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가 기간제근로자를 해고하고 있다. 계약 기간 2년 이상 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주기는커녕 오히려 밥줄을 자르고 있는 것이다. 법 준수와 약자보호에 앞장서야 할 행정관청이 오히려 불법을 자행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시, 재정압박 이유 인원 지속감축 추진
법망 피해 편법 쓰도록 하부지시 내려
재계약 불가 통보 받아도 속수무책
동료들도 '미운 털' 박힐까봐 항의 못해

 
■ 공무원의 고통과 재정부담(?)
김해시는 지난해 9월 '2013년 비정규직 관리 세부추진방안'을 마련했다. 한마디로 기간제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주지 않기 위한 공무원 지침서다.
 
시는 이 자료에서 무기 및 기간제근로자 비대화의 문제점을 여럿 지적했다. 먼저 (비정규직)노조가 비대해질 경우 파업 발생 때 시민 불편과 관련공무원 고통이 발생한다는 게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또 기간제근로자는 보조인력에 불과해 인력활용 범위가 제한적인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시는 이어 최근 부산김해경전철 MRG 부담, 지방채 상환, 대도시 기반조성에 따른 재정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재정여건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분간 기간제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동결하고 필요불가결한 현장인력을 뺀 나머지 근로자는 지속적으로 감축 운영할 계획이다. 시 총무과 인사담당 관계자는 "올해부터 기간제 근로자를 감축할 계획이다. 기간제근로자를 효율적으로 운영·관리하고, 경전철 MRG(최소운영수익보장) 부담 등으로 인한 어려운 재정여건을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시가 고용한 기간제근로자는 총 1천100여 명이다. 고용에 할당된 예산은 143억 8천만 원이다. 반면 시는 비정규직 관리 자료에서 '비정규직은 정규직 대비 인건비가 40%'라고 밝혔다. 결국 정규직 공무원과 비교할 때 절반도 안 되는 월급을 아끼기 위해 기간제근로자를 대거 해고하고 나선 것이다.
 
공무원의 고통이라는 표현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대부분 기간제근로자는 산불감시원, 주차관리 및 단속원, 환경감시원이나 사무보조로 일하고 있다. 생계에 급급한 이들이 파업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이들이 파업한다고 했을 때 공무원들이 받는 고통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자치단체노동조합 박한규 김해지부장은 "정규직은 업무상 전문성이 중요하지만 무기계약근로자나 기간제근로자는 단순노무가 대부분"이라며 "기간제근로자의 임금수준이나 복지혜택 등은 정규직은 물론 무기계약근로자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고 고용마저 불안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 법 어기는 데 앞장 선 김해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 4조 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같은 법률 제 4조 2항은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해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 초과 시점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무기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했다. 법 규정대로라면 시의 기간제근로자 중 상당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어야 하지만 시가 법을 어기고 있는 셈이다.
 
시는 기간제근로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주지 않기 위해 편법을 쓰도록 공무원들에게 권유하고 있다. 근로계약 기간이 끝난 기간제근로자들을 해고한 뒤 6개월 안에는 재채용하지 않는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6개월이 지난 뒤에 다시 채용하더라도 무기계약직 전환을 해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시로부터 기간제근로 재계약 불가통보를 받고 졸지에 직장을 잃은 A 씨는 "최근 4년 동안 총 3차례에 걸쳐 기간제근로를 재계약했다. 계약시기가 다가올 때마다 고용불안 때문에 가슴을 졸여왔다"며 "2년 이상 기간제로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가 지키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냐"고 토로했다. 지난달 초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B 씨는 "곧 직장을 잃게 된다는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3년간 기간제근로자로 일해서 지난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줄 것을 상급자에게 요구했더니 미운 털이 박힌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5~6월에 잇따라 계약이 만료되는 동료들도 일자리를 잃을까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요구는 입 밖에 꺼내질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해시 공무원노동조합 정창복 위원장은 "무분별하게 기간제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대해서는 공무원노조 역시 반대한다. 그러나 총액임금제를 통해 정규직, 비정규직의 임금이 책정되기 때문에 공무원노조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선 기간제근로자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 정규직 공무원이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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