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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방치된 아이들 “저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창간 7주년 특집 -김해지역 미등록 아동·다문화가정 학생 학업중단 실태
  • 수정 2017.12.06 10:58
  • 게재 2017.11.29 10:16
  • 호수 349
  • 4면
  • 김예린·조나리 기자(beaurin@gimhaenews.co.kr)


미등록외국인(불법체류자)이 자녀를 낳은 뒤 강제 출국 등 우려로 출생신고를 꺼려 미등록아동이 늘어나고 있지만, 김해시는 정확한 실태조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성장해가면서 학업중단, 이탈 등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복지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사회부적응 등에 따른 ‘사회적 약자’나 '잠재적 범죄자' 등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등록아동과 다문화가정 학생 실태 파악,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해 외국인 수 1만 8400여 명
진영읍·한림면 등 공장지역 집중
미등록외국인 2000여 명 추정

법무부 “미등록아동 수 파악 못해”
건강권·교육권 등 철저히 소외돼
민간단체 후원금 등에 의존 생활

다문화가정 학생 학업중단율 높아
사례관리 위원회·조례 등 필요해



 
■생존권조차 보장 못 받는 미등록아동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김해지역 외국인 수는 1만 8400여 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진영읍(2859명), 한림면(2479명), 주촌면(1878명), 진례면(1848명) 등 김해지역 제조업 공장 밀집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경찰 등은 등록 외국인 수의 약 10% 정도인 미등록외국인 2000여 명이 김해에 거주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에 태어난 자녀는 국적법 등에 따라 태어난 지 1개월 이내 출생신고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한다. 등록 외국인은 자녀를 낳으면 자국 영사관이나 대사관에 출생 신고 후 여권을 발급받아 출입국사무소에 외국인 등록을 한다.
 
하지만 미등록외국인이 자녀를 출산한 경우, 불안한 신분 때문에 영사관, 대사관 등에 접근하지 못한다. 결국 출생신고를 못해 미등록아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현재 미등록아동에 대한 통계자료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법무부, 김해시 시민복지과 관계자는 "미등록외국인 수만큼 미등록아동도 많은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미등록아동은 부모의 외국인 등록, 체류지 신고 등이 돼 있지 않아 실태 파악하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관리할 수 있는 행정체계가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등록아동은 건강권, 교육권 등 제도권에서 철저히 소외돼 있다. 미등록아동은 정부로부터 응급의료비 지원, 영유아 무료 예방접종, 초·중 의무교육 등 기초적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미등록외국인신분인 부모들은 이런 정보마저 접근하기 쉽지 않다.
 
김해 한 이주민 단체 관계자는 "국내서 태어나는 미등록 아동은 부모의 열악한 노동환경, 경제조건, 신분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출산 전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미등록외국인 자녀는 선천적 질환이나 미숙아로 태어나기도 한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미등록아동도 거주지 소재 보건소에서 무료로 예방접종이 가능하다. 그러나 행정기관과 미등록외국인의 정보 부재로 그조차도 쉽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미등록아동이 발견되더라도 '긴급복지지원', '기초생활수급' 등 행정 지원은 받을 수 없다. 김해시 시민복지과 관계자는 "김해시 긴급지원에 관한 조례에는 지원 대상자를 김해시 주소를 두고 거주 중인 사람으로 명시돼 있다. 미등록외국인, 그들의 자녀는 대상자로 보기 어렵다. 이들의 열악한 상황이더라도 지원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결국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미등록외국인과 아동은 민간단체의 물품 지원, 후원금 등에만 의존해야한다.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복지관이 김해 전 지역의 사회복지서비스를 관리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진영읍, 한림·진례면까지 사례발굴, 관리하기 어렵다"면서"특히 미등록외국인, 아동은 현재 법적 테두리에서는 지원할 수가 없다. 민간 후원금, 후원물품만 지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미등록아동도 의무교육과정인 초등과 중학교는 다닐 수 있다. 그러나 입학정보부족, 학교 측 거부 등 때문에 학교 진학도 쉽지 않다. 게다가 미등록아동이 의무교육과정을 마치더라도, 기본적인 대학입학에 필요한 서류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대학 진학을 할 수 없다.
 
김해A아동복지시설 관계자는 "제도권 밖에 있는 미등록아동의 교육은 생존 문제로 직결된다. 고등교육을 받지 않은 아동들이 과연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질 수 있겠는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범죄 등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속인주의에서 벗어나 모든 아동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문화가정 학생 학업 중단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김해시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초등학교 995명, 중학교 161명, 고등학교 79명으로 총 1235명이다. 이들 중 한국국적 982명, 중도입국 109명, 외국인자녀 253명이다. 지난해 3월 1일부터 올해 2월까지 경남의 다문화가정 학생 학업중단율은 초등학교 0.42%, 중학교 0.52%, 고등학교 1.67%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높았다.
 
현재 김해 다문화가정 학생은 초등학교 재학생의 수가 가장 많다. 전문가들은 부모 교육의 부재, 학교 내 따돌림, 학습능력 부족 등으로 학교나 지역 사회에 부적응한 다문화 가정 학생의 학업중단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인제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한국어가 잘 안되다 보니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현재 2010~2013년도 출생한 초등 3,4학년에 다문화가정학생이 집중돼 있다. 초등학교까지는 지역아동센터 등의 도움으로 부족한 공부를 할 수 있지만 중·고교생이 될 경우에 대한 대책은 없다. 다문화가정 학생의 아버지들이 대부분 50대 이상으로 나이가 많다. 자아정체성이 형성되는 청소년기에 부모의 무관심으로 학교 중도탈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교육복지사 B씨는 "이슬람문화권에 속한 국가의 다문화가정 학생은 부모 교육이 절실하다. 가부장적이고 여성에 폐쇄적인 이슬람문화로 지난해 초등학교를 졸업한 한 학생은 10대 청소년과 결혼해 출산했다. 이슬람교도의 라마단 기간에는 학생들이 학교를 오지 않을 때도 있다. 부모의 인식 부족으로 다문화가정 학생의 지각, 결석이 잦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다문화가정에 비해 다문화 교육기관도 턱없이 부족하다. 김해는 지난 7월 진영대창초에 문을 연 '거점형 다문화교육센터'와 초등학교 5개교, 중학교 2개교에 '다문화예비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이 학교들은 중도입국, 외국인 가정 학생들이 한국어 실력 부족으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진영대창초 거점형 다문화교육센터 성갑연 다문화전담교사는 "학교마다 다문화예비학교가 있지만,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예비학교가 없으면 다문화교육센터까지 와야 한다. 센터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대부분은 초등학생인데 통학에 어려움이 있다. 이용하고자 하는 학생 수보다 교육기관이 적다. 지역 권역별로 센터를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에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학교나 지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탈을 일삼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들 중에는 학교를 중퇴한 학생도 있었다.
 
당시 편의점 주인은 "청소년들이 돈이 없고 배가 고파서 물건을 훔친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CCTV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범행을 저지르는 모습에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해와이즈멘 그루터기클럽 이현주 사무국장은 "한국에 살면서도 한국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많다. 이들이 소외를 당하며 자란다면 10~20년 후 범죄 등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은 없나
 
전문가들은 김해시가 미등록아동, 다문화가정 학생 학업 중단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사례관리위원회, 조례 제정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복지사 B씨는 "현재 사회복지시스템은 복지가 필요한 수급자가 신청하는 '신청주의'다. 수급 권리조차 없는 미등록외국인는 제도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면서 "김해시 조례 등을 통해 미등록외국인, 아동을 지원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기언 사무국장은 "지역 내 사회복지사, 이주민인권단체,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다문화위원회라도 꾸려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인제대학교 사회복지과 장수한 교수는 "다문화가정 정책이 마련돼 있지만 대부분 결혼이민자에게 집중돼 있다. 김해시, 김해교육지원청 등 행정기관이 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논의한 뒤 문제를 해결할 구성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조나리 기자 beau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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