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김해교육지원청은 김해지역 중학교 졸업생들의 고교 진학현황을 최종 집계해 발표했다. 그 결과 올해 2월 졸업한 김해지역 중학교 전체 졸업생 8천43명 중 13.2%에 달하는 1천59명이 김해지역 외 타지로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관내 고등학교로 진학한 학생 수는 6천98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졸업자 7천858명 중 1천144명(14.6%)이 타지로 진학한 것에 비하면 타지 고교 진학률이 소폭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1천여 명의 우수학생들이 타지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김해뉴스>는 최근 장병문 김해교육지원청 장학사, 류동철 김해교육문화센터 전 원장, 고등학교 교장 출신인 이우걸 경남문학관 관장을 회사로 초청해 '우수학생 유출의 원인과 대책'에 관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회는 취재보도팀 박진국 팀장이 맡았다.


-올해 진학률 자료를 보니 타지로 나가는 학생이 소폭 줄었습니다. 김해교육지원청이 그동안 추진해온 '우리 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의 효과가 반영된 결과입니까?
 
▶장병문(이하 장)=그전에는 '우리 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이 주로 연말에 벌어지다 보니 시간이 촉박한 점이 많았죠. 그래서 지난해에는 8월 말부터 각 학교 교장, 중학교 3학년 진학 부장 등을 대상으로 내 고장 학교 보내기 책자를 만들어 홍보를 하고 협의도 많이 했죠. 그 덕분인지 올해 타지 진학률이 지난해보다 1.4%포인트 줄어들었습니다.

▶류동철(이하 류)=올해는 외동 제일고와 장유 율하고가 생겨 800명 정도 정원이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면 성과를 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타지 지역 진학이 많고 우수학생들인 상위 10% 이내 학생들이 김해 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이런 이유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이우걸(이하 이)=6년 전 김해에도 평준화가 시행된 이후 학부모들의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죠. 대구 수성고와 같은 사립고등학교만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공부를 시키죠. 하지만 김해에는 그런 사립학교조차 없지 않습니까? 공립학교에서는 선생님이 보통 3년 단위로 학교를 이전하고 또 선생님들이 3학년 담임을 맡다 1학년 담임을 맡는 등 에스컬레이터식 인사가 운영됩니다. 그러다 보니 진학지도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기 어렵고, 그 결과 학부모들이 학교를 신뢰하지 못하는 겁니다.
 
전천수 전 경상남도 교육감이 김해의 우수 인재들이 자꾸 유출되니까 당시 김해고 설립을 추진하신 거죠. 그때 우수한 선생님들도 많이 김해고로 오셨습니다. 하지만 평준화된 공립학교에서는 사실상 그런 것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올해 김해에서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은 4명뿐입니다. 이것은 우리보다 인구가 적은 밀양보다도 적은 수입니다.

또 우수한 사학과 더불어 좋은 학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교육을 많이 하고 공부를 많이 시키면 좋은 대학에 갈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학교가 하향평준화 되면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여기에 있으면 상대적으로 열등감을 느낄 수밖에 없죠.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는 겁니다.
 
▶류=저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크게 4가지로 정리한다면 먼저 평준화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보는 거죠. 당시 평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학생들이 타지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는 반대죠. 2005년 평준화 당시 외지로 나가는 학생이 700명이었는데 지금은 1천명도 넘습니다. 또 학력을 선도할 사립 남자고등학교도 없습니다. 세 번째로 외지에 있는 외고나 자율형사립고 등은 학생들 유치활동을 하지만 김해지역 자체는 그런 노력이 부족하죠. 마지막으로 김해지역의 고등학교가 부모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죠. 학력도 낮고, 학교장뿐 아니라 선생님들도 순환근무를 하다보니 진학지도의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드물죠. 또 무엇보다 김해시가 교육에 대해 가지고 있는 철학도 부족하죠. 인재유출을 막고 김해지역에서 학교를 다니게 하자는 특별한 활동이 없습니다.
 
또 김해장학회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30년 전 방식 그대로 구태의연하게 운영되고 있죠. 장학금만 하더라도 신입생은 주지 않고 2학년부터 줍니다. 하동의 경우 성적 상위권자가 관내 학교에 진학하면 입학할 때부터 장학급을 주죠.
 
▶장=현재 전체 졸업생의 13%가 외지로 나가고 있습니다. 상위 10% 내는 30%가 외지로 진학하고 있습니다. 지원자들에게 지원동기를 물어봤는데 기숙형공립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요. 대부분 부모들이 맞벌이다 보니까 어디다가 아이를 맡기고 싶은 거죠. 무엇보다 김해에는 진학지도를 리드할 만한 학교가 없는 실정입니다. 대청고가 기숙형공립고로 선정됐지만 홍보가 미흡한 면이 있었죠. 또 교장, 교감선생님뿐 아니라 선생님들이 머물고 싶은 학교가 돼야 합니다. 다행히 올해 자료를 분석해 보니 교장선생님의 이동이 줄었더라고요.
 
또 현재 논의는 '평준화-비평준화'에만 초점을 맞췄지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선택과 집중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단 얘기죠. 마지막으로 지역민의 내고장 학교 사랑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특히 진영지역의 경우 진영고도 선생님이 우수한데 창원 대산고로 아이들을 보내죠.
 
 
-김해고와 제일고가 자율형공립고등학교로 선정됐는데, 김해교육에 어떤 의미와 역할을 한다고 보십니까?

▶이=자율형공립고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교장을 공모할 수 있으며 우수한 선생님들도 초빙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교장이 다른 곳에 비해 학교를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교장선생님의 리더십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시의 협조를 통해 이 두 학교가 김해지역 선도학교로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죠.
 
▶류=일단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율형공립고등학교는 교장의 책임경영제가 확보되죠. 교장이 우수한 선생님을 모셔와 홍보하고 또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받으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장=말씀하신대로 확고한 학교장의 리더십이 필요하죠. 제일고의 경우 그런 걸 감안해서 실력 있는 분을 교장에 선임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건 건물 완공이 늦어져 배달 급식을 하고 있는 등 지엽적인 문제는 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수학생의 타지 진학을 줄일 수 있는 방법과 대책은 뭐라고 보십니까?

▶이=명문 사립학교를 두 개는 유치해야 한다고 봅니다. 똑같은 기숙형 고교지만 왜 장유 대청고 안 가고 거창고 가겠습니까. 거창고는 이미 명성을 가지고 있는데 당연한 선택이죠. 그래서 명문 기숙형사립학교가 대안이라고 보는 거죠. 뿐만 아니라 시에서도 우수학교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전남 장성고의 경우 군에서 학생들이 빠져나가니까 좋은 선생님들을 데려와 집중적으로 지원했죠. 사실 김해지역이 내신이 더 유리한데 학부모들이 그걸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류=경상남도 교육감이 나서 적어도 김해지역에서 4개 학교 정도는 교장이 3년 이상 근무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자율형공립고가 두 군데는 더 선정돼야 한다고 봅니다. 또 일반고에서 최우수 학생들을 별도로 관리하고 입학사정관제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 관장님의 말씀대로 인센티브도 중요하죠. 상위 10% 이내 학생들이 관내 진학 시 장학금 지급, 우수 선생님에 대한 인센티브제 실시는 물론이고 진학 성적이 좋은 학교를 선정해 교장선생님이 원하는 사업을 지원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물론 학교 자체의 노력도 중요하겠죠. 학력은 하루 아침에 떨어뜨릴 수 있지만 학력 증진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게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김해시장, 김해시의회 등을 중심으로 교육협의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이=진해는 벌써부터 이런 협의체가 구성돼 있어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합니다. 저는 장학금은 기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에요. 학교가 경쟁력을 가져야 하죠.
 
▶류=지나친 규제를 하는 사립학교법도 다시 고려해 봐야 해요. 2002년부터 3~4번 사립학교 설립을 추진했지만 잘 안됐죠. 잘한 학교는 잘한 대로 밀어줘야 하는데 자꾸 문제만 되는 학교를 기준으로 하니까 선뜻 나서서 사립학교 설립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겁니다.
 
▶장=두 분 선생님들 다 좋은 말씀 해줘서 감사합니다. 두 분 선생님들 말씀하신 대로, 인구 50만 중견도시가 됐는데 문화·교육적으로 아주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데 동의합니다. 교육청에서도 지역민들에게 내고장 학교 홍보에 주력하고 각 학교들은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내고장 학교에 대한 인식 안 좋은 건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과학고나 자립형 사립고에 가는 건 막을 필요는 없죠. 실제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내고장 학교 다니기 운동은 큰 효과가 없었죠. 그러나 굳이 거창고, 밀양 세종고 등에 갈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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