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1 - 움 터

이동배
 

화포천.

깊어진 불멸의 터 밤마다 소곤거려

잦아진 자맥질에 들새 떼 찾아와서

그림자
내어 비추며
둘러앉은 새 움 터

낯설은 울음소리 빛으로 사루어서

수천 년 정을 모아 모여든 삶을 챙겨

뱁새도
종종거리다
폴짝폴짝 노니는

긴 세월 맴을 돌며 쌓여진 시간들이

한동안 염원 모은 질긴 삶 뒤적일 적

오늘도
되새김질로
뒤안길을 여민다.


<작가 노트> 

“삶 이어온 곳은 본래부터 늪…”

늪은 원래 질퍽한 곳이며 한 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지만 생명의 기원이기도 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건 이 세상 어디에서 저마다의 움 터에 자리를 잡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며 어울려 지내는 것.

예부터 자리를 잡고 살아 온 우리는 세계 곳곳 또 다른 늪들에서 울며불며, 싸우며, 옹기종기 모여서 새 삶을 여미는 게 아닐까?

살아오며 뒤돌아보지 않는 삶이 있을까?

수천 년 아니 수억 년 인간의 질긴 삶이 이어온 곳은 본래부터 늪이었고 움 터였으리라! 이처럼 질긴 삶을 뒤적이며 엉킨 역사를 새겨온 것이리라. 또 때로는 되새김질하며 되새기며 살아오고 살아가리라…….

 

이동배 시인

·계간 현대시조 신인상(1996년)으로 등단
·한국아동문예상(2010년), 경남아동문학상(2016년), 경남시조시인협회 부회장 역임
·경남아동문학회 부회장, 진주시조시인협회 회장, 한국·합천·김해문협회원
·도서출판 고요아침 2013 『밟으면 꿈틀한다』 도서출판 경남 2016 동시집 『돌멩이야 고마워』등
·김해삼성초 교장 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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