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비법이 하나 있다면 조리의 맨 마지막에 마늘을 넣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통마늘이나 미리 다져 놓은 마늘을 넣는 것보다 요리 직전 칼의 옆면이나 기구 등으로 눌러 으깬 마늘이라야 풍미가 더욱 좋다. 나의 입맛에는 다른 어떤 첨가물을 넣는 것보다 마늘의 풍미가 어울려진 음식이라야 맛이 완성된 느낌이다.
 
내 입맛만 그러한가 싶지만 한국인은 세계적으로 마늘을 가장 많이 먹는 국민이다. UN 식량농업기구의 최근 자료를 보면 세계의 평균 1인당 마늘 소비량이 연간 800g 정도인데 한국은 7㎏에 이른다고 하니 우리가 거의 10배 정도 많이 먹는 셈이다.
 
한국인은 쌀밥을 주식으로 하여 상차림이 되는데 여기엔 각종 반찬과 찌개, 국물요리가 함께한다. 밥을 먹기 위한 나물무침에도 마늘이 들어가고 찜이나 국물요리에도 마늘이 들어간다. 각종 김치들에도 마늘은 당연히 필수 양념이다. 백김치처럼 고추가 들어가지 않더라도 마늘은 들어가야 한다. 마늘이 없다면 한식의 참맛은 완성될 수가 없다. 때문에 한국이 전 세계에서 마늘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가 될 수밖에 없는가 보다.
 
우리는 마늘뿐만 아니라 고추, 생강, 파 같은 여러 종류의 향신료도 많이 먹지만 한반도에서 재배된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단연 마늘이 제일 오래이다. 마늘과 함께한 역사가 길었던 만큼 한국인에 대한 놀림꺼리가 마늘 냄새이다. 우리도 외국인들에 대해 독특한 냄새를 느끼듯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느끼는 한국인의 체취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마늘 냄새일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조선의 건국신화인 단군신화에도 쑥과 마늘이 나온다. 하지만 마늘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때는 통일신라 시대인 서기 7~8세기경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웅녀(곰)가 100일 동안 먹었다는 마늘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단군신화에 나오는 마늘은 달래로 보는 것이 옳다. 삼국유사에는 웅녀가 '산(蒜)'을 먹었다고 적고 있는데 이것은 마늘뿐만 아니라 달래로도 해석되는 단어이다. 동의보감에서는 대산(大蒜)과 소산(小蒜)으로 각각 기록하고 있는데, 지금의 마늘이 대산이고 소산은 나물이나 찌개에 넣어 먹는 달래를 말하는 것이다.
 
마늘이나 달래와 함께 우리가 자주 접하는 것으로 염교가 있다. 초밥을 먹을 때 함께 나오는 마늘 비슷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락교라고 부르고 있다. 이 염교는 동의보감에서 '해백'이라고 하여 일본에서만 먹었던 것만 아니라 예전부터 한국에서도 식용, 약용으로 먹어왔던 것이다. 생김새나 맛과 향이 비슷한 마늘, 달래, 염교는 그 기능 또한 서로 닮았다.
 
동의보감에서 마늘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매우며 독이 있다. 종기를 제거하고 풍·습과 나쁜 기운을 없앤다. 냉과 풍증을 제거하고 비장을 튼튼하게 하며 위를 따뜻하게 한다. 토하고 설사하면서 근육이 뒤틀리는 것을 치료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달래나 염교 역시 속을 덥히고 음식이 소화되게 하며 곽란으로 토하고 설사하는 것을 멎게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속을 따뜻하게 데운다는 것이다.
 
이런 유익한 성분이 '알리신'이란 물질이다. 마늘이 잘리거나 으깨지거나 해서 손상을 입을 때 만들어진다. 마늘을 먹고 난 후에 입안과 온몸에서 나는 마늘 냄새 역시 알리신 때문이다. 알리신은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하고 염증을 치료하며 항생제 역할까지 한다. 또 혈압과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전 생성을 막는 역할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늘의 냄새를 줄이기 위해 마늘을 너무 익혀 버린다면 그 만큼 유익한 효과도 줄어든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하지만 혈전을 녹이는 마늘의 효과는 과량 섭취할 경우에 오히려 출혈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마늘을 오랜 기간 먹게 되면 간과 눈을 손상하고 머리카락을 빨리 희어지게 한다고 경고한다. 특히 체질적으로 간이 약한 금 체질이나 소화기에 열이 많은 토 체질이라면 마늘의 과량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 김해뉴스 /조병제 한의학·식품영양학 박사 부산 체담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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