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1월 서울의 한 의원에서 C형 간염 집단발병이 발생했다. 당시 마늘주사, 비타민주사 등 기능성 영양주사를 맞은 내원환자와 병원 직원 등 97명이 C형 간염에 감염돼 커다란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원인은 1회용 주사기의 재사용. 이후 강원도 원주, 충북 제천 등에서도 의료기관의 1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C형 간염 집단 감염이 발생해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최근 들어서는 문신, 피어싱 등 불법시술이 늘어나며 이로 인한 C형 간염 환자 발생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다. 
 

▲ 김경진 중앙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이 C형 간염 환자에게 치료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앙병원


치료 환자 10명 중 2명에 불과
대부분 무증상 일상속 전파 위험

문신, 피어싱 등 불법시술 피해야
면도기 등 위생용품은 따로 사용
하루 한 번 먹는 약, 90% 완치




■집단감염으로 존재감 알린 C형 간염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간에 염증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혈액이나 체액에 의해 전파되므로 주사기를 재사용하거나 오염된 침·바늘, 문신, 피어싱 등에 의해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수혈에 의한 감염은 1992년 모든 헌혈 혈액에 대해 C형 간염 감시검사를 시행한 이후 매우 드물다.
 
C형 간염의 바이러스 실체가 구명된 것은 불과 30년 전인 1989년으로, 1형부터 6형까지 6개의 유전자형이 있다. 이들 유전자의 아형은 소문자로 1a, 1b, 2a, 2b 등으로 표시한다. 우리나라에서 흔한 유전자 형은 1b형과 2a형이다.
 
국경없는 의사회 등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C형 간염 감염자 수는 전세계 인구의 약 3%인 1억 7000만 명에 이른다. 해마다 50만 명이 C형 간염 바이러스와 관련된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 심각한 보건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수감시 체계로 전환한 올들어 11월 현재까지 9614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이전의 표본감시 체계 당시 연 평균 발생자 수(약 4000명) 대비 2.4배에 이르는 수치다. 김해시의 경우 올해 같은 기간 인구 10만명 당 C형 간염 발생률은 21.67명으로 전국 평균(18.58명)을 크게 웃돈다. 
 


■뚜렷한 증상없어 전파 위험 커 
경희의료원 교육협력 중앙병원의 김경진 소화기내과 과장은 "국내에 약 30만 명의 C형 간염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나 이중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환자 10명중 2명 꼴인 6만 명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나머지 약 80%에 달하는 24만 명은 감염 여부도 알지 못한 채 숨겨진 잠재적 환자"라고 말했다.
 
C형 간염은 국내 암 사망률 2위인 간암, 간경변증의 주 원인이다. 국내 간암 및 간경변증 환자의 약 10~15%는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있다. 
 
연령이 높을수록 특히 40대 이상에 접어들며 환자 수가 크게 증가해 전체 환자의 약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C형 간염의 '무증상' 특성이다. 일부에서 피로감, 소화불량, 황달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70~80%에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심지어 감염돼도 간기능 검사가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환자 본인이 감염 여부도 모른 채 일상생활에서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위험성이 크다.
 
질환의 만성화 위험이 높아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C형 간염 바이러스에 한 번 감염되면 70~80%에서 만성간염으로 진행되고, 이 중 약 30~40%는 간경변증, 간암으로 발전한다.
 
김경진 과장은 "C형 간염에 걸린 대부분의 환자는 검사를 받기 전에는 모르고 있다가, 20~30년의 기간을 거치면서 간경화, 또는 간암 등으로 진행한 후에야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치료와 예방법
C형 간염은 유전자형에 따라 6개월에서 1년에 걸쳐 치료를 받게 된다. 이전에는 페그인터페론 주사를 일주일에 한 번, 항바이러스제인 리바비린을 하루 두 번씩 매일 복용하는 치료법이 주로 사용됐지만 치료 성공률이 약 50%에 불과했다. 더구나 우울증, 불면증, 혈소판 감소, 탈모 등 약물 부작용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하루에 한번 먹는 약인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DAA)'가 개발되면서 치료 성공률은 90% 이상으로 높아졌다. 통상 치료 기간도 12주로 크게 단축됐다.
 
김경진 과장은 "DAA 개발로 우리나라에 많은 1b, 2a 유전자형을 포함해 1형부터 6형까지 모든 유전자형 환자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C형 간염은 B형 간염과 달리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아서 예방에 어려운 점이 있다. 따라서 주사기를 재사용하거나 문신, 피어싱, 침술 등의 시술 과정에서 감염되는 것을 예방하는 데 힘써야 한다. 그러나 모유 수유나 가벼운 키스, 포옹, 손잡기, 함께 식사하는 등의 일상적인 접촉만으로는 전염이 되지 않는다.
 
김해뉴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gimhaenews.co.kr


 도움말 =김경진 경희의료원 교육협력 중앙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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