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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의 정체성은 가야사 복원 작업에서
  • 수정 2018.01.10 09:21
  • 게재 2018.01.10 09:18
  • 호수 355
  • 19면
  • 정순형 선임기자(junsh@gimhaenews.co.kr)
▲ 정순형 선임기자

"국제무대에서 외국인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왔습니다.”
 
미국에서 연수 교육을 받던 시절, 가깝게 지내던 한국 유학생이 했던 말이다. 글로벌 경제 시대에 탄탄한 어학 실력을 갖추는 것은 필수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일본 학생은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미국에서 배운 선진 기술을 일본 경제에 적용하고 싶습니다." 리모델링에 강한 일본 경제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보여주는 듯한 발언이었다. 이에 반해 중국 유학생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중국 문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비록 산업화에선 출발이 늦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세계화를 이뤄나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수천 년을 이웃나라로 살아온 한·중·일 세 나라에서 자란 젊은이들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만큼은 제각각인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처럼 차별화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세 나라 젊은이들이었지만 "국제무대에서 강자로 우뚝 서려면 반드시 세계화에 성공해야 한다."는 대목에선 단 한치도 이론이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먼저 세계화를 실천한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아마도 AD 48년에 인도 아유타국에서 배를 타고 김해로 건너온 허황옥을 아내로 맞이해서 금관가야의 시대를 열었던 김수로왕이 아닐까 싶다. 지금부터 무려 2000여 년 전에 아득한 바다 너머 인도에서 온 여성을 통해 선진 문명을 받아들이면서 두 나라가 사회·경제적으로 소통하는 시대를 열었던 김수로왕. 하지만 그가 추진한 세계화 전략은 단지 허황옥을 아내로 맞이하는 결단만으로 이뤄진 일은 아닐 것이다. 그 시대 김해에 살고 있던 일반 백성들이 외국 여성을 국모인 왕비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민심을 수습하고 설득하는데 엄청난 공을 들였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김수로왕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금관가야와 인도의 피를 절반씩 물려받은 왕자 10명을 낳고 그중 둘째와 셋째 왕자에겐 특별히 '김해 허씨' 성을 내리는 정서적인 이벤트가 마련된 후에야 본격적인 세계화 작업에 첫발을 디딜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확보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세계화 작업을 추진한 금관가야였기에 향후 한반도에서 철기 문명을 추도하면서 중국과 일본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해양무역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나온다.  
 
그렇다면 21세기 글로벌 경제 시대에 인구 6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둔 김해의 내일을 기약하는 정체성은 과연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자동차 부품과 조선기자재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체가 모여 있는 공업 도시. 금빛 벼바다가 춤추는 들판 사이로 흐르는 낙동강변에서 낫과 쟁기를 든 농민들이 논과 밭을 일구면서 살아가는 농촌 사회. 여기에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일자리를 찾아온 이주노동자들까지 뒤섞여 살아가는 다문화 도시, 김해의 오늘과 내일을 이끌어갈 정체성을 묻는다면 말이다. 
 
누구는 이질적이다 못해 피부 색깔까지 다른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21세기 다문화 시대에 김해의 정체성을 찾는다는 자체가 난센스라는 주장까지 내어놓는다. 
 
바로 이런 고민 때문에 지난해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가야사 복원'을 지시한 것은 아닐까. 그 옛날 이역만리에서 온 인도 여성을 국모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세계화를 이루었던 김수로왕의 지혜를 오늘에 되살리자는 의도가 없지는 않았으리라. 만약 그런 의도가 설득력을 얻는다면 수천 년 전 김해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가야사 복원 작업 과정이 바로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김해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이 아닐까.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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