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볕 잘 드는 언양읍 화장산 기슭에 자리잡은 오영수문학관.


‘누나별 콘서트’ 열리는 야외공연장
단아한 한복 차림 선 보인 창작실 

대표작 '갯마을'은 닥종이 공예품으로 
탤런트 장미희가 주연한 영화 포스터 

소설 읽어주는 오디오 시스템
판화가 장남이 만든 데스마스크  



사람과 자연을 사랑한 소설가. 자연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을 서정적인 필치로 그려낸 작가. 소박한 시골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촌사람들의 애환을 토속적인 언어로 녹여낸 작가의 혼이 오롯이 배어 있는 오영수문학관의 첫인상은 포근했다. 
 
앞마당에는 야외공연장이 있다. 매년 10월이 되면 '누나별 북 콘서트'가 열리는 곳이다. 단편 소설 '누나별'을 낭독하고 '요람기'를 연극으로 풀어내는 문학 행사를 비롯해서 전통예술과 오케스트라 공연에다 벼룩시장까지 열리는 축제의 마당으로 변신하는 곳이다.
 
전시실 입구 로비에는 작가의 사진이 걸려 있다. 친필로 쓴 원고지를 확대한 화면 위에 새겨진 사진이다. 여윈 얼굴에 굵은 뿔테 안경을 쓴 모습이 타고난 선비다. 안쪽에는 창작실이 재현되어 있다. 단아한 한복 차림으로 책상에 앉은 오영수. 그 뒤편에 놓인 책꽂이와 병풍이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서재를 겸했던 창작실(왼쪽), 로비 벽면에 새겨진 작가 사진.

창작실 옆에는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작가가 아끼던 붓과 벼루와 연적 뒤편에는 작가가 직접 그린 난초와 산수화가 걸려있다. 작가가 연주하던 서양악기 만돌린도 눈에 띈다. 문학뿐만 아니라 그림과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던 작가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유품 전시대 옆에는 대표작 '갯마을'의 무대가 되었던 임랑 바다를 닥종이 공예품으로 만들어 놓은 공간이 있다. 과부 해순이를 비롯한 아낙네들이 물질 가는 모습과 어촌 풍경을 그려낸 예술작품이다. 물에 녹인 한지를 풀에 버무린 다음 절구로 찧어서 만든 닥종이로 완성한 갯마을. 그렇게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서 선보인 작품이지만, 관람객들의 관심을 제대로 끌지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1978년, 탤런트 장미희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갯마을'의 포스터에 눈길을 멈추는 사람이 많다. 다. 대중문화가 지배하는 시대의 한계일까 
 
갯마을 옆에는 작가가 쓴 소설의 한 대목을 오디오로 들을 수 있는 코너가 있다. 관람객이 직접 읽고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 가는 서비스도 제공하는 곳이다. 소설까지 오디오로 들려주는 시대. 하지만 그다지 관심을 끌지는 못하는 것 같다. 역시 소설은 활자로 읽어야 제맛인가 보다. 
 

▲ 사색에 잠긴 오영수 동상.

마지막 코스에서 마주친 '데스마스크'. 1979년 5월에 세상을 떠난 작가의 마지막 모습을 판화가인 장남이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바로 그 판화가가 1970~80년대 ‘민중 예술가’로 이름을 날렸던 오윤이라고 했다. 노동자 시인 박노해가 발표한 '노동의 새벽'의 표지를 판화로 찍어내는 등 민초들과 함께 숨 쉬면서 사회 부조리에 저항하는 작품을 남겼던 ‘민중 예술가’ 오윤. 역시 피는 속일 수 없나 보다.
 
전시실을 나와서 2층으로 올라가면 강당이 있다. 시나 소설, 수필 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세미나실로 활용하는 장소라고 했다. "정치나 종교 행사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적혀있다. 강당 옆에는 '문화사랑방'이 있다. 각종 신간 서적과 지역 작가들의 작품들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온 가족이 편하게 책을 읽으면서 쉴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라고 했다. 
 
발걸음을 돌려 문학관 왼쪽 마당으로 나가면 작가 오영수의 동상이 있다. 커다란 참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즐기는 소설가 오영수. 원고지와 씨름하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재충전하는 듯한 분위기다.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 오영수문학관을 찾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김해뉴스 /울산=정순형 선임기자 junsh@


▶오영수문학관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한양길 280-12.
관람 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
휴관일 :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추석 당일(월요일이 공휴일일 때는 다음날 휴관).
문의 전화 : 052-264-8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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