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지 2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분들이 지진 피해로 인해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어 안타까운 요즘입니다. 포항 지진 당시 저는 김해의 연구실에서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다행이 지난번 경주 지진 때와는 달리 흔들림이 감지된 순간에 지진 발생 알람 문자가 울렸고,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었습니다.

반복적으로 지진을 겪으면서 긴급재난문자의 발송 속도가 이슈가 되는 것을 보니 '나는 접속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논리가 더 이상 픽미(Pick-Me)세대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바일 앱을 통해 지진대피소 현황을 검색하거나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까지 나왔다고 하니 그야말로 스마트폰은 우리의 생명줄이 되어버린 듯 합니다.

이만큼 우리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스마트폰은 신인류 픽미세대에게도 다양한 차원의 생존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많은 기성세대들은 스마트폰을 쥔 채 모바일 게임과 페이스북 친구에게 '좋아요'를 보내기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을 보면 걱정이 앞섭니다. 하지만 현대 프랑스 철학의 거장 미셸 세르는 이들 신인류에게서 무한한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이야기합니다.

올해 87세의 노 철학자 미셸 세르는 <엄지세대, 두 개의 뇌로 만들 미래>라는 책에서 인터넷을 자신의 뇌와 연결된 두 번째 뇌로 여기는 신인류가 탄생했다고 했습니다. 디지털 네이티브, 호모 모빌리쿠스, 픽미세대 등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는 젊은이들이 그가 말하는 엄지세대에 해당될 겁니다. 문자를 보낼 때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잡고 검지로 꾹꾹 눌러 메시지를 보내시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엄지세대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엄지세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터넷 기술과 함께할 역사상 첫 세대입니다. 이 신인류는 가상과 실재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세상의 변화를 재빨리 감지하고, 수집한 정보를 분해하고 짜깁기해 새롭게 만들어냅니다. 정보를 퍼 나르고 전달하는 데 주저함이 없으며, 동영상을 만들어 전 세계 수억 명과 공유하는 것이 '뉴노멀(New Normal)'인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죠. 저는 이들의 모바일 라이프스타일을 인증, 실속, 그리고 재미 이렇게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해보고 싶습니다.

첫째, 엄지세대는 인증에 살고 인증에 죽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 무한경쟁에 지친 이들은 어디에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인정 욕구를 채울 수 있을까요? 시간이 부족한 이들은 온라인에서 친구와 지인의 안부를 업데이트합니다. 또한 즉각적인 소통도 중요하지만 현재를 즐기는 만큼 순간을 남기고 싶어 하는 심리도 픽미세대의 특징입니다. 사실의 재현보다 감성적 연출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진 어플은 필수이며, 그래서 블로그보다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더 애용합니다.

둘째, 엄지세대에게 모바일 접속은 실속 있는 쇼핑의 수단이자 생활의 센스입니다. 모바일 커머스에서 제공하는 각종 할인 기회를 이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바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선주문, 예약주문 서비스를 애용합니다. 음식배달, 택시, 숙박, 이사, 청소, 세탁 등 라이프스타일 전 분야에 걸쳐 생활밀착형 대행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셋째,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는 것이 요즘 젊은 세대들이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모바일 서비스와 VR컨텐츠에서 게임화가 가속화되는 것을 보면 '게임이 인생을 망친다'는 경고는 이미 한물간 유행가 같은 소리가 되었습니다. 무기력하고 희망이 없는 생활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손 안에 들어와 있는 스마트폰과 모바일 세상이야말로 가장 손쉽게 소소한 행복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죠.

호모 모빌리쿠스, 디지털 네이티브, 픽미세대, 엄지세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신인류에게 미래는 불확실하며 현실은 녹녹치 않습니다. 다만, 그들의 내일이 오늘보다 더 살기 좋은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해뉴스 배성윤 인제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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