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철진 생명나눔재단 사무총장

어린이 통학차량 갇힘 사고, 어른들의 부주의로 인한 어린이들의 사망사고가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일까?
 
어린이집 통학차량 갇힘 사고와 관련한 대책으로 처벌강화, 제도개선, 안전시스템 등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됐지만 크게 바뀌지 않았다. 숨진 아이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운전기사가 둘러보기만 했더라면, 인솔교사가 탑승인원만 확인했더라면, 담임교사가 출석 체크만 했더라면 안타까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또 다시 사망 사고가 일어난 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통학차량 갇힘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도입에 나섰다. 또 국회에서도 의원들이 관련 입법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2016년 8월에 이미 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통학차량에 '잠자는 어린이 확인 경보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일명 '한음이법 2탄')을 발의한 바 있다. 2016년 7월 광주에서 4살 어린이가 유치원 버스에 방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법안이 발의된 것이다.
 
이후에도 비슷한 사건이 여러차례 발생했지만 국회는 이 법을 처리하지 않았다. 당시 소관 상임위원회였던 행정안전위는 자동차 관리 법령을 다루는 국토교통위에서 처리해야 한다며 법안 심사를 넘겼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도 '잠자는 어린이 확인 경보장치' 설치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없었고, 결정된 것은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에 대한 어린이의 안전한 하차 확인 의무, 위반 시 20만원의 범칙금 부과'에 그쳤다.
 
2년이 지난 7월 24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더 이상의 대책은 없다는 각오로 아이들이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달라'는 어린이집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완결판 대책을 주문한다. 이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을 도입하여 더 이상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보고한다.
 
시간을 되돌려 2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한음이법 2탄이 진지하게 논의되어 법안이 통과되었더라면 동두천 어린이집 차량 사망 사고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7시간 폭염의 차량 속에서 4살 어린이가 몸부림치며 고통 속에 죽어가야만 했던 참극은 피하지 않았을까? 
 
2013년 충북 청주시에서 김세림(당시 3세) 양이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치여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2014년 개정된 도로교통법, 일명 '세림이법'은 4가지의 원칙을 갖고 있다. 9인 이상 탑승 어린이 통학버스 의무신고, 승차인원 전원 안전띠 착용 의무와 확인, 탑승·하차를 보조할 보호자의 의무 탑승, 마지막으로 운전자에 대한 관련 교육이수의 의무화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조차 지키지 않아 안타까운 일이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4가지 원칙만 제대로 지켜져도 안타까운 사고는 최소화되었을 것이다. 정부도, 국회도, 지방정부도, 우리 모두가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의식이 바뀌지 않았다. 불행한 사고가 잇따라야만 뒤늦게 호들갑을 떠는 형국의 연속이 답답할 뿐이다.
 
보건복지부가 대안으로 내어 놓은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 도입이 사고 예방의 완결판이 될 것인 지도 의문이다. 바라건대 잠자는 어린이 확인 경보장치 도입은 물론 교사, 아동, 부모 등을 대상으로 사고 예방을 위한 실습 위주의 주기적인 교육을 함께 실시해야 한다. 채워진 안전벨트를 분리하는 탈착 교육, 경음기를 울려 차 안에 갇혀 있음을 알릴 수 있도록 교육 등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동승한 교사는 탑승한 아동의 수를 확인하여 운전자와 상호 확인 체크하는 매뉴얼과 담당교사와 최고책임자(원장 또는 원감)가 마지막으로 아동의 안전을 확인하는 시스템 등을 이중 삼중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다. 시스템을 운영하는 방식에 있어서 불편함이 따르더라도 안전한 보육환경 조성을 위해 어떤 형태이든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모험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어린이 안전에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다. 저출산으로 국가 미래가 위태로운데 부주의와 무관심, 시스템 미비로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다면 어떻게 출산율을 높일 수 있겠으며,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국가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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