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별 - 석정 윤세주 열사

이 윤 


청보리가 아름다운 유월이었네
나를 관통하는 초록, 반짝이는 눈동자들이 부끄러워 나는 자꾸 눈이 붉어졌네 꽃 진 자리마다 딱지마냥 아프게 잎이 돋는데

- 누구도 탓하지 않았기에 나는 그 침묵의 뿌리까지 걸어 들어가 홀로 아프네 

나, 유월에 태어나 유월에 사라졌지만 어둠속의 별이 되었네 요절을 부추기는 바람의 손을 자꾸 뿌리쳤네 눈물을 풍장 시키고 마음의 행방을 물으며 나는 차라리 세상 속으로 함몰되고 싶었네

아직 죽지 않았지, 이 세상 머물기는 42년에 지나지 않았으나 붉은 태양이 유배당했던 땅에서 저렇듯 성큼, 왔네. 산 가득 스며든 비릿한 피내음을 천천히 들이마시며 나는 꽃잎처럼 세상 밖으로 무너져 내릴 것 같았지. 울지 말아라 얼어붙은 것이 녹을 때에는 누구나 그렇게 마음이 찧기는 거야
 
나는 먼 길을 돌아 온 수행자 다시 의열 속으로 들어간다네. 아이야 누이야 내 고향 밀양으로 돌아와 서로 웃으며 얼굴 닦아 줄 수 있을까. 이제 내가 타는 빛으로 세상은 다시 환해지고 내 이름 석 자 수놓아도 죄罪 되지 않을까, 이 유월에


<작가 노트> 

“6월이면 그가 그립다”


유월에 태어나 유월에 사라진 유월의 별이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일제 강점기에 오직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의열로 몸을 바친 열사들 중 유난히 유월을 침묵하는 그림자가 있으니, 1901년 6월 24일 경상남도 밀양군(현재 시) 내이동에서 태어난 항일무장투쟁 조선의용군 석정 윤세주 열사다. 
 
밀양문학회 주최 제3회 해천문학제 문학의 밤, 시화전 행사 주제이기도 한 석정 윤세주 열사는 중국항일투쟁의 선봉에 서서 22년을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1942년 6월 태항산 '반소탕전'에서 일본군과 교전, 마전 전투에서 적의 총탄을 맞아 산서성 편성 화옥산에서 전사 순국했다. 향년 42세. 태항산 석문촌에 안장됐다. 1950년 10월 10일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열사의 유해를 하북성 한단시 진기로예열사능원(우리 나라의 국립묘지에 해당됨)으로 유해를 옮겼다. 
 
"그의 일생은 환란곤궁의 일생인 동시에 분투노력의 일생이었다. 백절불굴은 그의 용기이며, 정확 명석은 그의 이론이며, 세밀 주도는 그의 공작 계획이며, 겸허 화애는 그의 대인 관계이며, 폭포수와 같은 것은 그의 웅변이며, 불꽃 같은 것은 그의 정열이었다"고 한다. 누구든지 혁명에 대하여 불충실하며, 공작에 나태하며, 민족을 위하여 희생하는 데 주저하는 자는, 석정 동지를 한번 생각할 때 자연히 참괴하게 되며 회오하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과연 죽지 않았다. 그가 이 세상에 머물기는 42년에 지나지 않았으나 그의 짧은 일생은 영원한 조국의 별인 것이다. 보훈의 달 유월에 윤세주 열사를 기리며 이 시를 바친다. 김해뉴스

 

▲ 이 윤 시인

 ·경남 밀양 월산 출생
 ·2011년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신인상
 ·2017년 시집 <무심코 나팔꽃>
 ·김해문인협회 편집장. 경남작가회의 밀양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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