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석 부경대 교수

부경대 김영석 교수 ‘지질 분석’
도시 지역, 흙·자갈·모래 충적층
6.0 이상 지진 때 ‘흙탕물’ 변질
내진설계 없는 옹벽도 붕괴 우려



김해에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지반이 흙탕물로 변하는 '액상화' 현상이 초래돼 김해의 인구 밀집 지역이 심각한 피해에 직면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또 강진이 일어날 경우 난개발에 노출된 김해의 읍면 지역에서 산사태가 일어나고 내진 설계가 안 돼 있는 옹벽들이 대부분 붕괴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 지진에 취약한 김해 현실
부산 부경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김영석(51) 교수는 11일 <김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해 10㎞ 이내에 활성단층인 양산단층이 있고 인근에는 모량단층이 있다. 경주 지진 이후 여진의 위치를 보면 양산단층 외에 인근 단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김해는 다른 지역에 비해 지진파가 굉장히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해의 인구 밀집 지역 지반은 모래, 흙, 자갈로 구성된 충적층이다. 충적층은 지진의 흔들림에 약하다. 규모 6.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하면 지반이 액체화되는 '액상화' 현상이 일어나 김해의 지진 피해는 막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액상화는 지진 때문에 지반이 흙탕물처럼 변해 늪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충적층 지반은 평소에는 모래 입자들이 서로 붙어 있어 단단하다. 하지만 지진이 일어나면 지반이 변형되면서 모래 입자 사이의 붙어 있는 힘이 약해져 흙탕물 같은 상태가 된다. 이럴 경우 건물 등 구조물이 침하하거나 심하게 흔들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액상화는 1964년 규모 7.5의 일본 니가타 현 지진과 규모 9.2의 미국 알래스카 주 지진 때 발생했다. 두 지역에서는 액상화 때문에 지반이 무너져 아파트가 통째로 쓰러지고, 지반 아래에 있던 수도관 등 구조물이 지상으로 솟구치기도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액상화는 논·해안·하천을 흙으로 매운 모래지반(사질토)이나 충적층, 얕은 지하수, 큰 지진 등 3가지 요인이 갖춰졌을 때 발생한다. 김해에서는 양산단층의 움직임으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액상화 현상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 교수는 "충적층과 같은 연약 지반의 경우 지진이 발생할 때 지진파가 증폭된다. 심할 경우 연약 지반은 다른 지반보다 8~9배 정도 지진파가 증폭될 수 있어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강진이 발생할 경우 난개발이 심각한 김해 읍·면 지역에서는 산사태, 옹벽 붕괴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해 읍·면 중 일부 지역의 지반은 단단한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다. 암석은 충적층에 비해 지진의 증폭은 덜하지만, 지반이 약할 경우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옹벽에 내진설계를 하지 않는다. 김해 대부분 지역의 옹벽은 내진설계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지진이 발생하면 옹벽과 옹벽 위의 공장이 붕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상동면 소록마을 인근에서 옹벽을 쌓아 공장 부지를 만드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해에는 내진설계된 옹벽이 드물어 지진이 나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 강진 발생 대비책 필요
김 교수는 김해 지역의 지반을 조사하고,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규모 5.8 이상의 지진이 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강진을 계기로 규모 5.8 이상의 지진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일본 국토교통성은 전국의 '자연재해 위험도 지도'를 일원화해 검색, 열람을 할 수 있게 했다. 김해도 지반과 점토층이 얼마나 두꺼운지 등을 조사한 자연재해 위험도를 제작할 필요가 있다. 지질을 전공한 공무원을 채용해 지진, 산사태, 싱크홀 등에 대비할 수 있도록 김해 지역 지반을 전수조사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일본에서는 옹벽 하나를 쌓더라도 내진설계를 한다. 중요시설물인 교량, 고층아파트, 학교, 병원, 소방서 등 의 내진설계는 필수사항이다. 재해가 났을 때 핵심 역할을 하는 병원과 소방서의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김해에서는 개발사업이 많이 이뤄지고 있으므로 지금부터라도 옹벽을 쌓을 때 의무적으로 내진설계를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방재공원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일본은 쓰나미, 태풍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국민들을 대피시킬 수 있는 방재공원을 해안, 강변 등에 만들어 놓았다. 김해는 낙동강 인근에 방재공원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 방재공원을 만들어 평소에는 축구장, 재난교육장으로 활용하면서 지진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대구 영신고와 서울대 지질과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영국 사우스햄튼대 해양지구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부터 부경대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대한지질학회 구조지질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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