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의 잘 가꾼 마을 사례

<김해뉴스>는 지난 호에서 각종 개발로 신음하는 자연마을들의 실태를 소개했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훼손 일변도의 마을들이 있는 반면, 대대로 이어 온 전통을 지키고 마을의 특성을 살려 새로운 대안과 희망을 보여주는 마을들도 적지 않다. 이번 호에서는 세월의 변화 속에서도 마을의 정체성을 잘 지켜가는 곳들을 소개한다.

▲ 그래픽=박나래 skfoqkr@

■ 생림면 마사리 송촌
딸기잼·엿기름·메주·간장·된장 등
일년 농사와 맞물려 브랜드 사업 안착
■ 진례 상촌·장유 덕정
경남문화재자료 염수당·월봉서원 보존
전통풍습과 역사사료 활용가치 높아
■ 생림 도요
도요창작스튜디오 들어선 뒤 변화 바람
다양한 행사·볼거리에 전국서 찾아와

■ 머리 맞대고 손 맞잡은 마을단위사업
생림면 마사리 송촌마을은 '송촌엄마손' 등 브랜드 사업을 통해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송촌마을의 행사는 일년 농사와 맞물려 진행된다. 봄에는 딸기잼을 만든다. 모두 함께 모여 잔치를 벌이듯 진행한다. 딸기를 큰 가마솥에 넣고 주걱으로 젓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이 마을을 찾아오는 단체들이 의외로 많다. 이외에도 보리를 수확하면 엿기름을 만들고, 고추를 따면 고춧가루를 만들고, 콩을 거둬들이면 메주를 띄운다. 메주를 띄우기 전에, 미리 간장과 된장을 주문받는다.
 
송촌마을의 마을브랜드 사업은 20여 년 전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농촌일감 갖기 사업으로 시작됐다. 송촌마을 곽수섭 이장은 "마을 사람들이 단합이 잘 되니 사업도 잘된다"며 "젊은 주부가 아이디어를 내면 경험 있는 노인들이 지혜를 보탠다.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사업을 함께 해내고, 농한기에도 수입을 올릴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 세월이 갈수록 빛나는 가치, 전통의 힘
진례면 시례리 상촌마을과 장유면 관동리 덕정마을은 전통 풍습을 지켜온 마을이다. 광주 안씨 집성촌인 상촌마을은 지금도 주민 대부분이 친척이다. 상촌마을에는 경남문화재자료 제402호인 염수당이 있다. 대문채, 사랑채, 안채, 가묘, 고방채와 기타 3동의 부속채로 이뤄진 염수당은 조선시대 지방 양반들의 가옥 형태를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다.
 
장유면 관동리 덕정마을에는 월봉서원이 있다. 경남문화재자료 제464호인 월봉서원은 6대째 지역 사립 전통교육기관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최정은 관장은 "지난해 상반기에 '컨템퍼러리-한옥' 전시회를 열면서 상촌마을과 덕정마을을 둘러봤다"며 "한옥만 있는 게 아니라 마을이 있고, 사람이 살고 있어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 어르신들도 함께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진례면 초전리 초전마을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카페 이름은 '진례면 초전마을'이다. 2008년 12월에 만들었는데, 김종복 이장이 운영을 맡고 있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카페처럼 항상 글이 올라오는 건 아니지만, 100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서로 근황을 확인하며 친목을 다진다. 손자 손녀들의 재롱을 보여주는 사진이나, 마을 어르신들이 여행을 다녀와서 올린 사진들이 웃음을 짓게 한다.
 
시민참여정책연구소 정근 사무국장은 "김해시 홈페이지만 해도 김해의 각 마을들을 소개하는 글이 한 줄도 없는데, 마을 자체에서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니 놀랍다"며 "이런 방법을 응용해 시민 중심의 새로운 커뮤니티를 시도해볼 생각"이라며 관심을 보였다.

■ 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도요마을
생림면 도요마을은 전국적으로 이름이 난 마을이다. 문화예술인들이 이 마을에 정착해 예술촌을 꾸리고 문화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지켜보는 사람마저 덩달아 신이 날 정도다. 조용했던 마을은 옛 도요분교 자리에 도요창작스튜디오가 들어선 2009년 봄부터 변화가 일어났다. 연출가 이윤택이 이끄는 '연희단거리패' 단원들, 최영철 시인과 조명숙 소설가 부부 등 60여 명이 이곳에서 먹고 자며 각자의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산된 창작의 결과물들은 매월 열리는 '맛있는 책읽기'와 '도요가족극장'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난해에는 마을 주민들이 함께 한 '도요마을 강변축제'가 열렸다.
 
이처럼 다양한 행사와 볼거리가 있다 보니 도요마을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도요창작스튜디오 관계자는 "예술인들은 마을의 정취에 감탄하고, 관광객들은 문화예술에 젖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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