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건널 때 마다, 차에 치일 것 같아서 무서워요."
 
김해 외동 가야초등학교 학생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통학로에 횡당보도와 신호등, 안전펜스 등 보행안전을 돕는 시설물이 부족하고, 인근에 공사현장이 있는 탓에 대형 트럭까지 줄지어 다니기 때문이다.

어린이 보호구역 유명무실 

▲ 가야초등학교 학생 두 명이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 앞에 서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다행히 현재까지 큰 사고는 없었지만, 가야초등학교의 위험천만한 통학로가 아찔하기만 하다.
 
가야초등학교 5학년 박소연 양은 고민이 깊다. 학교 앞 도로에 횡단보도가 없어 찻길을 그냥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친구나 자신이 다치지 않을까 매번 노심초사해야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가야초등학교 통학권에 해당하는 도로는 두 군데 정도. 학교 정문과 바로 맞닿아 있는 2차선 도로가 하나 있고, 정문에서 내려와 첨단고등학교 방면으로 이어지는 쪽으로 2차선 도로가 하나 더 나 있다. 양쪽 모두 문제가 심각하지만, 더 시급한 쪽은 첨단고등학교 방면으로 이어지는 2차선 도로다. 이곳엔 횡단보도가 한 곳도 설치돼 있지 않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곳이 '어린이 보호구역'이란 사실이다. 아이들은 통학 때는 물론, 맞은 편에 위치한 문방구 등을 이용할 때에도 위험천만한 무단횡단을 감행하고 있다.
 
인근 동성 아파트 주민 진모(70)씨는 "어른인 나도 무서운데 애들이 그렇게 건너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때가 있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학교 정문과 맞닿은 2차선 도로에는 횡단보도가 두 군데 설치돼 있지만 별로 소용이 없다. 금방 지워져 버리기 때문이다.
 
횡단보도 지워져 무용지물

가야초등학교 뒤편에서는 현재 '김해제일고등학교'와 '김해서중학교' 신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공사 인부들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먼지를 청소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살수차를 이용한 거리 물청소를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이 물 청소로 인해 학교 앞 도로의 횡단보도가 지워져 버린다는 사실이다. 학교 관계자는 "공사장 측과 협의를 해 횡단보도를 자주 그리고 있고, 자체 어머니회 등을 통해 안전지도를 하고 있지만 학생 안전지도에 어려움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끝없는 덤프트럭 '아찔'

▲ 학생들이 결국 달리는 차를 피해 도로를 건너고 있다.
'김해제일고'와 '김해서중'의 신축공사는 각각 내년 4월과 8월이 돼야 끝날 예정이다. 특히 제일고의 경우 문화재 발굴 관련으로 공사기간이 연장돼 그 피해를 가야초등학교 학생들이 고스란히 감당하게 됐다. 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지워지는 횡단보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사자재를 운반하는 1t 규모의 덤프트럭이 매시간 줄지어 가야초등학교 후문 방면을 지나면서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로 향하는 인도가 유난히 좁아 학생들은 덤프트럭을 피해 '한 줄 등교'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야초등학교 6학년 천모 양은 "트럭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면 무서워요. 그래서 인도로 다녀야 되는데 인도가 너무 좁아서 한 줄로 서면 비가 오는 날엔 앞도 잘 안보여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별로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안전지도도 잘 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고, 학부모의 불만사항 접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확인 결과 안전지도라는 것은 건설사 측의 직원 한 명이 도로변에 서서 아이들과 차의 통행을 번갈아 통제하는 것과 어머니회의 교통봉사, 일정 금액을 받고 근로 중인 고령의 할머니가 전부였다. 불만 접수가 없다는 부분도 납득하기 어렵다.
 
문제의식 없는 교육청

지난달 3일 시민 박 모 씨는 김해시청 홈페이지에 '가야초등학교 앞에 횡단보도를 설치해 달라'는 내용의 항의 글을 게재했다.
 
교육청의 무관심과 안이한 대응 속에 오늘도 가야초등학교 학생들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안젠펜스도 없는 인도를 걷고 덤프트럭이 다니는 길을 건너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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