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걸어온 길 촘촘하게 기록
현대 시조 다룬 후세대 위한 자료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45년간 시조 외길을 걸어온 이우걸 시조 시인. '반세기에 이르는 동안 전 시대 선배 시조 시인들의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시조가 시절가로서 현실성을 담지하는 길을 부지런히 모색해왔다'고 평가받는 그의 작품세계를 탐구한 책이 나왔다.
 
정과리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비롯해 공광규, 정용국, 이숭원, 박진임, 신상조, 엄경희, 우은진 등 학자와 시인, 문학평론가 19명이 글을 쓰고 박정선 창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이를 엮어낸 <이우걸 시조 세계>다. 생존 시인에 대한 이 같은 작품 조명은 문단에서 흔치 않은 시도다. 이 시조 시인은 "현대 시조 연구가 활성화되지 않은 지금 한 사람에 대해 집중 연구한 결과물은 그리 많지 않다"며 "현대 시조에 대한 후세대들의 연구를 위해 자료를 모아야 한다고 학자들과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책이 만들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우걸 시조 비평, 이우걸 시조 연구, 현대시조문학사와 이우걸의 시조시학 등 3부로 이뤄진 책은 박정선 교수가 머리말에서 밝혔듯 '이우걸 시조의 고전적이면서 현대적인 세계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해내고 있다. 표제작이 된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글은 이 시조 시인의 시를 집약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선생은 근본적으로 ‘긍정적 슬픔’의 시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생은 한 사회의 어둑함과 혼돈을 비판적으로 응시하면서도, 삶의 역설적 비의에 대한 따뜻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 선생의 시편은 완미한 정형 양식의 완결성에 새로운 현대성을 접목하고 거기에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페이소스를 얹는 노력에서 완성된 세계라 할 것입니다.'
 


 책 말미에는 이 시조 시인이 쓴 '나의 삶, 나의 문학', '나의 시조, 나의 시론'이 실렸다. 경남 창녕군 부곡면에서 태어난 것을 시작으로 학창시절, 등단 이후 작품 활동, 잡지 창간, 문단 활동 등 이 시조 시인이 걸어온 길을 세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또 윤금초·박시교·유재영 시조 시인과 함께 한 좌담은 삶과 문학에 대한 이 시조 시인의 철학을 엿보는 기회가 된다. "서정성과 현장성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라는 이 시조 시인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오는 10월 새 시집 발간을 앞두고 있는 등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의 글쓰기 행보가 기다려진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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