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도 무형문화재 제42호로 지정된 김광수 쪽물장이 김해 진례면에 있는 자신의 작업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83년 석정스님이 쪽물기법 전수
고담염법·숙성장치 등 직접 개발
지난해 경남도 무형문화재 지정



쪽빛은 하늘을 닮은 푸른빛을 뜻하는 색이다. 쪽이라는 가을 야생화에서 추출한 천연염료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전통 쪽 염색은 산화, 환원, 숙성, 발효 등의 과정이 중요하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려워 몇 몇 장인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이제는 산업화에 밀려 흔히 볼 수 없는 색이 됐지만 그 명맥을 유지해가는 장인이 김해에 있다. 2017년 경남도 무형문화재 제42호에 지정돼 화제를 모은 쪽물장 김광수(71) 씨다. 지난달 말 진례면 송정리에 있는 고담전통염색연구소를 찾아 그를 만났다.
 
고담 김광수 쪽물장은 1983년 김일섭 스님의 문하인 석정스님으로부터 쪽물기법을 전수받아 작품 활동을 해왔다. 후학 양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14년에는 경남도 숙련기술 최고 장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씨는 "쪽 염색은 깊은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민족이 수천 년 동안 해왔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사라지다시피 했다. 불교 쪽에서만 근근이 이어져 왔다. 불화(佛畵)의 바탕을 쪽물 처리하는데, 그러면 천 년이 지나도 색이 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 하늘을 닮은 푸른빛의 쪽물천.

그가 쪽물 염색을 처음 접한 것도 불화를 통해서다. 스님으로 계시던 집안 어르신의 영향으로 어릴적부터 절을 자주 찾았다. 7~8세 무렵 색을 통해 불교 교리를 배우게 됐고 자연스레 쪽을 접하게 됐다. 당시 스님은 쪽이 사람을 이롭게 하는 성분을 갖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김 씨는 과거 큰 병에 걸렸을 때 스님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본격적인 쪽 연구에 나섰다.
 
김 씨는 "마흔 아홉 살 때다. 어느 날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병원에 가니 폐암 말기라고 했다. 4개월 간 입원하고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더 이상 손 쓸 방법이 없어 결국 4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쫓겨나오다시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때부터 쪽을 찾아 나섰다. 살기 위해서였다. 수소문해서 겨우 무척산 모은암에 계신 한 스님에게서 씨앗을 구하게 됐다. 쪽 풀은 전체 40여 가지에 이른다. 이중 여뀌과의 식물로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많이 재배되는 종이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김 씨는 쪽 농사를 지어서 순수 잎을 이용해 쪽물을 들이기 시작했다. 석회를 쓰지 않고 바로 원액을 만드는 독특한 방법을 개발해 '고담염법(액람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사이 건강도 되찾았다. 신기하게도 현재까지 별 이상 없이 생활하고 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숙성장치도 직접 만들었다. 덕분에 여름철에만 가능하던 쪽 염색을 일 년 내내 할 수 있게 됐고, 2010년에는 쪽물 제조방법 및 숙성장치로 실용신안특허를 획득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김해에서 최초로 개인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김해시는 쪽 염색이 전통문화로서 큰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문화재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쪽물기법 전수를 위한 '쪽물 학교'를 운영하고 쪽물제품 개발, 관광자원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김 씨는 "제자들이 있지만 모두 각자의 생업을 갖고 있다. 쪽물 염색은 당장 수익이 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인기가 있지 않다. 그러나 쪽물 염색은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이다. 모든 재료를 자연에서 얻는 쪽빛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를 꼭 지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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