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솝 토스트 동상점을 운영하는 황순옥 씨가 반려견 옹이를 안고 밝게 웃고 있다.


이솝토스트 동상점 황순옥 씨
 반려견 '옹이' 15년 째 함께해
"사람 나이 100살, 이별 준비도"
 


"동상동 일대에서 우리 옹이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만큼 오래 살았고 주민들의 사랑도 듬뿍 받아 왔어요. 이제는 나이가 들어 활동량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간식 시간만 되면 온 동네를 누비곤 하죠."
 

▲ 옹이가 예쁜 옷을 입고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

김해시 동상동 일대 상인들 중 강아지 '옹이'(17살·암컷·믹스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약 15년째 이곳 상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옹이는 이솝 토스트 동상점을 운영하는 황순옥(64) 씨와 김정화(63) 씨의 반려견이다.
 
황 씨 부부는 지난 2004년 옹이와 처음 만났다. 어느 날 가게 문 앞에서 잠들어 있던 유기견 한 마리를 황 씨가 발견했던 것. 평소 동물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그는 이 강아지를 불쌍히 여겨 밥을 챙겨줬다. 그러자 이 강아지는 배가 고팠는지 3일 내내 가게를 찾아와 문 앞을 서성거렸다. 이를 불쌍히 여긴 황 씨는 결국 강아지의 이름을 '옹이'라고 지어주고 집으로 데려가 보살폈다.
 
황 씨는 "불쌍해서 집으로 데려가긴 했지만 계속 키우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한 달 후 옹이가 갑자기 새끼를 낳는 바람에 아예 키워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며 "당시만 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현재 옹이는 동상동 '터줏대감 강아지'로 통한다. 옹이에게 정기적으로 간식을 제공하는 가게도 세 군데나 있다. 동상동 지역의 특성상 외국인들의 왕래가 잦은데 이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특히 스리랑카인들이 옹이를 굉장히 좋아한다. 많은 사람이 옹이를 보러 왔다가 토스트를 사 먹고 가기도 해 매출 상승 효과도 쏠쏠하다.
 
다만 옹이는 모든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는 않는다. 전 주인에게 상처를 받고 버려졌는지 옹이는 아직도 종종 사람을 경계하곤 한다. 평소에는 사람을 위협하지 않지만 자신에게 손을 대려고 하거나 가까이 다가오면 이빨을 드러내기도 한다. 김 씨는 "특히 옹이는 파리채를 무서워한다. 보기만 해도 숨어버리곤 한다. 전 주인이 파리채로 옹이를 험하게 대했던 것 같다"며 마음 아파했다.
 
옹이는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100살이 다된 노령견이다. 젊을 땐 왕성한 체력으로 동네 이곳저곳을 다녔지만 요즘은 가게 안에서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경우가 잦아졌다. 황 씨는 "옹이를 좋아하는 주변 상인들은 옹이가 떠난다면 애도의 뜻으로 다같이 가게 문을 하루 닫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오래 기억될 옹이는 행복한 강아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루하루 기운이 없어져가는 옹이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지만 이젠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고통 없이 떠나도록 차라리 편하게 잠을 자는 도중에 떠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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