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흙과 나무, 유약, 장인의 예술혼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의 손길'이라는 불이 조화를 이뤄야 탄생하는 도자기.

도자기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면 흙으로 만든 그릇이 있었다. 인류가 정착해 농사를 짓기 시작한 신석기시대부터 인간은 그릇을 만들었다. 물을 담거나 곡식을 담았다. 흙으로 만든 기물은 곧 생명이었다.

2천 년 전 김해 땅에서 살았던 가야인들은 토기를 빚었다. 가야시대의 토기는 점토로 성형해 1천200℃ 이상의 고온을 내는 등요에서 환원염으로 구웠다.

흙에 포함된 광물질이 녹아 토기의 표면은 주로 회청색이나 회흑색을 나타내면서 유리질화됐다. 그래서 유약을 바르지 않아도 가야 토기들은 광택이 났다.

가야 토기를 빚었던 김해에서 분청도자기가 다시 찬란한 꽃으로 피어났다. 좋은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흙이 좋아야 한다. 흙으로 빚은 도자기를 굽기 위해서는 땔감, 즉 연료가 되는 좋은 나무가 풍부해야 한다. 색깔을 내는 재료인 유약을 구하기 쉬운 곳이어야 한다. 완성한 도자기를 깨뜨리지 않고 운반해야 하기 에 교통 조건도 중요하다.

김해는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땅은 비옥한 퇴적토로 덮였다. 예로부터 좋은 흙과 가마에 불을 땔 나무가 많은 땅이었다는 말이다. 김해를 감싸며 넉넉하게 흐르는 낙동강은 훌륭한 교통수단이었다. 천혜의 자연조건이 김해를 분청의 본고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날에 와서는 김해의 문화자산이 됐다.

'제20회 김해분청도자기축제'가 오는 23일~11월 1일 진례면 분청도자관 일원에서 열린다. 김해 도예가들의 예술혼이 담긴 도자기를 감상할 수 있는 큰 잔치이다.

김해 분청도자기는 선조 도공들로부터 전해져 오는 다양한 분청기법과 문양을 바탕으로 현대적 디자인과 조형감각을 표현하며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 김해도예협회의 젊은 도예가들은 유약 연구를 통해 도자기를 더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도자기로 이끌어오는 이들의 작업 덕에 분청도자기의 세계는 더 넓어지고 있다.

20년 세월을 지나오면서 분청도자기축제는 도예가들에게 또 다른 예술적 영감을 주고, 관람객들에게는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고 감상할 수 있는 도자문화의 길을 열어왔다.

김해의 도예가들은 "지금 현재의 작업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전통"이라고 말한다. 옛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현대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도자기를 만드는 게 전통이라는 것이다.

2015년 오늘, 김해에서 탄생한 분청도자기는 먼 훗날 후배 도예가들에게 '김해분청도자기의 전통'으로 이어진다. 그러기에 김해 도예가들은 오늘도 흙을 빚어 생명을 탄생시킨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분청의 아름다움  마음에 한껏 담아가시길"
이한길 김해도예협회 이사장

"시민들과 함께 즐기고 나누는 축제입니다."

제20회 김해분청도자기축제를 총괄 지휘하는 김해도예협회 이한길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2001년 김해도예협회 회장, 2012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분청도자기축제를 치른 바 있다. 이번에는 이사장직을 맡아 세 번째 분청도자기축제를 치르게 되는 셈이다.

이 이사장은 "올해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행사에 내실을 더하기 위해 노력했다. 프로그램 수에 얽매이지 않고 시민들이 관심을 갖는 주요 행사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 축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주말이 두 번 들어가도록 행사 기간을 열흘로 정했다. 축제장에서는 큰 찻잔에 장군차를 우려낸다. 매일 선착순 1천 명, 총 1만 명에게 장군차를 대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장군차는 김해도예협회 회원들이 만든 찻잔에 따른다. 시민들은 차를 마신 뒤 찻잔을 가지고 갈 수 있다. 장군차를 알리면서 김해의 도자문화도 알리기 위한 행사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회원들은 찻잔 1만 개를 만들었다.

이 이사장은 "축제기간 중 회원 신작전을 개최한다. 시민들이 좋아하는 작품에 직접 투표를 하도록 한 뒤 축제 마지막 날 결과를 발표하는 행사도 준비했다. 시민들이 도자기를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되리라 기대한다"면서 "올해 축제는 시민들과 도예가들이 함께 즐기고 나누는 행사다. 김해 분청도자기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담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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