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암

섬에는 맨 처음
찾아든 사람들

태고적 고독
해식되어 있었다
켜켜이 벼린 주상절리
한처럼 쌓여 있었다.

모진 삶의 뿌리
염분 잦아진 돌틈
뿌리 내린 애송처럼
해풍 붙잡고 있었다.

밤새
뭍을 삿대질 한
그 섬에는
움푹 패인 가슴이
시퍼렇게 뒤척이고 있었다.


<작가 노트> 

“그 섬에 가고 싶다”

섬을 처음 찾아든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의 회한과 뒷모습이 아른거린다. 밤바다같은 절대고독, 해식되어 우뚝 솟은 거부의 몸피.

먼 옛적에는 광야에 우뚝했을 봉우리가 물이 차오르면서 저마다 섬이 되었다. 정수리에는 머리카락 같은 소나무들 이고서. 파도와 해풍에 마모된 바위 틈새에 어린 소나무는 한사코 뿌리를 내린다. 삶에 대한 엄숙함이 고즈넉하다.

격리된 개체로 흔히 섬을 예로 들어 말한다. 그러나 섬들은 깊은 바다속 내밀히 연결해 있다. 물론 고개 들어 서로를 바라보면서. 

 

정보암 시인

·1997년 '창조문학' 등단
 ·2005년 시집 『사계』
 ·2014년 시집 『오후 네 시, 새출발 준비할 시간』
 ·18회 한국창조문학 대상 수상
 ·한국창조문학가협회 이사
 ·김해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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