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훔쳐 팔던 열한 살 카밀로
사서의 배려에 감동 받는데…



카밀로와 안드레스는 콜롬비아 메데인시에 사는 열한 살 순진한 아이들이다. 두 아이는 가난한 집안 형편과 자식 교육에 관심없는 부모때문에 초등학교를 그만두었다. 동네에서 유일하게 학교에 가지않는 둘은 아침부터 만나 자신들이 사는 메데인의 구석구석을 정처없이 떠돌아다닌다.

비만 오면 카밀로는 힘든 날이다. 진흙을 퍼다가 담에 발라야 하기 때문이다. 메데인 도서관이 공사할 때 카밀로는 멋진 벽돌을 발견하고 집에 가져온다. 벽돌을 본 아버지는 카밀로에게 계속 훔쳐오라고 시켰고, 벽돌로 된 카밀로 집이 완성된 순간 TV를 통해 메데인 도서관 개관식이 방송된다. 당연히 도서관 벽돌과 같은 카밀로 집은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진흙을 발라 감추어야 했다.

비가 내리면 바른 진흙이 씻겨 내려가고 다시 작업하는 건 어린 카밀로의 몫이다. 열한 살이 하기엔 벅찬 작업이지만, 술취한 카밀로 아버지는 돕기는커녕 카밀로에게 일을 끝내면 술을 구해오라고 구박한다. 심지어 술을 구하지 못하면 집에 오지 말라고 소리지르고 카밀로 엄마에게도 폭력을 행사한다. 도서관 벽돌을 훔친 이후 카밀로는 도서관 근처에 가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안드레스에 이끌려 도서관에 가게 되고 거기서 사서 마르 선생님을 만난다. 마르 선생님은 친절하게 도서관을 안내해준다.

그러나 카밀로가 도서관에 간 이유는 책을 훔쳐 팔기 위해서이다. 책을 팔아 술을 사면 집에서 잘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두 번이나 책을 팔았고 어느날 카밀로가 도서관 책을 가지고 나오는 걸 동네 친구에게 들킨다. 친구들은 도서관 책에 전자칩이 있어 몰래 가지고 나오면 경고음이 올린다고 말해준다. 카밀로는 자신이 책을 가지고 나올 때 왜 경고음이 올리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다시 책을 훔쳐 도서관을 나오는데 마침 마르 선생님과 마주친다. 마르 선생님은 카밀로가 셔츠에 숨긴 책을 꺼낸 후 그 책은 지루하다며 이 책이 재미있다며 다른 책을 까밀로에게 몰래 넣어준다. 도난 탐지기는 마르 선생님이 울리고 싶을 때 작동한다는 말도 해준다.

그날밤 카밀로는 책을 팔러 가지 않는다. 술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집에 갈 수도 없다. 카밀로가 거리에서 자기로 결심하자 안드레스도 카밀로 옆을 지켜준다. 비가 오지만 아이들이 누워있는 자리까지 물이 차지 않는 걸 확인하며 행복해한다. 콜롬비아 메데인시의 실제 사례를 책으로 쓴 저자는 사회와 개인의 선한 의지가 어떻게 한 아이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지 이야기로 전한다. 비가 오는 거리 나란히 누워 잠이 드는 두 아이의 마지막 장면이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부산일보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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