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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과거’도 소중한 문화유산 전주한옥마을과 다른 특이한 풍경구도심에 色을 입히다 (3) 군산 근대역사문화도시
  • 수정 2017.11.02 15:28
  • 게재 2016.11.23 09:22
  • 호수 298
  • 8면
  • 강보금 기자(amond@gimhaenews.co.kr)
   
▲ 근대건축관에서 바라본 군산항.


해방 이전 호남평야 쌀 수탈 창구
조선은행 등 일본식 건축물 170여 채

1990년대 관공서 이전 탓 침체 시달려
국·도·시비 636억 들여 도시재생 추진

근대역사벨트화권역, 역사경관 등 꾸며
협의체 만들어 주민·예술가·활동가 참여
생활체험단지, 영화촬영지 추가 개발 중



전라북도 군산은 부산, 원산, 인천, 목포, 진남포, 마산에 이어 1899년에 개항했다. 해양문화와 근대문화가 보기 좋게 어우러져 있다. 군산항 주변 월명동에서는 근대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군산시는 이 일대를 대상으로 '근대역사문화도시'라는 주제의 도시재생사업을 펼쳐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전경.
   
▲ 관람객들이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문화체험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 역사와 추억이 공존하는 공간
군산 고속버스터미널에서 1번 시내버스를 타고 10여 분을 달려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정류장에 내렸다. 우리나라 5대 박물관으로 선정된 곳이다.
 
소풍 나온 어린이들이 짝꿍의 손을 잡고 줄지어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로 군산 내항의 잿빛 바다가 보였다. 늦가을의 바람에 실려 온 짠 바다 냄새를 따라 가다 보니 진포해양테마공원이 나왔다. 이 공원은 고려 말의 장군 최무선이 함포를 동원해 500여 척의 왜선을 물리친 '진포대첩'을 기념해 2008년에 조성했다. 해군함정, 장갑차, 자주포, 전투기 등 육, 해, 공군 장비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웅장하게 서 있었다.
 
재현된 군산의 근대 문화역사는 해망로를 따라 펼쳐져 있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옆에는 '장미갤러리'가 있었다. '장미'는 꽃이 아니라 '수탈한 쌀의 곳간'이라는 뜻을 지닌 '장미동(藏米洞)'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갤러리에서는 한국적 조형물과 현대작품이 동시에 전시되고 있었다.
 

   
▲ 일본18은행이었던 근대미술관.

바로 옆에는 근대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일본 18은행 군산지점'을 개축한 것이었다. 일본 18은행은 대출을 통해 조선인들의 토지를 수탈한 곳이다. 근대미술관에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개축 공사 과정, 옛 건축물의 잔재 등과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군산 시민의 생활상을 그린 그림이 전시돼 있었다.
 
해망로를 따라 50m가량 더 걸어가니 유럽 풍의 근대건축관이 나왔다. 근대건축관은 식민지 시절의 조선은행을 보수해 만든 곳이었다. 조선은행은 경제수탈을 상징하는 대표적 금융기관이었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 소개되기도 했던 근대건축관의 내부는 외형과 달리 현대기술의 집합소였다. 바닥에는 대형 터치스크린이 깔려 있었고, 벽면에서는 다양한 시청각자료가 재생되고 있었다. 특히 지점장실은 경술국치의 뼈저린 한을 기억하기 위한 공간으로서, 일본의 악행을 당시 사진과 영상자료로 볼 수 있었다.
 
고만고만한 일본식 가옥을 보려면 구영6길로 가야 했다. 이곳에서는 테마거리 조성사업이 한창이었는데 곳곳에 2, 3층으로 된 일본식 가옥이 텅 빈 채 서 있었다.
 
뼈아픈 과거를 잊는 방법으로는 흔적을 지워버리거나, 계속 상기시켜 내성을 기르는 방법이 있을 터. 군산은 후자를 택해 치유와 극복의 도시로 거듭나는 듯 했다.
 
여행객 전우민(26·여·인천) 씨는 "통합입장권으로 박물관 등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편리했다. 은행건물을 개조한 게 특히 인상적이었다. 일제시대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역사적 아픔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근대화 거리는 아직 조성작업이 진행 중이라 지중화 공사현장이 곳곳에 보였다. 기회가 되면 다시 찾아 와 근대문화를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관광객 김재연(43·대전) 씨는 "가족과 나들이 삼아 방문했다. 아이들에게는 역사를 알려주고, 어른들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구영6길에 있는 테디베어 박물관과 옛 목욕탕을 개조해 만든 미술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근처에 있는 전주한옥마을과는 또 다른 이색적인 풍경을 가진 도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유치원생들이 군산근대화거리를 둘러보다 장미갤러리 앞에서 잠시 쉬고 있다.

■ 주민 참여 전제 도시재생사업 진행
군산의 근대문화는 일제 강점기 때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쌀을 수탈하기 위한 창구로 이용된 사실과 맥을 같이 한다. 군산의 원도심인 월명동과 장미동 일대에는 1899년 조계지로 설정된 후 건립된 조선은행, 일본 제18은행, 동국사, 군산세관, 일본식가옥 등 170여 채의 일본식 건축물이 남아 있다.
 
이후 1980년대까지는 군산 최고의 경제 행정 중심지 역할을 했다. 그러다가 1996년 시청, 법원 등 관공서가 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상권과 거주민도 함께 빠져나갔다. 이 탓에 2008년까지 점차적으로 공동화 현상을 겪게 됐다. 군산시도시재생지원센터 이길영 사무국장은 "2008년에 원도심 재생의 필요성을 깨닫고 활성화사업에 착수했다. 군산의 특성을 살려 '근대문화도시'라는 주제를 선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군산시는 도시재생사업 지역으로 월명동, 장미동 일원 46만 6000㎡를 지목했다. 지난해까지 추진한 사업에는 국비 180억 원, 도비 71억 원, 시비 385억 원 등 총 636억 원이 투입됐다.

   
▲ 목욕탕을 개조한 이당미술관.

조성사업의 핵심은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해 근대역사벨트화권역과 근대역사경관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근대역사 벨트화권역에는 내항 일원인 진포해양테마공원, 근대역사박물관, 근대산업유산 예술창작벨트 등이 있다. 일본식 건축물을 정비·보수해 장미갤러리, 미즈카페 등을 지었다. 2009~2015년에는 근대역사경관 조성사업을 실시했다. 일본식 숙박 체험 공간 6개동 23실을 만들고, 근린생활시설 10동, 역사교육관 1동, 군산항쟁관 1동, 종합안내센터 1동 등도 건립했다.
 
이 사무국장은 "군산의 도시재생사업은 주민 참여를 전제로 한다. 시가 계획한 사업의 모든 과정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효율적인 주민 참여를 위해 2014년 5월부터 군산도시재생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원센터는 주민협의체 구성, 테마거리 콘텐츠 개발을 위한 주민 세미나, 시민문화체험공간 조성, 협동조합 구성 등의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지난해에 제1기 주민협의체를 구성했다. 2개 지역 상인회 및 자생단체 대표, 사업대상지역 여론 주도층 등이 참여했다. 이러한 주민협의체는 일반적인 지역 주민들과의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주민협의체를 자발적으로 해산하고 지난 8월, 실질적으로 주민을 대표하는 제2기 주민협의체를 구성했다. 월명동테마거리 상인회, 군산원도심발전위원회, 영화누리길 상인회, 군산도시재생활동가 모임, 마을기업 펀빌리지 등 총 12개 단체로 구성됐다. 2기의 특징은 도시재생사업 대상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지역 예술가와 활동가 모임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군산시는 내년까지 월명동과 영화동을 아우르는 구영 5길, 6길을 대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추가로 추진할 방침이다. 대상지역에서 지중화 공사와 경관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공중화장실, 쉼터, 주차장 등 인프라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일본식 가옥을 보수 정비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오는 2020년까지 조선인 생활문화체험 단지를 조성하고, 영화 120여 편이 촬영된 곳들을 관광코스로 개발할 예정이다. 서천생태관광지, 익산백제문화권, 전주한옥마을 등 인접지역 관광지와 연계하는 관광사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뉴스 /군산(전북)=강보금 기자 amond@gimhaenews.co.kr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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