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 시내 도로 곳곳은 노면이 파손돼 차량 운행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어방동 안동공단 내의 파손된 도로.
가물에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지고 깨져
비 오면 깊은 웅덩이에 꺼진 맨홀 뚜껑
운전자들 위험 피하려 차선 넘어 주행도
포장 요구엔 몇년째 감감무소식 '분통'

장유 대청동 갑오마을 부영9차아파트 삼거리 도로는 마치 비가 오랫동안 오지 않은 논바닥 같다. 바닥을 드러내고 쩍쩍 갈라진 논처럼 까만 아스팔트 도로가 산산이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차량 통행이 많은 왕복 8차선 도로인 대청로에는 이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버스로 한 정거장 거리도 안 되는 부영9차아파트 삼거리~대청 1교 사거리 구간의 경우, 도로 바닥이 갈라진 데가 수십 곳에 이른다. 갈라진 정도가 심해 도로 노면에 적혀 있는 '학교 앞 천천히'라는 글자가 희미해진 곳도 많다.

균열이 생긴 도로는 보기만 안 좋은 게 아니다. 자동차를 타고 도로 위를 달리면 차체는 심하게 요동친다. 안정된 승차감을 자랑하는 고급 승용차도 이런 도로 위에서 제 값을 다 하기는 어렵다. 버스를 타고 대청로를 지날 때도 마찬가지다. 좌석에 앉았는데도 버스가 덜컹거려 제자리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불안한 마음이 생겨 앞좌석의 손잡이를 잡아야 했다.

장유대청프라자 사거리에는 노면이 파손돼 움푹 파인 곳도 있었다. 심한 곳은 넓이가 30㎝, 깊이가 10㎝는 더 돼 보였다. 이 지점을 지나는 자동차들은 크기에 상관없이 자체가 흔들렸다.

"도로가 아주 개판이예요. 이곳을 지나갈 때마다 화가 나요."

대청프라자 사거리에서 대청1교 사거리 방향으로 우회전을 한 뒤 적색신호를 받고 정지해 있는 운전자에게 도로상황에 대해 물었더니 짜증부터 냈다. 몇몇 운전자들은 이곳의 노면 상태를 잘 알고 있는 듯 파손된 부분 앞에서 차 속도를 줄이거나 피해가기도 했다

도로의 벌어진 틈 사이로 이물질이 들어가면 노면 사정은 더욱 악화된다. 균열 정도가 심한 도로 위로 큰 화물차가 쏜살같이 지나가자 아스팔트 조각 등의 이물질이 사방으로 튀었다.

대청로에서 만난 김상권(32) 씨는 "지난해 겨울만 해도 도로 균열 부분이 작았다. 보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니까 마치 큰 해머로 수없이 도로를 내리친 것처럼 파손 부분이 커졌다. 차가 지나가면 아스팔트 가루가 차량 하부를 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럴 때면 차가 상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15일에는 김 모(50) 씨로부터 도로 파손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다. 김해에서 차량 통행이 가장 많은 김해대로의 노면 곳곳이 갈라지거나 깨어져 있어 차가 심하게 흔들린다는 것이었다. 현장을 둘러보았더니 실제로 김해대로 곳곳에는 크고 작은 균열 및 파손 부분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차들은 지나갈 때마다 덜컹대기 일쑤였다. 김 씨는 "경전철 수로왕릉역사 주변이 가장 심각하다. 시에 수 차례 민원을 제기했는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대로에서 외동사거리 방향으로 우회전하는 구석에는 큰 사각형 모양으로 도로가 파손된 부분이 있었다. 아스팔트가 떨어져나간 부분은 엄지손가락도 들어갈 정도로 깊게 패여 있었다. 경전철 수로왕릉역에서 박물관역 방향으로 가다보면 차로 중앙에 맨홀이 설치돼 있다. 맨홀 뚜껑 주위는 파손돼 주변 도로보다 움푹 들어가 있었다. 맨홀 위를 지나가는 차들은 과속방지턱을 넘는 것처럼 위아래로 휘청거렸다. 특히 버스나 레미콘 같은 대형차량이 지나갈 때에는 그 흔들림이 더 크게 보였다.

공단 밀집지역의 도로 노면 상태는 더욱 불량했다. 안동공단을 가로지르는 김해대로 2635번 길을 차로 달리는동안 몇 번이고 차체가 아래위로 요동쳤다. 이 지역의 도로에 파손된 지점이 너무 많아 이달 초 한 시민이 김해시청 홈페이지 민원게시판에 도로 보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18일에는 비가 내려 도로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겨 있었다. 약 300m 거리에 생긴 물웅덩이만 10여 곳이나 됐다. 특히 도로 파손이 심한 부분에는 소형차 바퀴 만한 크기의 땅이 5㎝ 가량 패여 있기도 했다. 태광엠티씨 공장 앞 도로에 설치된 맨홀뚜껑은 한쪽으로 비스듬하게 설치돼 있었다. 아스팔트로 덮여 있는 이 맨홀뚜껑을 자동차들이 밟고 지나갈 때마다 요란한 소리가 났다.

안동공단 한 공장의 경비원인 김 모(60) 씨는 "도로 노면이 불량해 공장 차량들이 덜컹대며 나사못, 나무 막대기, 돌덩이를 도로에 떨어뜨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공장 차량의 타이어가 펑크 나는 경우가 많아 운전자들의 불만이 높다"며 "회사에서는 경비를 시켜 공장 앞 도로에 떨어진 이물질을 수시로 확인하고 치우라고 지시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안동공단 인근의 한 타이어판매점 직원들은 "다른 타이어판매점들에 비해 타이어가 펑크 나 매장을 찾는 손님이 많은 편이다. 타이어에 박힌 나사못 등을 빼고 구멍 난 부분을 메워달라는 운전자들이 정말 많다"고 입을 모았다.

안동공단 부품생산업체 최 모(58) 전무이사는 "김해에는 도로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 많아 화물차 운전자들의 불만이 높다. 회사 차원에서 김해시에 도로포장을 요구한 적도 있지만 4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공장이 많은 김해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공장을 오가는 화물차가 다니기 가장 불편한 곳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김해뉴스 /김명규·원병주·조나리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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