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가 가진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 인프라에 비해 내용을 채울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진은 김해문화의전당.

김해에는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인프라가 풍부한 반면, 이를 채울만한 '김해다운 콘텐츠'는 부족한 실정이다.
 
민선 1·2·3기 송은복 전 김해시장과 4기 김종간 전 시장은 각각 '역사문화도시'와 '책 읽는 도시'를 표방하며 문화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 결과 김해문화의전당,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김해 한옥체험관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공간과 38곳의 크고 작은 도서관이 갖춰졌다. 이밖에 수로왕릉, 봉황동유적, 양동산성 등 사적 가치가 높은 유적들이 남아 있으며, 국립김해박물관, 대성동고분박물관 등도 운영되고 있다. 2010년 문화관광부에서 발행한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김해시는 경남지역에서 가장 많은 문화예술 공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최다 문화예술 공간 보유
시설면 등 외부적 평가 높지만 기존 콘텐츠 재생공간 기능에 그쳐
지역 관련 내용 생산 아쉬워, 시 문화정책도 보여주기식 위주

새로운 문화도시 전략 필요김해의 문화 인프라는 외부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김해문화의전당은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인근 대도시인 부산보다 대작(大作)을 먼저 유치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국의 공연기획 관계자들도 인정할 정도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또한 '건축도자 전문'이라는 특수성을 인정받아 유수한 작가들과 함께 작업을 하기도 한다.
 
문제는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는 인프라를 건설할 당시 어떤 콘텐츠로 지역의 문화정체성을 살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선 공연·전시분야에서 '김해다운' 특징을 갖추고 시민들과 호흡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다.
 
현재 김해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는 주로 서울에서 기획·제작된 각종 콘서트와 오페라, 뮤지컬 등을, 소극장에서는 지역 내 문화단체들의 작품을 올리고 있다. 지역문화를 이끌 수 있는 콘텐츠 혹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보다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재생하는 공간으로써만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지역색을 살린 기획은 지역문화예술인들로 구성된 'GASC 윈드페스티벌앙상블'을 이용한 '애두름리듬축제' 정도이다.
 
전당 내 전시공간인 윤슬미술관은 이보다는 조금 나은 편이다. 김해출신의 신진작가들을 발굴하는 '뉴 페이스 인 김해(NEW FACE in GIMHAE)'전과 원로작가들을 재조명하는 '김해를 빛낸 예술가 시리즈'를 매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해를 빛낸 예술가 시리즈'마저도 2010년에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지역적 문화 성장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해 및 경남 지역 예술인 발굴 시리즈 등 프로그램 개발'이라는 전당 운영 기본방향이 무색할 정도다.
 
▲ 김해분청도자관(왼쪽),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오른쪽)

이밖에 도자 전문인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과 김해분청사기도자관은 그 특수성 때문에 지역 미술계를 진흥시킬 수 있는 전시기획이 전무하다. 특히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이벤트전시 등을 기획하고, 세라믹창작센터와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으나 정작 지역 관련 콘텐츠 생산에는 무심했다.
 
다음으로, 시 문화정책이 축제나 관광 등 '보여주기식'에 치우쳐 있어 '진짜 김해다운 콘텐츠'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그나마도 계획이 미비해 '예산만 낭비할 뿐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종영한 MBC 드라마 '김수로'에 제작지원금 75억원을 지원하고 세트장을 건설하는 등 많은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성공적인 관광사업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김형수 시의원은 "가야와 김해시를 알리고 중장기적으로 관광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 확보가 이 드라마의 목적이었다"며 "그러나 드라마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테마파크는 여전히 공사장"이라고 지적했다. 2013년 4월 개장 예정인 '가야역사테마파크'는 총 532억원이 투입됐다. 이와 더불어 역사문화복합공간으로 구축될 '가야사 2단계 사업'에도 총사업비 95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판화가 주정이 씨는 "시에서 많은 예산을 들인 소설 '제 4제국'이나 드라마 '김수로'는 '하지 않은 것만 못한 대실패'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라며 "전문인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지 않았고, 기획력이 부족했기에 예견된 결과였다"고 지적했다.
 
동아대학교 한장원 교수는 "문화도시 전략은 도시문화 콘텐츠를 고려하지 않은 채 새로운 시설이나 행사를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대부분"이라며 "내·외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도시브랜드와 문화도시 개념을 명확히 확립하고, 인프라를 시스템화하여 성숙된 도시의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이 일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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