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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상실의 시대, 공감 본능 깨우기책(BOOK)
  • 수정 2019.03.27 09:30
  • 게재 2019.03.27 09:29
  • 호수 415
  • 12면
  • 부산일보 백태현 선임기자(hyun@busan.com)


갑질·막말·젠더 혐오·인종주의 난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공감 능력 필수
뇌의 '공감 회로' 활성화 방법들 제시



미국의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2006년 연설에서 "우리 시대의 도덕적 기준을 충족하길 바란다면 우리는 공감 부족에 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이라며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갑질과 막말, 젠더 혐오, 인종주의 등 차별과 혐오는 폭력적인 수준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아이들은 이웃에 대한 공감보다는 점점 디지털 나르시시즘에 빠져들고 있다.
 
정치판에서는 천박하고 노골적인 비난이 난무하고, 돈과 지위의 권력으로 약자를 괴롭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인터넷에서는 익명을 무기로 인간의 존엄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사회적 리더와 공인들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자기 잇속만 챙기는 뻔뻔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왜 발생하는 걸까? 신간 '공감 선언'의 저자 피터 바잘게트는 우리가 공감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공감 능력이 작동하지 않을 때 사회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감이 발화돼 상호작용을 하려면 뇌에 있는 수많은 다양한 회로들이 동원된다. 이 기능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여부에 따라 어떤 사람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한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저자는 "많은 사람이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면 우리의 미래도 보다 낙관적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감 능력을 키우고 교육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해법을 찾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 공감 능력이 결핍될 때 일어나는 치명적인 문제와, 반대로 공감 능력이 충족될 때 나타나는 효과를 뇌과학, 역사, 심리학, 사회학, 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비교하며 고찰한다.
 
정치인에서부터 사회활동가, 공무원, 예술가, 교사, 의사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논의되고 있는 최신 담론을 종횡하며,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공감의 진보를 선언한다. 또 예술과 문화를 통해 개인의 공감 능력을 넓히고 나아가 교육, 복지, 의료, 인터넷, 사법, 교정시설 등 사회 전반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발표한 '공감 헌장'을 통해 개인 간 갈등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변화의 열쇠로서 '공감 본능'의 역할을 일깨운다.
 
'공감 본능'에 대해 저자는 "우리 뇌는 성인이 돼도 이전에 작동하지 않았던 회로를 치유하며 성장한다. 집에 있을 때나 직장에 있을 때, 또는 놀 때도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넓힐 수 있다. 이것이 '공감 본능'이다"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잔인한 국제 범죄, 홀로코스트 이야기로 시작된다. 저자는 공감 본능의 부정적인 면을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로 이를 다루며, 나치 뿐만 아니라 스탈린 같은 독재자들에게는 인간에게 결정적인 요소인 공감 능력이 결여돼 있다고 분석한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공동체를 형성하며 진화한 종"이라는 영장류동물학자 프란스 드 발의 견해에 동의하면서, 자신이 속한 집단 외부에 대해 적대적인 성향을 보이는 인간의 본질이 극단적으로 나타날 때 이처럼 공감 없는 사회가 된다고 설명한다.
 
반면, 공감 능력을 발휘해 목숨을 걸고 피해자들을 도운 소수의 용감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공감 본능의 긍정적인 힘이라는 것이다. 또 공감에서 비롯된 이타심과 공정성의 발현은 fMRI(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을 통해 확인되는 뇌의 '공감 회로' 활성화를 실제적으로 증명하는 것으로, 유전학과 심리학 등의 연구에서 공감을 가르치거나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다.

저자는 공감은 교육과 양육을 통해 계발되는 능력이며, 예술과 문화가 공감 능력과 힘을 합친다면 절망의 시대는 가고 낙관적인 미래를 꽃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면서 "공감 능력이 국가 정책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일보=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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