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동시인대회 기념 동시집 2권
108인의 한국 동시인이 쓴 현재 
아이들 세계 공감할 수 있게 그려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어린이다운 심리와 정서로 쓴 시가 동시이다. 현학적이지 않고 직관적이며 재미난 말들로 구성돼 한 두번만 읽어도 뜻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동시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즐겨 읽을 수 있다. 어린이의 시간을 지나지 않은 어른은 없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지나왔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어른은 어린이가 다 자란 시간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어린이의 시간이 이어지며 변주되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잃고 싶지 않은 본심이자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본바탕인 동심을 표현한 동시가 큰 가치를 가지는 이유이다.
 
제2회 전국동시인대회를 앞두고 기념 동시집 2권 '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이따 만나'가 출간됐다. 이상교 권영상 강정규 같은 원로 동시인과 김창완 함민복 장철문 등 어른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시인, 송찬호 주미경 박기린 등 우리 문단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신진 작가들까지 108인의 한국 시인들이 그려낸 동시의 세계는 아이들의 현재를 유쾌하게 드러낸다.

'한 손으로/컵라면을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휘휘 젓는다/…/국물이 넘치지 않도록 발들은 번갈아 출렁이는 박자를 달랜다/다섯 번의 젓가락질/자박자박 국물만 남으면/학원 앞이다/학원에서 학원으로 가는 기다란 길/내 밥상이다'(밥상/조하연), '형아, 이 다음에 난/돌멩이로 태어나고 싶어/하루 종일 밖에서 놀아도/하루 종일 잠만 자도/뭐라 하는 사람 없잖아/…/돌멩이 붙잡고/일기 썼니?/숙제했니? 학원은?/이런 거 물어보는 사람 없을 테니까'(석현이의 꿈/김현서).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일상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다. 컵라면을 먹으며 이동해야 하는 상황을 '길이 밥상이 된다'고 표현했고, 길가 돌멩이가 부럽다는 푸념이 짠하게 다가온다.
 
'오랜 손그릇 속에서/낡은 실꾸러미가 나왔다/돌아가신 지 삼 년 지난/할머니의 자취다/건이야 부르며/나타나실 것 같다/내 마음 속 실꾸리가/더 굵고 길게 풀린다'(자취/안학수), '엉아랑 산책하는데/비틀거리는 아저씨가 걸어온다/아저씨는 우리 앞에서 천천히 멈추더니/쪼끄리고 앉아 엉아에게 말했다/우리 순이 만나면 사이좋게 지내라/…/아저씨 목소리가 너무 다정해서/엉아도 꼬리를 흔들었다' (우리 순이 만나면).
 
돌아가신 할머니와 읽어버린 개 순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누구라도 공감되는 감정이다. 어린이의 마음, 동시의 마음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감싸는 울타리가 된다.
 
부산일보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