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소통·관계에 대한 이야기
“주어진 대로 현실 잘 살면 된다”



'삶은 정답이 없는 각자의 여정이다. 어차피 태어나는 자체가 맨땅에 헤딩이고 보장된 것이 하나도 없는 길을 가는 일이다. 나는 고민이 짧고 일부터 저지르고 드는 기질이라 현실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몫이 많았던 것 같다. 좋게 해석하면 가슴의 소리에 따랐다는 말이고 계산 없이 즉흥적으로 살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도 용케 여기까지 왔다. 오늘은 굳은살 박인 이마를 쓰다듬고 낡아가는 몸도 한번 안아주자.'

1994년 등단해 꾸준히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고금란 소설가가 '소설가 고금란의 세상사는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두 번째 산문집 '맨땅에 헤딩하기'를 펴냈다.

첫 산문집 이후 20년 만에 나온 이번 산문집에는 '고금란 선생님의 글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타자에게 건네는 안부이자 안녕을 기원하는 축원문'이라는 김가경 소설가의 말처럼 세상과 적극 소통하려는 고 소설가의 자취가 빼곡하게 담겼다. 보도연맹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막내 이모는 물론 단식을 하면서 만난 명희 씨, 세상을 뜬 고(故) 김미혜 소설가 등 조그만 인연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한다. 그는 "혼자 사는 것이 익숙해진 시대다. 사람의 관계가 점점 좁아져 안타깝다. 소통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이 횡행하는 현장에서 만덕1동 821-2번지 주민으로 '그들 대신 울어주는 길'을 택하고, 한번 파괴한 자연은 복원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우물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거나 인정에 이끌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동네 사람들의 비겁함에 대한 분노로 무덤 조성에 반기를 드는 모습 등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죄악'이라는 고 소설가의 신념이 행동으로 반영된 결과다. "고금란이 하고 싶은 말은 오직 하나로 보인다. 우리 모두 늦기 전에 해야 할 말을 하고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 조갑상(경성대 명예교수) 소설가의 말대로다.

7번에 걸친 인도 방문, 13년째를 맞는 시골 생활은 사유의 진폭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고 소설가는 "몹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마음 다루기 등 공부의 마지막 여정이 인도였던 것 같다. 주어진 대로 현실을 잘 살면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현실 속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내년에 소설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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