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활동 의지 왜 꺾이나

경남문화재단의 '2012년 경남문화예술인 실태조사' 결과 상당수의 경남지역 문예인들이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뉴스>가 실태조사를 토대로 김해지역 문예인들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지역 문예인들도 경남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와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지역 문예인들은 '창작활동을 계속하기 힘들만큼 어렵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무슨 예술이냐'고 취재진에게 반문했다.

▲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면서 행복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문예인들은 그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재능을 펼쳐보인다. 사진은 김해의 문예인들과 김해 시민들의 축제인 '제23회 김해예술제 개막공연' 장면. 사진=김해뉴스DB

문인들 발표 지면 없어 작품활동 위축
공예작품은 판매루트 만들기 어려워
소극장 등 연극문화 인프라 절대부족
다른 분야들도 사정 비슷해 사각지대
지원 관련 행정편의주의적 발상도 문제

#사례1=김해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화가의 꿈을 키웠던 A 씨는 서울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다음, 김해에 돌아와 디자인학원을 열었다. 고향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자신의 작업도 계속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얼마 후 디자인학원 자리에서 PC방으로 전업했다. 디자이너로서의 꿈도 사라졌다. A씨는 "포기해 버린 지금이 더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사례2=연극인 B 씨는 "무대에 설 때보다, 무대에 서기 위해 공사장에서 일할 때가 더 많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공사장 인부들 중에는 열 명씩 조를 짜 각 지역으로 일하러 다니면서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이 있는데, 차라리 그런 팀에 들어가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선엽 화가는 "지난해에는 김해아트페어에서 작품을 한 점 팔았다. 그게 유일하다. 그나마 제작비를 제외하고 나면 80만 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공예가 장용호 씨는 "작품을 마지막으로 팔아본 것이 10개월 전"이라며 "공예가들은 자식들을 교육시키기도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김용권 시인은 "지역 문인들은 발표지면이 없어 활동이 위축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통무용가 강옥영 씨는 "문화행정을 이해하는 공무원이 드물다. 개인적으로 이제는 거의 포기했다"고 말했다. 극단 번작이의 조증윤 대표는 "연극은 종합예술이라는 특성이 있어 더 힘들다"며 "지역의 연극문화 인프라가 살기 위해서는 소극장 육성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도예가 이한길 씨는 "도예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판매 루트"라며 "분청도자기축제가 도움이 되고 있어, 도예가들이 다른 소규모 축제를 하나 더 해볼까 하는 의견도 내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상당수 문예인들은 "지원을 위한 관의 평가지표는 행정편의주의적일 때가 많고, 장르별 예술의 특성도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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