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년 전통의 니시테츠 버스가 후쿠오카 시내 캐널시티 인근을 달리고 있다. 조나리 기자

 


맛집·여행지와 연계 원데이 프리패스
버스종점과 도시철도 연계 시스템

시내 주요거점엔 ‘100엔’ 순환버스
인구 감소·고령화로 외곽운행 적자

일부지역엔 ‘합승택시’가 버스 대체
병원·쇼핑 등 생활 교통 확보 과제




부산과 불과 20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일본 후쿠오카는 다양한 버스 시스템을 자랑한다. 이 지역의 대중교통은 대부분 한 민간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한국 버스 시스템은 공익성을 띠고 시민 복지를 위해 버스 노선을 편성해 정부가 적자를 보전하는 방식인 데 반해 후쿠오카의 버스는 기업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으로 대규모 흑자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산큐패스, 1일권 등 다양화 주목
일본의 버스는 지역마다 버스 공영제, 준공영제, 민영제 등 운영 방식이 다양하다. 그 중 후쿠오카의 경우 1908년 창립된 '니시테츠 그룹'이 시내버스, 고속버스, 지하철, 철도, 택시 등 지역 교통수단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후쿠오카는 타지역에 비해 지하철, 전철보다 버스 체계가 촘촘하게 구축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후쿠오카 버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니시테츠 버스는 전체 2829대, 113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2016년 기준 버스 수송 인원은 2억 7018명, 주행거리는 1억 4616만㎞이다. 이에 따른 니시테츠사의 운송 수입은 488억 2800만 엔(한화 4912억 원 상당)에 달한다.
 

▲ 매년 흑자 운영을 하고 있는 후쿠오카 버스의 내부 모습.


후쿠오카 버스는 기본적으로 거리운임요금제로 운영된다. 한국과 달리 버스를 탈 때는 뒷문(중앙문)으로 승차한 뒤 앞문으로 하차한다. 버스 뒷문에는 '세리켄'이라고 불리는 버스 번호표가 있는데 이 표를 뽑아서 표에 적혀 있는 번호대로 버스 요금을 내면 된다. 예를 들어 '19번'이 적힌 번호표를 뽑았다면 버스 앞 화면 19번에 적힌 운임 요금을 내면 된다. '니모카'라는 교통카드를 사용할 경우에는 번호표를 뽑을 필요 없이 승하차 때 IC 판독기에 카드를 찍으면 자동으로 요금이 정산된다.
 
이외에 니시테츠 버스는 다양한 승차권을 개발해 수익을 톡톡히 올리고 있다. 그 중 한국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티켓 하나로 3, 4일간 시내버스, 고속버스, 일부 선박까지 규슈 지역의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산큐패스'다. 산큐패스의 가격은 지역 범위에 따라 6000~14000엔(한화 6만 5000원~14만 8000원 상당)이다. 한국의 교통비와 비교했을 때는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기본 교통비가 비싼 일본에서는 유용하다는 평가다. 6년 전 생긴 산큐패스는 지난해 기준 약 24만 장 판매되며 니시테츠사의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이외에도 후쿠오카 시티 원데이 프리패스, 맛집·여행지와 버스 티켓을 하나로 묶은 후쿠오카 체험 패스 등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 후쿠오카 시내의 모든 구간의 니시테츠 노선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티 원데이 프리패스.

 

■철도, 지하철과 연계 노선 조정
다양한 버스 상품과 함께 주목할 것은 버스 노선의 효율적인 배치다. 후쿠오카의 고속버스, 전철을 비롯해 택시까지 니시테츠사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대중교통 간의 조율이 용이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후쿠오카시는 2013년 철도역, 2014년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버스 노선을 개편했다. 시 외곽에서 진입하는 버스의 종점을 전철과 지하철의 주요 역으로 정하면서 이용객들이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시내 중심부의 전체 교통량을 줄여나갔다.
 
반면 시내 주요 거점을 지나는 버스가 줄어들면서 후쿠오카 시내를 찾은 이용객들의 시내 버스 이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환승객에게 교통카드 사용 시 100엔(한화 1000원 상당)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100엔으로 시내 주요 거점을 갈 수 있는 '100엔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기 위해 버스 정시성을 지키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후쿠오카의 경우 한국과 달리 실시간 버스운행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종이로 된 버스 배차표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이 경우 정확한 시간을 지키는 것이 어려워 보이지만, 니시테츠사는 매년 두 차례 버스 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버스 배차를 조정해 편차를 줄여가고 있다.
 
이와 함께 1997년부터 니시테츠사와 후쿠오카 경찰, 시가 협력해 평일 오전 7시 15분~8시 45분은 버스전용차로 준수 시간으로 정하고 니시테츠사 직원이 차로에 나와 전용차로 준수 유도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공공형 택시가 소외지 담당
일본 후쿠오카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도시 외곽지역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어렵다. 후쿠오카 일부 지역의 경우 하루에 버스가 한두 대밖에 없을 정도다.
 
이를 위해 후쿠오카시가 내놓은 전략은 교통취약지 공공형 택시다. 후쿠오카에서는 '합승택시'라고 불리는 이 공공형 택시는 후쿠오카 중 이타야 와키야 마 선과 와키야 마 지선을 따라 두 지역을 달린다. 이 택시는 각각 2008년, 올해 3월부터 시작됐다. 민간업체가 택시를 운영하고 시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형태다.
 
이 택시는 약 2~3시간에 한 대씩 있으며 이 시간에 맞춰 전화로 예약을 하면 이용할 수 있다. 일본의 택시비는 일반적으로 기본요금 550~600엔(한화 5500원~6000원 상당)에 1분당 100엔꼴로 한국에 비해 매우 비싼 편이지만, 이 택시의 경우 성인 250엔(한화 2500원 상당)으로 매우 저렴한 편이다.
 
이외에 후쿠오카시는 철도나 버스 정류장에서 1㎞ 이상 떨어진 공공 교통 공백 지역에 대해서는 시가 교통 운행 경비를 일부 보조한다. 후쿠오카시 교통국 나츠미 오타 주무관은 "도시 외곽의 경우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지역 대중교통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후쿠오카 역시 버스노선의 휴·폐지가 속출해 통근·통학·병원·쇼핑 등 일상 생활에 필요한 생활 교통의 확보가 앞으로의 과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일본 후쿠오카=조나리 기자 nari@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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