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생명과 에너지를 품은 흙, 흩어지는 흙을 하나의 덩어리로 결속시키는 물, 흙 반죽으로 도자기를 빚어내는 장인의 손길, 그리고 뜨거운 불길이 이글거리는 가마.

온 마음을 다해 도자기를 빚어낸 장인은 가마에 불을 넣을 때 경건해진다. 그들은 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이제는 신의 손길인 '불'이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기다릴 뿐이다." 도자기는 이렇게 정성을 다한 장인의 손길 위에 불의 기운이 닿아 탄생된다.


흙과 물을 품고 만들어져 불로써 단단하게 구워진 도자기는 자연의 다른 모습이다. 생명의 기운으로 빚어낸 도자기는 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한 기물이었다. 그렇게 인류는 도자기와 함께 살아왔다.

2천 년 전 김해 땅에서 살았던 가야인들은 토기를 빚었다. 가야토기를 빚어냈던 김해에서 찬란한 꽃을 피워낸 것이 분청도자기이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비옥한 퇴적토가 있는 김해는 예로부터 좋은 흙과 가마에 불을 땔 나무가 많은 땅이었다. 김해를 감싸며 흐르는 낙동강은 훌륭한 교통수단이 되어주었다. 그 자연조건이 김해를 분청의 본고장으로 만들었다.

분청도자기는 청자, 백자와는 달리 서민의 삶 속에서 함께 했기에 형태와 문양이 자유로웠다. 분청도자기를 빚어내는 장인의 손길은 가식이 없고, 순수하고, 담박했다. 그래서 분청사기는 생활자기, 민족자기라고도 부른다. 자유분방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표현을 담은 분청사기는 한국적인 미의 원형으로 불리며 그 예술성을 인정 받고 있다.

분청사기는 독특한 미학과 양식을 창출했다. 분청사기는 직관적이고 순정적인 한국인의 심성, 획일적인 틀을 거부하고 생동하는 생명력을 포착하는 한국인의 기질을 닮았다. 한국미의 본질이 분청사기 안에 녹아 있는 것이다. 오늘날 분청사기는 전통을 지켜가면서도 현대인의 감각을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는 도예 예술로 인정받고 있다.

제19회 김해분청도자기축제가 오는 27일~11월 2일 김해시 진례면 분청도자관 일원에서 열린다. 이 축제는 다른 도시에서 열리는 도자기축제와는 달리 '분청'을 주제로 열린다. 김해 분청도자기는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다양한 분청기법과 문양을 바탕으로 현대적 디자인과 조형감각을 표현하며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분청도자기축제장에서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분청 이야기가 흐른다.

김해의 축제이자 도예인들의 축제에서는 장인의 혼, 흙과 불이 빚어낸 도자기의 세계가 펼쳐진다. 김해 도예인들이 온 마음을 다해 빚은 도자기들을 감상할 수 있는 큰 잔치 '흙과 불의 축제, 분청으로의 초대'를 마음껏 즐기시길…. 

▲ 박용수 김해도예협회 이사장
"요리와 만난 분청도자기, 올해 첫 시도"

김해도예협회 박용수(사진) 이사장은 지난해 1월부터 이사장직을 맡아왔다. 제19회 김해분청도자기축제는 그가 축제 추진위원장을 맡아 두 번째 치르는 축제이다. 그는 "지난해 축제를 되돌아보면서 무엇을 보강해야 할지 생각했고, 협회 회원들과 많은 의논을 거쳐 축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올해 처음 시도하는 '요리와 만난 분청도자기' 행사부터 설명했다. 그는 "분청도자기가 실생활에 쓰이는 그릇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시도하는 행사이다. 요리가 분청도자기를 만났을 때 얼마나 아름답고 맛깔스러운지를 보여줄 것이다. 음식을 만든 사람의 정성이 자연스럽게 빛난다는 걸 알게 되면 관람객들이 분청도자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전국 차예절 겨루기 대회'도 부활된다. 박 이사장은 "㈔경남김해티클럽 김명자 회장의 도움을 받아 다구 차림상에 스토리텔링을 입혀보는 대회이다. 분청도자기 다구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기회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축제는 포스터를 비롯한 각종 인쇄물, 설치물에 통일된 디자인과 색채를 적용해 현대적이고 참신한 분위기로 단장했다"며 "축제장에서 분청도자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 이 기사 취재 및 보도는 경남도의 지역축제 활성화 사업 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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