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30일 폐업을 앞두고 있는 서상동 동아서점을 찾은 한 시민이 비어가는 서가를 보며 허탈한 모습을 하고 있다. 박나래 skfoqkr@gimhaenews.co.kr

40년 넘은 동아서점 경영난에 자진폐업
 가락로 즐비하던 업체들 사라지고 옮겨
"없어지고 나면 서점 중요성 알게 될 것"


'책 읽는 도시'를 표방하는 김해에서 서점이 사라지고 있다.
 
40년 넘게 김해시민의 곁을 지켜온 서상동 동아서점이 오는 30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동아서점 신상선 사장은 23일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의 약진 때문에 매출 부진이 계속됨에 따라 폐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아서점은 1972년 3월 당시 김해의 최대 번화가였던 서상동 한복판에서 문을 열었다. 이후 몇 차례 이사한 끝에 현재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이 서점은 1985년 김해도서관이 생기기 전까지 김해시민들의 도서관 역할을 하며 199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일부 서점은 몰래 부도를 내고 잠적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동아서점은 숨지 않고 자진폐업을 함으로써 출판사나 도매상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한편, 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고별을 고하는 방법을 택했다.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 정해운 회장은 "동아서점은 김해의 오래된 서점으로 알고 있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그동안 오래 버텨오느라 힘이 들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면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폐업하는 동아서점이 고마우면서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가락로에는 과거 동아서점 외에도 교학사, 능력서점, 문예당, 오복당 등이 있어 서점거리로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교학사, 능력서점, 문예당은 이미 사라지고 오복당마저 내동으로 옮긴 처지에 동아서점마저 문을 닫음에 따라 가락로는 이제 서점거리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잃게 됐다. 정 회장은 "오프라인 서점은 책을 진열·판매하는 곳이다. 인터넷으로 책을 사면 된다고 쉽게 말하지만, 서점이 없어지고 나면 그 서점이 얼마나 고마운 곳이었는지 뒤늦게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서점이 문을 닫을 때마다 한국출판문화계는 영향을 받는다. 지역서점이 문을 닫는 것은 대형서점이 문을 닫는 것처럼 큰 타격이 되지는 않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출판문화계가 서서히 고사해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동아서점의 몰락은 단순히 책방 하나가 없어지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김해의 문화가 한 걸음 후퇴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제가 급성장하고 인구가 52만 명으로 늘어난 김해지만 시와 시민들의 문화 수준은 그에 걸맞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동아서점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가락로의 역사와 문화가 함께 문을 닫는다는 뜻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해에서 고교를 나온 김영권(42·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씨는 "동아서점은 단순히 책만 팔던 곳이 아니라 지역 문화인들이 자주 드나들던 종합문화공간이었다. 책 읽는 고객들을 위해 의자도 가져다 놓았던 서점이었다. 김해에 제대로 된 도서관이 없던 시절에 학생들이 많은 신세를 지던 곳이다. 이런 곳을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고 아쉬워했다.
 
출판사 북인의 조현석 대표는 "너무 많은 서점이 문을 닫았다. 김해에서 40년 넘게 시민들과 함께 해온 동아서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은 김해시민들 뿐만 아니라, 출판인들에게도 서운하고 또 두려운 소식"이라고 통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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