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이탈 현황과 문제점

김해지역에서 매년 1천여 명의 중학교 졸업생들이 다른 지역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해지역의 교육 관련 시민단체, 교사, 학교장, 학부모 등은 인문계 고교 수 부족과 학부모들의 교육 불신, 역량 있는 교사 부족 등을 꼽고 있다.

 구산·관동고 예산 등 문제로 개교 무산
 지역 고교 학급당 학생 수 38~40명 달해
 교사 생활지도·학생 학습효과 떨어져
 경력교사 부족과 낡은 교육방식도 한몫
"여기서 다니면 좋은 대학 못가" 팽배
 
■ 김해 고교 학급당 학생 수 전국 최다
경남도교육청은 2011~2013학년도 고등학교 장기 학생수용 계획에 따라 김해지역 고교의 학급당 학생 수를 2011년 35명, 2012년 33명, 지난해 31명으로 줄여나갈 방침이었다. 하지만 2014년 개교를 목표로 했던 구산고등학교가 경남도교육청의 예산 부족 탓에 개교를 하지 못하는 바람에 현재 김해지역 고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38~40명에 이르고 있다. 이는 전국적으로 가장 과밀한 것이다.
 
지난해에 학교알리미 사이트에 공시된 '2013년 전국 시·도별 고교 학급당 학생 수'에 따르면, 광주가 35.6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이 28.5명으로 가장 적었다. 서울은 32.8명, 부산은 31.3명이었다. 결국 김해는 학급당 학생 수가 가장 적은 전남에 비해 10명 이상이 많았고, 전국 최다였던 광주보다도 3~5명이 많았던 셈이다.
 
학급당 학생 수가 40명에 이르면 교사의 생활지도가 어려워지고 학생들의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고 한다. 많은 수의 학생이 1시간 안에 급식을 해결하다 보니 학년별 급식 시간이 태부족해 위장장애, 식곤증을 앓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게 일선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수준별 이동수업 때는 교실이 부족해 질적인 효과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일선 학교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비평준화지역인 장유와 진영읍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각종 택지개발로 인구는 늘어나는 데 비해 고교 수는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학교 시설도 열악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장유면행정개편시민대책위원회(위원장 이영철)는 장유면 소재 7개 중학교의 연도별 졸업 예정자 수를 파악한 뒤 장유 소재 5개 고교의 수용 가능 인원 1천600명과 비교했다. 그 결과 2013년 393명, 2014년 546명, 2015년 688명, 2016년 713명이 장유지역의 고교에 배정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따라 시민대책위는 장유지역에 관동고등학교 설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지만, 교육과학기술부 중앙투자심사위가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는 바람에 무산됐다.
 
장유 A중학교 김 모(40) 교사는 "장유지역의 경우 고교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는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로 진학하라고 권유하는 형편이다. 상위권 학생이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하위권 학생들이 장유지역 내의 고교로 진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진영읍에 사는 한 모(45) 씨는 "진영의 한 고교는 학교 시설이 너무 낡았다. 이때문에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창원 대산고등학교에 자녀를 진학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 "김해지역 고교 나오면 상위권 대학 가기 어려워"
김해지역의 고교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불신도 다른 지역 진학률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B 중학교에 다니는 2학년 자녀를 둔 이 모(43·삼계동) 씨는 "학부모들 사이에는 김해지역 고교들은 교육 여건이 미흡해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가기 어렵다는 여론이 퍼져 있다. 주변의 학부모들만 해도 다른 지역의 기숙형 고교나 특성화 고교로 자녀를 진학시키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C 고등학교의 교장은 "고교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진로·진학 상담교사의 수준을 높이는 등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김해지역 고교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부정적인 인식 탓에 김해지역 중학교 졸업생의 다른 지역 유출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평준화 이후 고교 경쟁력이 약화됐고, 이것이 김해지역 고교 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전문가 D 씨는 "열악한 교육 여건에다 교육의 내실마저 부족한 상태에서 2006년에 성급하게 김해지역 고교 평준화가 이뤄졌다. 이후 고교 경쟁력의 약화로 학력이 하향평준화 하는 바람에 자연히 수도권 대학 진학률도 낮아졌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의 불신도 깊어졌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김해지역의 고교들이 낡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김해교육연대 관계자는 "부산, 창원 등 대도시에서는 학생의 성향과 수준에 따라 수준별 진학·진로지도를 한다. 그런데 김해의 경우 아직까지도 일부 학교에서는 강제 야간자율학습 등 낡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E 고등학교 교장은 경력교사의 부족을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그는 "고등학교에서는 보충수업, 방과후학교 등의 업무가 오후 9~10시까지 계속된다. 열악한 근무 환경 탓에 경력이 오래된 교사들의 고교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연히 고교 교사 경험이 없는 초임 교사나 중학교에서 전보된 교사가 근무하게 된다. 고교 근무 교사에 대한 특별점수 부여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해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김해교육지원청은 초등학교, 중학교 업무만 담당한다. 고등학교 설립, 교육 내실 강화 같은 업무는 경남도교육청에서 맡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경남지역 전체 고교를 관리하기 때문에 김해지역에만 관심을 쏟을 수는 없다. 결국 김해교육지원청이 나서야하는데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한계가 있다. 김해를 떠나는 학생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김해시민들과 지자체가 교육청과 함께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원종하 인제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11월 김해지역 중·고등학교 교사 2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김해지역 중·고등학교 교육의 문제점과 활성화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은 '자녀를 김해지역 중·고등학교에 보낼 의향이 없는 이유'에 대해 '교육 여건·환경이 부족해서(18명·23.7%)', '학생의 학력 수준이 낮아서(14명·18.4%)'라고 답했다. '김해지역 중·고교 교육의 문제점'(복수응답)에 대해서는 '학부모 관심 부족'이 170명으로 가장 많았고, '좋은 학교 부재(162명)', '사교육비 증가(144명)' 순으로 답변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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