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 이상 인터뷰·일기 토대
"히틀러 가장 잘 담았다" 평가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ADOLF HITLER:THE DEFINITIVE BIOGRAPHY)은 책 제목 그대로 가장 완벽하게 히틀러를 담아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태어난 책이다.

저자인 존 톨랜드는 히틀러의 비서와 부하 장군, 당시 장관, 친구, 측근, 친구와 가족 등 200명 이상을 만나 히틀러의 전모를 파악하려 했다. 히틀러가 청년 시절 묵었던 하숙집 주인까지 찾아내는 집요함을 보였다.

저자는 이렇게 수집한 인터뷰, 미공개 일기, 서한, 공식 문서 등 방대한 자료를 이용해 10년 동안 써 내려간 끝에 결실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아돌프 히틀러:결정판'이 증언과 자료의 단순한 모음은 아니다. 저자는 여러 자료를 교차 검증하고, 다른 증언과 대조 검증하고, 다시 기존 역사와 비교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

'발로 뛰면서' 집필한 이책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히틀러의 면모를 전해준다. 그의 여자관계, 내부의 광기, 서구지도자들의 히틀러에 대한 오판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실제 히틀러를 현대로 데려왔다는 평론마저 나올 정도다.

히틀러와 제3 제국은 그의 사망과 동시에 급작스럽게 붕괴했다. 동시에 나치즘 역시 오늘날 정치계에서 멸종됐다. 신나치즘이나 극우들이 남아있으나 누가 봐도 어설픈 잔당들처럼 보이는 게 현실이다.

우리는 이처럼 몰락해버린 히틀러를 왜 경계하고 있는 것일까. 아돌프 히틀러:결정판의 집필에도 그런 심리가 진하게 깔려있다. 저자는 히틀러를 '루시퍼와 프로메테우스를 합친 비뚤어진 천사'라고 규정한다. 그 이유는 이성적 존재인 인간이 너무나 비합리적인 정치 행위에 경도되었다는 놀라움 때문이다. 잠시만 떨어져서 바라봐도 반인륜, 전체주의인 게 확실한 그것이 자신들을 마음대로 요리하도록 용인했다는 수치심일 수도 있다.

우리를 되돌아보자. 1차 대전 패전국 독일에 닥친 경제 불안과 거대한 배상금 부담은 히틀러라는 얼치기 선동가를 낳았다. 한반도는 지금도 남북 분단과 경제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독일인의 파시즘 잔재 청산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일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땅에 파시즘 바이러스가 아직도 암약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책을 읽으며 히틀러와 닮은 병균을 색출해보자.

부산일보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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