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성되는 문화도시들은 기존의 문화콘텐츠를 단순 활용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구성원의 삶의 방식 자체를 문화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1997년 형성되기 시작한 파주 헤이리의 경우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한 공간에서 소통하는 문화를 만듦으로써 종합예술마을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다. '희망의 도시'라 불리는 브라질의 쿠리비치의 경우는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도시문제를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생태문화를 형성함으로써 해결했다. 이처럼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에 무게를 둔 문화도시 형성 움직임은 단순 콘텐츠 재생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김해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파주 헤이리 아트밸리
 
1997년 '헤이리아트밸리'가 건축될 당시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허허벌판인 파주에 판매까지 가능한 종합예술공간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됐고, 또 그동안 단순 이벤트로 명맥을 유지한 다른 문화도시들에 비춰봤을 때 '헤이리'의 경쟁력이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술가들의 별난 실험정신쯤으로 평가받던 '헤이리아트밸리'는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문화마을로 손꼽힌다.
 
이곳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예술과 삶이 분리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도시의 건축·예술·삶·구성원이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이것이 도시자체를 하나의 독특한 예술작품으로 만들었다. 또 모두 370명의 예술인이 공동 투자로 마을이 구축된 만큼 구성원의 참여도도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편이다. 이는 구성원의 삶을 문화적으로 만들었고 마을의 지속적인 사후관리도 가능하게 했다. 전체부지 중 녹지공간을 27.8% 할애한 것도 눈에 띈다. 마을의 건축물은 국내·외 건축가의 참여로 모두 예술작품처럼 만들어졌지만 높이는 3층을 넘지 않는다. 자연과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위해서다. 자연하천과 늪지, 우리 꽃과 나무로 꾸며진 마을은 살기 좋을 뿐 아니라 창작에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또 그 자체로 생태마을이란 브랜드가 됐다.
 
▶일본 구마모토 아트폴리스
 
과거 구마모토 시는 일본 규수지역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였다. 공장을 운영하기에 최적화돼 있던 도시는 1953년 공장에서 흘러나온 수은에 중독된 주민 수 십 명이 사망한 후 변화를 도모했다. 주민들이 도시의 기능을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바꾸길 요구했던 것이다. 이후 구마모토는 관(官)과 주민이 함께 참여해 꾸준히 변화를 추구해 왔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도시 전체를 감싼 독특한 건축물이다. 구마모토 시는 현대를 무대로 후세에 문화적 유산으로 남길 수 있는 우수한 건축물을 창조하고 시민들에게 도시문화, 건축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임으로써 이곳만의 독특한 생활공간을 창조해 냈다. 그 결과 현재 구마모토 시는 미나미타이 병의 고장으로 불리던 공업도시의 부정적 이미지를 모두 떨쳐내고 아름다운 건축도시로 재탄생했다.
 
▶브라질의 쿠리치바
 
브라질 남부에 위치한 쿠리치바 시는 전 세계로부터 '꿈의 도시', '희망의 도시', '존경의 수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곳이 오늘날 같은 평가를 받기까지는 30여 년에 걸친 시공무원, 도시계획가, 시민의 협력과 노력이 있었다.
 
16세기 중엽 포르투갈 침략자들에 의해 도시화된 쿠리치바 시는 1950년 급속한 인구 증가로 인해 환경오염, 교통체증, 문화유적 훼손 등 심각한 도시문제에 봉착했다. 하지만 쿠리치바 시의 재정은 열악했고, 누구도 문제를 바로잡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1971년 취임한 자이메 레르네르 시장은 도시 개선의 무기로 '창조성'을 내세웠다. 그는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정직한 정책 집행이 막대한 자본의 힘을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이후 통합성, 창조성, 지속성, 저비용, 속도성이 기본이 된 쿠리치바 시의 정책들은 재활용품을 이용한 각종 교육·문화 시설 구축과 자기 기술을 이용한 빈민촌 주택개량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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