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교육과 사교육이 만나는 접점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독서토론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양미현 씨. 배미진 기자


책읽기동아리 활성화 되어야
대화와 토론으로 생각 훈련
자기식 사고로 표현력 향상



"아이들이 재미있게 책을 읽고 토론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어린이를 위한 독서토론지침서, '하루 10분 생각습관 하브루타'를 펴낸 양미현(53) 씨. '아이가 똑똑해지는 유대인식 생각훈련'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을 양 씨는 '단순히 읽는 책이 아니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책을 읽고 대화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은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라고 덧붙였다.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하브루타'가 지닌 뜻을 묻는 말에 양 씨는 오랜 옛날부터 유대인들이 '탈무드'를 공부할 때 사용해온 독서토론 방법이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면 각자 다른 의견에다 새로운 아이디어까지 합쳐서 세 가지 견해가 도출된다.'는 이스라엘 격언이 탄생하는 배경이 된 토론식 교육방법이라고 했다.
 
1988년 진주교대를 졸업한 후 합천초등학교 교사로 출발해 31년째 교단을 지키고 있다는 양 씨가 토론식 교육방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골 학교 교사로서 교육 환경이 열악한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방안이 없을까?". 고민을 거듭하던 양 씨가 교사들의 책 읽기 모임인 '진북독서클럽'을 찾아간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단다. 열 번을 읽어도 이해하기 힘들던 책의 내용을 동료 교사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등 놀라운 경험의 연속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독서토론이 가진 위력을 실감한 양 씨는 이 방법을 교실 수업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동화책을 읽는 아이들이 중요한 부문에 줄을 긋고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질문하는 등 사고가 깊어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휘력이 풍부해지고 표현력이 발달한 것은 물론이다.  
 
"흥부는 왜 능력도 없으면서 그렇게 많은 아이를 낳았을까.", "심청이 아버지는 왜 공양미 삼백 석이 필요하다는 말을 왜 딸에게만 말했을까?"
 
과거 주입식교육에 갇혀있던 아이들이 자기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된 양 씨는 '하브루타'에 대한 확신을 더욱 다지게 되었다. 이후 양 씨는 경남교육청이 주최하는 독서 토론 교육 연수에 참여하고 자기주도학습 코칭 자격증을 따는 등 독서 토론을 통한 자기주도학습법의 신봉자가 되었다. 매 학기를 마치고 방학이 되면 학부모와 교사들을 대상으로 '독서토론 캠프'를 여는 등 자기주도학습 교육 방법을 전파하는 일에 미친 듯이 빠져 살았다고 했다.
 
그렇게 일선 교육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양 씨는 2012년 학부모와 교사 전문 강사 등 7명이 함께 쓴 첫 번째 저서 '자기주도학습 실전로드맵'을 출판한 후 2014년에는 독서토론가 2명과 함께 '진짜 독서를 위한 진북독서토론'을 두 번째 저서로 펴냈다. 이후 세 번째 저서로 구체적인 실천 지침서를 선보인 것이 최근에 출판한 '하루 10분 생각습관 하브루타'라고 했다.
 
향후 계획을 묻는 말에 양 씨는 네 번째 저서로 "우리민족의 고전인 전래동화를 소개하는 '독서토론 워크북'을 집필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주제를 던져주고 토론 과정을 이끌어주는 워크북을 집필할 계획"이라고 했다.
 
30년 이상 교단을 지켜온 사람으로서 교육 정책 당국에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양 씨는 "주입식교육의 대안으로 등장한 하브루타가 공교육과 사교육이 만나는 접점에서 정착될 수 있도록,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참여하는 독서동아리 활동에 지자체와 교육청이 세미나 장소를 제공하는 등 제도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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