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호울타리 강도 성능 시험 장면. 화물차가 방호울타리를 들이받자 차광망이 반대편으로 떨어져 나간다.



도로안전시설물 전문가 견해 밝혀
사고 차 충돌 때문에 불꽃 일어나
미검증 제품 각 도로에 임의 설치



창원터널 사고 원인으로 운전기사의 사고 전력과 건강, 과적 운행, 도로 구조 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차량방호울타리(가드레일)의 철제 차광망 때문에 화재와 폭발이 발생해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1시 23분께 창원~김해 간 창원터널 창원 쪽 1㎞ 지점에서 윤활유를 싣고 창원 방면으로 가던 5t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중앙분리대에서 불꽃이 일었고 화물차에 실려 있던 기름통이 반대편 도로로 떨어지면서 폭발해 차량 9대에 불이 옮겨 붙었다. 이 때문에 화물차와 창원에서 장유 방면으로 향하던 차량 9대가 전소해 3명이 사망했다.

20년 가까이 도로안전 시설물 제작에 종사해 온 한 전문가는 창원터널 사고 폭발의 원인으로 5t 화물차가 들이받은 차량방호울타리의 철제 차광망을 지적했다.

전문가 A 씨는 "블랙박스로 사고 당시 상황을 보면 화물차가 차량방호울타리를 들이받은 뒤 기름통과 철제 차광망 부근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철제 차광망이 없었다면 불꽃과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속도로, 자동차 전용도로 등의 중앙선과 바깥 차선에는 차량 탈선을 막고 충돌 충격을 완화시켜 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흔히 가드레일로 불리는 방호울타리를 설치한다. 창원터널에도 높이 70~75㎝의 콘크리트 방호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이 방호울타리 위 철제 차광망이 화재, 폭발의 원인이라는 것이 A 씨의 설명이다.

방호울타리는 국토교통부의 철저한 검증을 받은 제품만 사용하는 반면 차광망은 검증 절차가 전혀 없어 안전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게 A 씨의 지적이다. 차광망은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에 관급 공사에서는 쓰지 않고 지자체에서 임의로 설치하고 있다. 차광망은 2012년부터 국도 등에 대거 설치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방호울타리의 경우 도로안전시설 설치·관리 지침에 따라 강도 성능 평가 시험 등을 통과해야 한다. 사고 상황처럼 8t, 14t 차량이 15도 각도에서 부딪혔을 때 안전성이 보장되는지를 실험한다. 그러나 차광망은 미검증 제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2012년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에 의뢰해 철제 차광망의 안전성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철제 차광망은 시속 80㎞로 달리는 1.3t 소형차가 20도 각도로 들이받을 경우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시속 67㎞로 달리는 14t 대형차가 15도 각도로 들이받는 충격에는 버티지 못하고 날아갔다. 실제 사고가 날 경우 반대편 차도에 차광망이 떨어져 2차, 3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A 씨는 "5년 전부터 철제 차광망의 위험성을 각 기관 등에 조언했지만 다들 귀담아 듣지 않았다. 차량이 방호울타리 등을 들이받을 경우 울타리는 충격을 버티지만 안전 기준 없이 설치된 차광망은 반대편 차선으로 튀어나가거나 아예 떨어져 2, 3차 사고를 일으킨다. 이번 사고 도 철제 차광망이 없었다면 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임의로 설치된 철제 차광망을 보면 항상 불안하다. 이 시설물이 검증 없이 설치됐다는 점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철제 차광망이 계속 유지된다면 앞으로 큰 사고들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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