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동아서점 신상선(70) 사장과 부인 정현주(65) 씨는 폐업을 앞두고 출판사로 돌려보낼 서적 정리작업을 하고 있었다. 100㎡ 규모의 서점에는 12만 권 정도의 책이 진열돼 있는데, 이들은 매일 약 300권씩 정리해 출판사로 돌려보내고 있다.
 
참고서보다 교양서적 더 많았죠
그땐 정말 바빠도 즐거웠는데
이젠 도서상품권 사러도 안 와요


"아쉬워서 어떡하느냐"고 조심스레 묻자 정 씨는 시원섭섭하다며 웃는다. 계산대 옆에 있던 신 사장이 무겁게 입을 뗀다. "머리도 세고, 이제 힘도 딸려요. 문을 닫기 전까지 책을 모두 출판사로 반품해야 하기 때문에 부부 둘이서 틈틈이 반품 작업을 하고 있죠."
 
동아서점이 정식으로 문을 연 것은 1972년 3월 2일이었다. "제대하고 공무원 생활을 했어요. 공무원 월급으로 한 달을 먹고 살기엔 너무 빠듯했죠. 그 때 당시 형님이 밀양에서 '동아서점'이라는 상호로 서점을 하고 있었어요. 형님을 따라 이 일을 시작했죠."
 

▲ 정현주(왼쪽) 씨와 신상선 씨가 폐업의 심정을 담담하게 얘기하고 있다.
신 사장이 김해시청년회 회장직을 맡았던 1970년대 중반 동아서점은 김해시에서 가장 많이 교양서적을 진열한 서점이었다. "김해시청년회 회장을 하면서 일본에 일주일 정도 가게 됐죠. 일본의 서점을 돌아다녔는데 참고서보다 교양서적이 더 많더군요. 저도 교양서적을 서점에 들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교양서적을 들인 후 책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정말 장사가 잘 돼서 직원도 8명씩이나 뒀다. 매장에 손님이 하도 많아서 직원들은 밥도 못먹고 일했다고 한다. 지난날을 떠올리는 신 사장의 얼굴엔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신 사장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어린이날, 크리스마스가 되면 책을 선물하기 위해 서점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졸업 시즌이면 도서상품권을 선물하는 것이 풍습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도서상품권을 사러 오는 사람도 드물다"고 아쉬워했다. "서점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 저야 편하지만, 서점 운영이 힘들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데 어떻게 그러겠어요. 그래도 김해시민 덕분에 40년 넘게 책과 함께 했으니 얼마나 행복해요. 김해시민들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건지 천천히 고민해봐야죠." 그의 얼굴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안도감과 함께 아쉬움이 흘러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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