 위험한 골절이다.
고관절 골절의 가장 큰 원인은 낙상이다. 겨울철에는 빙판길뿐만 아니라 추위로 인해 근육과 인대, 관절이 경직되어 유연성이 떨어지고, 두꺼운 옷차림으로 인해 몸의 움직임이 둔해져 넘어지기 쉽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고령층에서의 골다공증이 있다. 뼈의 밀도가 낮아져 약해진 상태라면 가볍게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갈 수준의 가벼운 충격에도 고관절이 쉽게 부러질 위험이 증가한다.
고관절 주위 골절의 주된 증상은 사타구니와 그 주변 골반 통증이 나타나고, 보행이 불가능 또는 매우 불편하며, 양반다리와 같은 평소 쉽게 하던 특정 동작들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가까운 정형외과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진단은 환자의 증상과 다리 변형 여부 등을 확인하는 이학적 검사 후, 단순 방사선 검사(X-ray)를 통해 골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뼈에 실금만 갔거나 골절 부위가 거의 어긋나지 않은 불완전 골절의 경우 CT나 MRI와 같은 추가적인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MRI는 X-ray에서 보이지 않는 미세한 골절선이나 골절로 인한 뼈 내부의 변화를 정확하게 보여주므로 전위가 거의 없는 고관절 골절을 확진하는 데 가장 유용한 검사이다.
고관절 골절로 진단되면 대부분 수술적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간혹 환자분이 고령이라 수술을 망설이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판단이며 정형외과 전문의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합병증 위험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관절 골절은 신속한 수술적 치료가 중요하다. 골절 상태나 환자의 나이, 활동 수준을 고려하여 뼈를 고정하는 '내고정술'이나 '인공관절 치환술'을 시행하게 된다. 수술의 가장 큰 목적은 단순히 뼈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하루빨리 일으켜 세워 걷게 함으로써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하고 다시금 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고관절 골절이 생기게 되면 환자 본인과 가족 모두에게 큰 고통을 안길 수 있으므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겨울철 외출 시에는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고, 보폭을 줄여 천천히 걸으며, 밑창이 미끄럽지 않은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도 화장실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까는 등 낙상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를 통해 자신의 뼈 상태를 확인하고, 평소 충분한 영양 섭취와 더불어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지속하여 근력을 유지하는 것이 넘어져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뼈, 근육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나는 괜찮겠지'라는 방심 대신 세심한 주의와 관리로 안전한 겨울을 보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