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다운도예 박용수 씨가 물레 앞에서 도자기를 빚고 있다. 강보금 기자

공방 차려 도예가 생활 벌써 38년
2013~14년 김해도예협회 이사장
회화 요소 가미 도자기 주로 제작


"저의 신조는 '변화에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분청도자의 세계도 넓혀가야 합니다. 고전적인 것만을 추구하기보다는 분청도자를 재해석, 재창조하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진례면 고모로 442번길 '미다운도예'의 박용수(58) 씨는 회화적인 요소를 가미한 분청도자기를 주로 만든다. 반추상화적인 그림을 찻잔, 밥 그릇, 접시, 주전자 등에 올리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생활에 쓰일 수 있는 도자기지만, 형태와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지난해 8월에는 김해분청도자관에서 '커피를 생각하다'전을 열었다. 당시 분청도자의 기법으로 커피 컵, 핸드드립 기구인 드리퍼와 서버, 커피가루 용기 등을 만들어 선보였다. 또 조명 기구를 만들어 전시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전통만 고수하면 현실과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전통 도자의 얼을 기억하되 현대 도자의 세련미와 실용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씨의 공방을 둘러보니 생활자기라 불리는 찻잔, 접시, 밥그릇 등 이외에도 형태가 일그러진 항아리,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간접조명 등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생활자기 하나에도 그만의 개성이 묻어 있는 작품이 많았다. 선 하나가 스쳐 지나가는 그릇, 코발트블루 색의 광물안료로 포인트를 준 사각접시, 평평한 손잡이에 물감을 모자이크 식으로 찍어 만든 머그컵 등 자유로운 작법이 두드러진 작품들이 상당했다. 그는 "자유로운 기질이 작품에 모두 묻어 나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박 씨는 중학생 때부터 서양화를 그렸다. 부산조형예술고(옛 부산공예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도예에 입문했지만 그림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이후 10년 동안 도자기 디자인 일을 하다 공방을 차리고 도예가로서 지내 온 세월이 38년이다. 그는 처음에는 부산에 공방을 차렸다. 도예가 선배가 진례로 그를 이끌었다. 마침 좋은 부지가 있었고, 2001년 진례에 터를 잡아 미다원도예를 차렸다. 그는 처음 김해에 터를 잡고 분청도자를 접했던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박 씨는 "백자는 딱딱하고 담백하며 세련된 디자인을 연출하기 좋은 도자기다. 분청도자는 그와 반대로 부드럽고 정감이 있다.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해서 어느 곳에나 잘 어우러지는 장점이 있다. 또 색감을 다양하게 쓸 수 있다. 이런 분청도자의 매력에 푹 빠져 계속해서 분청도자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김해의 흙을 사용한다. 점성과 가소성을 위해 산청 흙을 조합하기도 한다. 김해의 흙에는 철분이 많아 일반 분청보다 더 어두운 색감이 나오기 때문에 투박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그는 "사실 묘사보다는 내면의 심상을 담은 반추상화를 지향한다.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분청도자와 서양화의 만남, 지금은 바야흐로 색채의 시대다. 다양한 시도로 전통과 현대미가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한다. 주력하는 작품은 바로 분청의 전통에 자유로운 표현이 녹아 있는 도자기"라고 말했다.
 
박 씨는 2013~2014년 ㈔김해도예협회 이사장 직을 맡았다. 그는 "고향은 부산이지만 김해를 제2의 고향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김해는 분청도자기처럼 정감이 있는 곳이다. 김해에 대한 애정이 날로 깊어진다. 국내 최고의 분청도자 도예촌을 만드는 것이 소원"이라고 밝혔다.
 
김해뉴스 /강보금 기자 amond@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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