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내세워 탐욕 채우기’ 고발
 네슬레 등 '그린워싱' 사례 낱낱이
“이윤 추구로부터 삶 보호해야”


 

책의 시작 부분에 나오는 세계적인 식품업체 네슬레의 캡슐 커피 이야기부터 흥미롭다.
 
네슬레는 전 세계 400여 개 매장에서 다양한 커피 캡슐을 팔고 있다. 그 양은 2006년 30억 개에서 현재 100억 개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네슬레는 '네스프레소'라는 상품을 판매한다. 네스프레소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중의 하나다. 캡슐 커피 1㎏에 80유로(약 10만 원)로 판매하는 것도 문제지만, 환경적으로 더 큰 문제는 캡슐인 알루미늄에 있다. 네스프레소에서 나온 알루미늄 캡슐은 매년 최소 8000t에 달한다. 그런데 1t의 알루미늄을 생산하려면 2인 가구가 5년 이상 사용할 전기가 필요하다. 또 이산화탄소 8t이 배출된다.
 
네스프레소 홈페이지에는 '한 잔의 커피는 긍정적 영향력을 담고 있다. 네스프레소 커피 한 잔은 이를 향유하는 순간만 준비하는 게 아니라, 환경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우리는 확신한다'고 쓰여 있다. 이처럼 네스프레소는 '지속성에 대한 비전'을 강조한다. 네슬레는 2020년까지 알루미늄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기 위해 회수율을 100%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알루미늄은 재활용할 경우, 보크사이트에서 알루미늄을 생산할 때 에너지의 5%만 필요하다.
 
하지만 저자는 네스프레소가 커피 캡슐의 처리와 수거를 오로지 고객에게 떠맡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커피 캡슐을 노란색 자루에 넣거나, 노란색 통에 넣거나, 혹은 재활용 수거통에 넣어달라고 부탁하면 네스프레소가 캡슐의 재활용 비용을 댄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활용 통에 들어가는 캡슐이 어느 정도인지, 네스프레소가 얼마나 재활용 알루미늄을 사용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네스프레소는 '지속 가능한 알루미늄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내세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로 비난받는 알칸, 리오 틴토 등 알루미늄 생산업체들과 손을 잡고 있다. 기막힌 반전이다.
 
'위장환경주의'는 독일의 도발적 지성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가 환경을 교묘하게 이용해 탐욕을 채우는 다국적 기업과 일부 NGO의 민낯을 집요하게 추적·분석한 책이다. 책을 관통하는 개념은 '그린워싱(Greenwashing)'. 대기업은 자신들이 원인을 제공해 발생한 문제를 직접 해결할 것이라 약속하면서, 생산량과 법규를 통해 그들의 이윤을 제한할 수 있는 정치의 목을 죈다. 또 고객에게 양심이라는 부가가치를 판매할 때 사용하는 전략은 마치 환경을 보호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다.
 
저자는 네스프레소 외에도 그린워싱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석유 생산 대기업 셸은 자사를 풍력발전소로 광고한다. 코카콜라는 가난한 나라에서 모든 샘물이 마를 때까지 퍼 쓰면서 자사를 비축된 세계 지하수를 보호하는 주인공으로 표현한다. 몬산토는 어떤가. 유전자를 조작한 씨앗과 독성 있는 살충제까지 판매하지만 자사를 기아와 싸우는 데 기여한다고 여긴다. 2010년 4월 20일 역사상 가장 끔찍한 석유 유출을 야기한 멕시코만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의 폭발에 대한 BP의 위장 전술과 패션 산업이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통해 바다에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버리고 있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그린워싱을 어떻게 하는지 신랄하게 파헤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착취와 이윤만을 추구하는 사람들로부터 우리의 삶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방법으로 대량 사육시설과 산업화한 농업에 대한 반대, 물을 비롯한 공공 자원의 사유화에 반대하는 시민 행동 등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부산일보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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