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철진 생명나눔재단 사무총장

대다수 지방정부가 지역에 있는 문화·역사 콘텐츠를 활용하여 지역을 널리 알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지역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우리 김해 지역에서도 해마다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대표적인 축제로 가야문화축제, 진례도자기축제, 진영단감축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 축제들은 지역의 문화, 역사, 특산물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얼마 전 마흔 두 번째로 열린 가야문화축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김수로왕이 가야를 건국한 스토리를 중심으로 수로왕행차 퍼레이드와 융성했었던 철기문화와 아시아를 호령하던 국제도시로서의 가야 등 이천년 가야역사를 알리기 위한 다양하고 의미있는 콘텐츠가 선보였다. 이번 축제를 지켜보면서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ICT 가야역사 체험관과 이주민이 참여한 '세계화합 김해줄땡기기' 등 내실 있는 기획의 노력과 수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시민참여가 빠진 축제, 기획사 중심의 축제, 역사·전통·정체성이 실종한 축제라는 혹독한 평가 속에 여러 논란과 논쟁에 휩싸이기도 했었지만 최근의 가야문화축제는 안정적으로 축제가 기획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시민들은 김해지역에서 여러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가야역사와 문화를 조명하기에는 여전히 뭔가가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시민들은 어떤 콘텐츠를 원하고 바라는 것일까? 그 아쉬움은 무엇으로 채울수 있을까?

최근에 마을축제, 골목축제라는 단어를 듣곤 한다.

소규모 단위의 축제로서 주민들이 기획하여 주민들과 함께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마을축제는 마을의 정체성을 고려하여 기획함은 물론 주민들과의 친목, 소통, 이웃과의 친밀감을 더 큰 가치로 여기며 마을공동체를 건강하게 다지는 기회로 삼고 있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얼마 전 주민 주도의 마을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김해 회현동을 찾았다. 나이 지긋한 남자분과 할머니 한분, 그리고 여러 명의 청년들이 대사를 주고받으며 인형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회현동 마을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쓰고 인형을 만들어 주민들과 연습 중이라고 소개했다. 인형극의 스토리는 '철의 나라에서 만난 여의와 황새'라고 한다. 여의 낭자와 황세장군의 사랑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인형극을 기획했다는 것이다.

여의와 황세장군 설화의 배경은 봉황대가 있는 회현동이다. 마을 사람들은 꽃다운 나이에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여의낭자를 추모하기 위해 45년 전부터 제례를 지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마을주민들이 제례만 지내던 것을 축제로 발전시켜 첫 번째 '여의사랑문화제'를 개최했다.  

첫 해 축제는 회현동 15개 주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진행하였지만 올해부터는 장유가도주민협의회와 봉황초등학교, 합성초등학교, 최선희무용단, 김해YMCA, 김해여성복지회관, 회현당사회적협동조합, 제이제이창작예술협동조합, 뚝딱뚝딱마을목수협동조합, 재미난사람들협동조합 등 회현마을에 거점을 두고 있는 다양한 조직과 주민들이 연합하여 공동체 축제를 만들어 간다고 한다.

지역의 여러 축제를 경험하다 보면 주민의 참여가 보이지 않고, 축제의 흐름과 콘텐츠가 다른 지역의 축제와 유사하다는 점을 느낀다. 지역마다 그 지역의 문화와 전통, 정체성이 다를 것인데 축제의 내용에 있어서 여느 다른 지역이나 별반 다르지 않음을 발견한다. 또한 그러한 사실조차 놀랍지 않을 뿐더러 문제의식 없이 지나친다.

다시 되돌아가보자.

가야문화축제의 숙제로 남은 가야역사와 문화, 그 정체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콘텐츠에서 찾아야 할까? 아니면 유능한 공연기획자를 모셔야 할까?

우리는 그 답을 회현동 마을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소박한 마을축제, 그들이 만들어가는 가족같은 마을공동체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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